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요즘 뜨는 ‘레트로’ 핫플은 어디?…‘시간 여행’ 떠나요
충남 부여 규암마을에서 ‘세련된 레트로’를
이번 주말 어디로 떠날지 고민이라면 ‘시간 여행’은 어떨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극장과 탄광촌, 간이역에서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보자. 아이와 함께라면 교과서나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과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매달 국내 방방곡곡의 재미난 여행지를 소개한다. 2월의 여행 주제는 ‘우리 동네 레트로’이다. 추천 여행지는 ▲동광극장과 보산동관광특구(경기 동두천) ▲태백 철암탄광역사촌(강원 태백) ▲부여 규암마을(충남 부여) ▲군위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대구 군위) ▲군산 시간여행마을(전북 군산) 5곳이다.
◆동두천의 재발견, 동광극장과 보산동관광특구=1980년대 극장의 감성을 다시 만끽하고 싶다면, 동두천에 있는 동광극장을 추천한다. 1959년에 문을 연 동광극장은 ‘살아 있는 극장 박물관’이라 불린다. 휴게실에는 1980년대에 구입해 20여년 동안 사용한 영사기, 옛날 극장에 있던 수족관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과거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9000원의 저렴한 관람료로 최신 개봉작도 볼 수 있다. 상영관에는 총 283석이 마련돼 있는데, 특이한 점은 지정석이 아니라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특별관에 있는 리클라이너도 갖췄다. 일부 좌석은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 등이 있어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동두천에는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미군 부대가 주둔한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에는 외국인 전용 클럽이나 빅 사이즈 의류 매장 등이 옹기종기하다. 예전의 이태원이 떠오른다고 ‘작은 이태원’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이밖에도 동두천놀자숲과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도 함께 둘러보기 좋다.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은 에도시대 일본 거리를 재현한 테마파크형 드라마 세트장이다.
◆역사의 흔적 품은 ‘까치발 건물’, 태백 철암탄광역사촌=강원도에서 눈 구경도 하면서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 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태백은 1970~1980년대에 석탄 산업의 중추 역할을 했다. 철암탄광역사촌 내부에는 그 시절의 사진이 전시돼 있는 것은 물론, 광부의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마치 감독이 “액션!”을 외치면, 금방이라도 배우들이 열연을 펼칠 것 같은 과거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가운데 페리카나,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 등 6개 건물이 전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건물의 모습이 독특하다. 건물마다 아래에 기둥이 세워져 있다. 과거 탄광촌에 건물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철암천 쪽으로 공간을 확장해 지층 아래에 살 집을 마련하면서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 건물들은 ‘까치발 건물’이라 불린다.
진주성은 관광객 쉼터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호남슈퍼는 철암의 유래·역사 관련 전시 공간과 선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구성돼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과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 철암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암탄광역사촌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첫째·셋째 월요일 휴관)이며 입장료는 없다.
◆젊은 공예가들이 만든 세련된 레트로, 부여 규암마을=세련된 레트로를 원한다면 부여 규암마을을 추천한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새로운 마을이 형성됐다.
규암마을을 널리 알린 건 책방세간이다. 80년 된 담배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책방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인 박경아 대표가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을 만들고, 네 공간이 들어선 거리를 ‘자온길’이라 이름 붙였다. 자온(自溫)은 ‘스스로 따뜻해지다’라는 뜻으로, 인근의 자온대에서 따온 이름이다.
부여에서는 백제시대의 역사도 만날 수 있다. 부여 관북리 유적(사적)은 백제시대의 왕궁 터로 알려졌고, 부소산성(사적)은 당시 왕궁을 지킨 방어 거점이자 후원이다. 또 백마강(금강)과 백제교가 한눈에 보이는 수북정(충남문화재자료)도 있다. 수북정 아래 튀어나온 바위가 자온대다.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군위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최근 대구에 편입된 군위 역시 레트로 하면 빠질 수 없다. 역사(驛舍), 학교, 농가 등 자연스럽게 쓰임을 다한 낡은 건축물들이 여행 명소로 재생한 것이다. 군위 레트로 여행의 중심에는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가 있다.
화본역은 1938년 2월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역내는 드라마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하다. 폐차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 등이 흥미롭다.
화본역은 ‘네티즌이 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에 이름을 올렸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등에도 등장했다. 운영 시간은 1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연중무휴). 입장료는 만 6세 이상 1000원이다.
2009년 폐교한 옛 산성중학교 건물을 활용한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1960~1970년대 화본마을 생활상을 전시한 농촌 문화 체험장이다. 교실과 문방구, 만화방, 이발소, 구멍가게, 연탄가게, 사진관, 전파상 등이 재현돼 있다. 또 옛날 교복 입기와 사륜 자전거 타기,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운영 시간은 1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연중무휴). 입장료는 중학생~어른은 3000원, 만 3세~초등학생은 2500원이다.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유료이며 토·일·공휴일에만 예약제로 운영하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 다양한 근대건축물의 향연, 군산 시간여행마을=군산의 시간여행마을은 대표적인 레트로 여행지다. 다양한 근대건축물은 물론 1980~1990년대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골목 풍경이 정겹다.
군산의 근대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여행을 시작하면 편리하다. 박물관 왼쪽에는 1908년에 세워진 군산세관 본관을 활용한 ‘호남관세박물관’이, 오른쪽에는 ‘군산근대미술관’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에 들어선 ‘군산근대건축관’이 이어진다.
박물관 통합권을 구매하면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위봉함까지 모두 관람할 수 있다. 통합권의 가격은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이곳은 젊은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사진관과 일본인 부유층 거주지 신흥동에 남은 일본식 가옥이 있다. 사찰 동국사도 시간 여행의 특별한 볼거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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