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예의 무한한 확장…경기도자미술관 ‘현대도예-오디세이’ [전시리뷰]
극사실주의 작품도 흙으로 표현 “도예 사고의 지평 여는 기회되길”
일반적인 도자기의 쓰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해 온 ‘현대 도예’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현대 도예사의 시작과 뿌리가 된 한·미·일 작가들의 작품부터 3차원의 입체 조형까지 다원화된 예술매체로서 점토의 혁신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자미술관은 현대 도예 231점을 선보이는 소장품상설전 ‘현대도예-오디세이’를 진행중이다. 전시는 ‘흙, 현대도예의 서막’, ‘흙, 물질과 조형 언어’, ‘흙, 현대도예 모색과 탐구’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의 선구자 작품들을 통해 현대 도예의 형성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1950년대 중반부터 ‘한국적 정체성 구축’과 ‘현대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유근형의 ‘청자버들문매병’, 조소수의 ‘백자포도양각항아리’ 등 전통적인 도자기에서 많이 봤던 항아리 형태와 매병 형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후 대학에서 도예 교육을 받고, 유학을 다녀온 2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예의 변천을 알린다. 임무근의 ‘하나님의 비밀’, 정담순의 ‘벗어나고 싶은 심정’ 등은 이들 작가들이 유약, 문양 등 표면의 표현변화를 모색하고 현대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새로운 도예가 출현했다. 현대도예에서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자유분방한 표현방식이 특징적이다. 뜯기고 찢기고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입체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피터 볼커스의 ‘펜린’ 등을 통해 ‘추상표현주의’ 도자가 전성기를 이뤘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시 쓰임의 기능을 버리고 ‘오브제’ 표현주의로 조형성을 추구한 도자가 발달했다.
2부에서는 ‘물질’과 ‘조형’을 중심으로 흙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붉은색의 질퍽한 듯한 원초적 흙의 느낌을 살리고, 작품 구멍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형태의 로손 오예칸의 ‘치유하는 존재’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인 추상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 ‘소통’의 의미를 띤 파이프 형태를 겹겹이 쌓아올려 무게감을 주면서도 하중을 버티는 안정감 있는 형태를 보여주는 토비욘 크바스보의 ‘튜브조형물’, 겹겹이 쌓인 흙을 깨부수며 그 단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엔소링의 ‘발굴’ 등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수상작, 국제 공모전 수상작 등을 살필 수 있다.
3부는 도자예술의 회화적 특성이 돋보이면서도 흙이 아닌 사물 자체인 듯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실제 나무 상자와 두부를 갖다놓은 듯 보이는 아 레온의 ‘두부 인스톨레이션’, 현대사회의 관계, 소통 등을 모티브로 작가 자신을 형상화해 표정과 얼굴의 주름까지 완벽히 재현한 팁 톨랜드의 ‘짜증’ 등이 있다.
특 ‘기(器)’에 초점을 둬 쓰임과 그 이상의 무한한 확장성을 담은 작품, 차도구, 오브제 주전자 컬렉션 등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김지수 경기도자미술관 학예사는 “현대 도예는 탈장르, 융합의 의미를 넘어 도자예술 장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범주로 확장되고 있다”며 “도자예술의 이해와 특징을 살피고, 내일의 현대도예를 향한 사고의 지평을 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027년 1월10일까지.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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