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학생 살해한 고교생...법원, 소년법상 최고형 선고

법원, 장기15년·단기7년 선고

법원 마크. 한국일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또래 여학생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고교생에게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이 선고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 강동원)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10대 A군에게 징역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형기의 상·하한을 둔 장기와 단기로 나눠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장기15년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소년범에게 선고할 수 있는 부정기형 가운데 최고 형량이다.

A군은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3시 25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B양의 집에서 흉기로 B양의 몸을 수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채팅 앱으로 만나 알게 된 사이로, A군이 재워달라고 하자 B양이 승낙했으며, 집에는 둘 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은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이 벌어졌고, 서로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범행 후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빠져나온 뒤 112에 전화해 “B양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의식 없는 상태의 B양을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B양은 결국 숨졌다.

A군은 법정에서 “다툼이 있었고, B양이 먼저 흉기로 공격해 대항하는 과정에 그랬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흉기 종류와 공격 부위,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에 대한 살해 고의가 인정된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 등을 보면 피고인이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인 성관계 요구 또는 기타 언행을 해 불상의 다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방어 후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범행했다고 하지만 피해자는 치명적 상해를 입고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피고인이 소년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보더라도 범행의 잔혹함과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의 중대성으로 인해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