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프로레슬링 중계에 6조7000억 거금 들인 이유는
콘텐츠 흥행력, 축구·야구 등 다른 스포츠 못지않아
이번 계약 계기로 향후 드라마 등 콘텐츠 사업 협력도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넷플릭스가 첫 장기 생방송 콘텐츠로 프로레슬링을 선택했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주간 프로그램 '러(RAW)'를 내년 1월부터 미국, 캐나다, 영국, 중남미 등에 독점 중계하는 데 계약 금액만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계약 기간이 10년이니 한해에 5억 달러(약 6700억원)를 쓰는 셈이다.
국내의 경우 프로레슬링은 현재 비인기 콘텐츠로 꼽힌다. 해외로 보더라도 미국, 일본,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를 제외하고는 인기 콘텐츠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인기몰이 중인 프로레슬링을 넷플릭스가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WWE, 축구·야구 등 다른 인기 스포츠 못지않아
OTT 다큐·예능에 활용된 스포츠, WWE는 드라마·영화도 가능
WWE에 따르면 RAW는 매년 1750만명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18~49세 시청 인구 기준 가장 광고 실적이 좋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미국 케이블TV 시청률 조사에서도 RAW는 월요 프로그램 중 NFL 먼데이 나이트 풋볼과 함께 1~2위를 다투는 인기 콘텐츠로 꼽힌다.
아울러 WWE는 젊은 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소셜서비스네트워크(SNS) 상에서 축구, 야구, 미식축구 등 다른 스포츠에 못지않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27일 기준 WWE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910만명이다. NBA(2130만명), NFL(1250만명), MLB(487만명)보다 많다.
이날 인스타그램 기준으로도 WWE 공식 계정 팔로워 수는 3071만명인 가운데 WWE에서 풀타임 또는 파트 타임으로 활동 중인 랜디 오턴(700만명), 로만 레인즈(760만명), 존 시나(2029만명) 등도 수백만명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 캐나다, 영국, 중남미 외에도 순차적으로 지역을 확대해 WWE 콘텐츠를 독점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사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방송하는 NXT와 스맥다운,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로얄럼블, 레슬매니아, 섬머슬램, 서바이버 시리즈 등)도 향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블TV 등 리니어 TV 시장에만 제공했던 WWE 콘텐츠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면 미국, 중남미뿐만 아니라 향후 일본, 멕시코 등에 있는 프로레슬링 팬들과 세계 곳곳에 숨은 프로레슬링 팬들도 넷플릭스 신규 구독자로 이끌 수 있다.
프로레슬링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수성도 넷플릭스가 WWE와 계약한 이유 중 하나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어닝콜에서 "WWE RAW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서 우리 스포츠 사업의 최적점인 스포츠 드라마에 딱 어울린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WWE는 이번 계약을 통해 서로 간 파트너십을 강화함으로써 서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RAW만 중계하지만 향후 양사 간 협업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 등에 WWE 인기 스타들이 출연할 가능성이 있다.
닉 칸 WWE 회장도 향후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가 오를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지난 24일 NFL 출신 팻 맥아피 유튜브에 출연한 칸 회장은 넷플릭스가 포뮬러원(F1)과 협업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를 언급하며 "넷플릭스가 WWE에 가져다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생각했다. 넷플릭스와 협업해 영화를 만든다든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레슬링이 다른 스포츠보다 콘텐츠 활동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는 이유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프로레슬러는 스포츠 선수보다 배우에 더 가깝다. 각본 아래 프로레슬러들은 링 안과 밖에서 서사를 만들어낸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더 락' 드웨인 존슨, 데이브 바티스타 등은 과거 WWE에서 활동했던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프로레슬러들의 이러한 연기력은 할리우드에도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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