“항상 응원한다” 손흥민 덕담에도 ‘발칵’…베트남이 극대노한 이유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1. 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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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 - 280] 베트남에서도 손흥민의 인기는 무척이나 높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손흥민은 선망의 대상입니다. 또한 한국 출신 박항서 감독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 입장에서 손흥민은 다른 아시아 선수 이상으로 친밀감을 주는 대상입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였을 것입니다. 왜냐면 질문이 나온 장소와 시기 모든 게 너무나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일(현지시각) 요르단을 만나 2대 2로 비긴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경기가 끝난 직후 손흥민을 기다리고 있던 베트남 기자단은 손흥민에게 베트남 축구와 관련한 질문을 했습니다.

당시 베트남은 일본에게 2대 4로 패한 뒤, 근래 들어 지지않았던 인도네시아에게 0대 1로 패배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베트남 경기를 보고 팀의 경기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베트남이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덕담을 했습니다. 그는 “베트남팀은 국가 자존심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나는 항상 베트남을 응원해왔다. 행운을 빈다”고 말했습니다.

손흥민의 뜻하지 않은 덕담은 베트남 내부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베트남 민심은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항서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지휘봉을 잡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내쳐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듯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2대 4로 분패할때만 하더라도 민심은 그렇게 일방향으로 기울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의 2차전에서 0대 1로 패배한 것은 뼈아팠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에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고별무대였던 2022년 미쓰비시컵에서도 두 팀은 준결승에서 격돌한 바 있는데 2차전에서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에 2대 0으로 승리하며 결승무대에 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 지휘봉은 한국 출신 신태용 감독이었는데, 신 감독은 중요무대에서 베트남에 번번히 가로막히며 쓴맛을 다시기만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박 감독이 물러나고 트루시에가 감독이 되자 베트남을 상대로 한번도 거두지 못한 승리를 따내며 설욕전을 펼친 것입니다.

사실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감독 시절 팀이 거둔 성적에 매료돼 눈높이가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입니다. 동남아 무대에서는 당연히 우승이 아니면 만족을 하지못할 정도입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올렸기에 베트남 팀이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톱클래스 수준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베트남 U23 대표팀은 일본을 격파하는 등 ‘언더독의 반란’을 여러 차례 일으킨 바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올라 한국을 만나 1대 3으로 분패할 정도로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는 상당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루시에가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16강에도 들지 못한데다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인도네시아에게 패배했으니 여론이 잠잠할리가 없습니다.

베트남의 16강 탈락을 알리는 기사에 댓글에 ‘당장 트루시에를 내보내고 박항서를 다시 데려와라’, ‘트루시에 전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의 선수기용방식에는 엄청난 문제가 있다’ ,‘박항서 같은 감독을 대체 어디서 다시 찾을 수 있단 말이냐’ 등의 하소연이 넘쳐나는 이유입니다.

박항서 <연합뉴스>
감독 한명이 바뀌었다고 팀 성적이 이렇게 차이나는 것을 보면 박항서 감독 시절 베트남이 확실히 엄청난 실력을 보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는 특유의 ‘선수비 후역습’ 포메이션으로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다리가 아픈 선수들에게 마사지를 해주며 친밀감을 드러내고, 본인 비즈니스석을 부상당한 선수에게 양보하는 ‘덕장’의 리더십을 보이며 팀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트루시에는 박항서 뒤를 이어 감독자리에 오른게 패착이었을지 모릅니다. 전임자의 후광이 너무 강해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단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히딩크 보다 훨씬 오랫동안 베트남을 이끈 박항서 후임들도 비슷한 운명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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