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계산대에서 물건 섞이지 말라고 놓는 막대…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그거사전 - 12] 마트 계산대에서 앞사람하고 구분하는 막대 ‘그거’
한국에서는 디바이더 포 굿즈 온 체크아웃 컨베이어(Divider for goods on a checkout conveyor)라는 길고 긴 명칭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체크아웃 디바이더의 용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 이름으로 오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도 커뮤니티마다 “수퍼마켓 계산대에 길다란 거 그거(thingy) 뭐라고 부르냐”라는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체크아웃 디바이더, 글로서리 디바이더라는 일반적인 이름부터 막대기(bar), 콜라 만리장성(The Great Wall of Cola)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체크아웃 디바이더의 독일어 명칭이 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는 Warentrennstab(바렌트렌슈타프)라고 부르는데, Waren(상품)+Trennen(분리하다)+Stab(막대기) 세 단어를 합성한 조어로 말 그대로 ‘상품을 분리하는 막대기’를 뜻한다. 복잡한데 직관적이다. 두 개 이상의 단어를 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독일어의 합성어 체계 덕분이다. 독일어권 스위스에서는 Kassentoblerone(카센토블레로네)라고도 한다. Kasse(계산대)+Toblerone(토블론), 삼각기둥 모양의 스위스 초콜릿 ‘그거’ 토블론 맞다. 뜻풀이를 해보자면 ‘계산대의 토블론 초콜릿’ 되겠다. 유머 감각이 사멸한 독일어에서 이 정도의 센스를?
가장 초기적인 단계의 컨베이어 벨트는 18세기 초 가죽이나 무명 벨트를 이용해 곡물을 운반하는 장치였다. 이후 1892년 토마스 로빈스(1868~1957)라는 양반이 석탄 및 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발명했고, 그는 자신의 발명품으로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후 여러 형태의 컨베이어 벨트가 개발됐고, 이윽고 1913년에는 포드자동차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완전한 생산 라인을 구축, ‘대량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회전 초밥집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일본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던 시라이시 요시아키 회장(白石義明, 1913~2001)이 맥주 공장의 생산 설비를 보고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 그는 1958년 히가시오사카시에 세계 최초의 회전 초밥집 겐로쿠스시를 개점했다.
안타깝게도 손더스의 피글리 위글리는 1923년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돼 공중분해 됐다. 뉴욕 매장이 폐점한 것을 계기로 월가의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근거 없는 비방을 쏟아내자 손더스는 전쟁을 선포하고 주식을 매수했다. 1000만 달러(1920년대 1달러의 현재 가치 100달러로 환산할 경우 약 1조3440억원)를 쏟아부은 손더스가 영혼의 한타 싸움 끝에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반전이 일어난다. 뉴욕 주식거래소가 월가 투기꾼들을 위해 룰을 바꾼 것이다. 공매도 상환 시한을 멋대로 연장한 것도 모자라 다음날 손더스의 매점 행위를 핑계 삼아 피글리 위글리를 상장 폐지해 버렸다. 결국 손더스는 파산했고, 피글리 위글리 경영권도 잃어버린다. 공매도와의 전쟁이 벌어졌던 2021년 게임스탑 매수 버튼을 뽑아버린 주식 앱 로빈후드의 만행이 생각난다면 지극히 정상이다. 월스트리트는 예나 지금이나 게임에서 질 것 같으면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키두즐은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혁신적인 소매점이자, 2018년에 문을 연 아마존 고(아마존이 만든 무인 매장)보다 무려 80년 먼저 출연한 ‘자동화 상점’이기도 했다.
키두즐을 찾은 손님들은 자판기처럼 유리 너머 진열된 물건 옆 작은 구멍에 테이프가 내장된 열쇠를 집어넣어 구매할 제품을 골랐다. 고른 제품은 고객의 열쇠 테이프에 기록됐고 동시에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출구로 자동으로 운반된다. 출구 쪽에는 점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의 열쇠를 받아 테이프를 해독, 구매 비용을 청구했다. 비용을 내면 컨베이어 벨트 끝에 설치된 장치가 상품을 모두 포장해 고객에게 전달했다.
비록 손더스는 자신이 심은 혁신이 발아(發芽)하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그의 야심 찬 모험은 유산을 남겼다. 1940년대 들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상점의 계산대에 적용한 장치들이 수없이 발명된 것이다. 체크아웃 디바이더도 그 유산의 일부인 셈이다.
체크아웃 디바이더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 상용화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해리 길먼이 1984년도에 출원한 체크아웃 카운터 디바이더 특허 문서를 보면 기존 ‘상점 이름이 각인된 막대기’의 단점에 대해 지적하며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 광고를 부착할 수 있는’ 자신의 발명품을 강조하고 있다.
- 다음 편 예고 : 고급 승용차 후드에 튀어나와 있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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