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존폐논란 휩싸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사건건]

안경준 2024. 1. 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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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면서 대표적인 복지정책인 ‘노인 지하철 무료 탑승’ 정책이 또다시 존폐논란에 휩싸였다. 노인 무임승차는 서울교통공사 등 지하철 운영 주체가 겪는 만성적자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시에 노인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 우울증 예방, 경제활동 촉진 등 편익 창출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어르신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무임승차로 입은 손실금 2600억원대로 추정

무임승차 논란의 큰 쟁점은 지속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이다. 우선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현 상태에서 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2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022년 6420억원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에는 1조1137억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 올렸고, 올해 하반기에도 요금을 150원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하철 수송원가와 요금간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기준 지하철 수송원가는 1904원이다. 당시 기본운임은 1250원으로 원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10년 전인 2014년 수송원가(1244원)와 기본운임(1050원)의 차이가 194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이에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2022년 기준 노인 무임승차로 입은 손실금을 266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추정치는 3049억원이다. 노인 무임승차인원은 코로나 19 확산 이전인 2019년 22만5094명까지 늘었다. 2020년 약 16만명까지 줄었다가 2022년 19만여명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손실금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노인 무임승차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하철 없는 지역은 혜택 못 받아 왔다는 지적도

공정성·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무임승차 혜택이 ‘지하철’로 한정돼 있다 보니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지역에 사는 노년층은 혜택에서 빠진다. 공정성 문제가 생기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역세권·수도권에 거주하는 고령자층이 수혜를 입어 노인 복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역세권에 살지 못하는 노년층은 지하철을 타러 가기까지 교통비가 이미 발생해 사실상 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버스는 요금 다 내야하니 지하철이 없어 버스를 타는 노인들한테는 혜택이 안 돌아가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며 “역세권은 주택 가격이 더 비싼데, 자연스럽게 더 여유 있는 노인이 혜택을 받아 역진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금태섭 전 의원과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은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은 무임승차 복지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취지의 노인 교통 정책을 발표했다.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노년층에 도시철도와 버스, 택시에도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 지급하자는 이 대표의 주장과는 대비되는 해결책이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어르신이 우대용 교통카드를 발권하고 있다. 뉴스1
◆사회경제적 효과 3000억대 추정한 연구결과…“객관적 분석 선행돼야”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시각도 있다. 노인의 외부활동을 촉진해 여가·경제활동을 증가 시키고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노인 무임승차의 복지정책 효과로 연간 3361억원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후 서울연구원이 2020년 기준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한 수치는 3650억원에 이른다. 유 교수는 “노인들이 돌아다니지 못해 건강 이슈가 생기면 우리 사회가 지불하는 진료비. 의료보험의 부담이 훨씬 커지게될 수 있다”며 “노인 빈곤율이 높아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보충하는 경우도 많은데, 교통비마저 부담이 된다면 경제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무임승차 논의가 매번 반복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제도의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교수는 “정부가 KDI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무임승차로 세금을 쓴 만큼 효과가 있는지 분석해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생각을 내면서도 정책 변화의 필요성에는 의견을 모았다. 2030세대에서는 무임승차 완전 폐지는 아니더라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한 대학원생 정모(29)씨는 “고령층은 늘어나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을 부담할 젊은 사람들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을 막으려면 폐지는 아니더라도 연령 상향 조정이나 바우처 지급과 같은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한 직장인 김지문(28)씨는 “노인의 자차 운전 부담이 커지는 만큼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해야 하고 그러려면 무임승차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정세운(72)씨는 형평성 논란에 공감했다. “퇴직한 친구들을 보면 공짜니까 이리저리 쏘다닌다”면서도 “지역 불균형 요소도 있다”며 “수도권은 지하철이 잘 돼 있어서 혜택을 받겠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강숙(68)씨는 무임승차 폐지에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이씨는 “수인분당선을 타고 아침에 출근하면 젊은이보다 나처럼 나이 있는 사람이 다수고, 어른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 많은 사람이 다 공짜로 타고 다니니 우리 자식들한테 미안하다고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일을 하지 않는 노인들도 병원에 다니는 등 지하철을 이용할 일이 있는데 차비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무임승차가 폐지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준·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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