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만원이라도 아껴야죠" 기후동행카드 첫날 시민 기대감
현금으로만 실물카드 구매 등 불편…"이용범위 넓었으면" 수도권 주민 아쉬움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만기일: 2024.02.25 기후동행카드'
27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개찰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찍으니 '삐빅' 소리와 함께 이런 메시지가 단말기 화면에 떴다.
서울 시내 대중교통을 월 6만원대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시범 사업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이는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를 포함한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이날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만난 시민 상당수는 물가상승으로 부담이 적지 않은 와중에 교통비를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이진희(54)씨는 "남편이 평일에는 망원역과 돌곶이역 사이를 오가고 주말에도 지하철·버스를 자주 이용해 매달 교통비로 10만원 정도를 쓰는데 혜택이 큰 카드가 나와서 대신 구매하러 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윤이(27)씨는 "평일에 남가좌동에서 국회의사당 부근으로 출근하기 위해선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해야 해서 기후동행카드로 한 달에 적어도 4만원은 아낄 수 있다"며 "봄에는 따릉이도 많이 타기 때문에 4월엔 (따릉이도 탈 수 있는) 6만5천원권으로 충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소 6호선 광흥창역에서 5호선 광화문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문모(31)씨는 "평소에 교통비로는 7만∼9만원 정도를 쓰는 것 같다"며 "곧 대치역 인근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어 교통비가 더 많이 들 것 같아서 미리 구매했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7)씨도 "출퇴근 동선이 길어 추가 요금만 300원이 붙을 때가 있어서 아까웠다"며 "한 달에 교통비로만 10만원 넘게 썼는데 이제는 교통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신용카드로 충전할 수 없고 실물카드를 현금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편하다는 시민도 있었다. 아이폰 이용자는 실물카드만 쓸 수 있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25)씨는 "갤럭시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핸드폰이 꺼지는 상황이 걱정돼 실물 카드를 구매했다"며 "평소 현금을 잘 쓰지 않는데 (기후동행카드를) 충전하려고 은행에서 10만원을 뽑아야 해서 불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물카드를 구매해도 어차피 티머니 홈페이지에서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데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신용카드로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 이용 범위에서 신분당선과 다른 시·도 면허 버스, 광역버스가 제외돼 아쉽다는 수도권 주민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 부천의 지하철 1호선 역곡역에서 만난 대학생 유민지(24)씨는 "지금은 방학이지만 학기 중에는 역곡역에서 건대입구역까지 매일 오가는데 역곡역에서는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없다"며 "바로 전 역인 온수역에서는 승·하차가 가능한데 역곡역에선 안 되는 건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실제 이날 역곡역에서 기후동행카드로 하차를 시도하자 경고음과 함께 개찰구 화면에 '기후동행카드 사용 불가 역'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역무원은 "역 밖으로 나가려면 다른 교통카드로 별도 이용요금을 내고 나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경기 광명에서 지하철 2호선 시청역까지 매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출근한다는 김모(44)씨는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이 나온다고 해서 반가웠는데 광명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아쉬움이 크다"며 "더 넓은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시내버스 6716번 기사 윤여은 씨는 "승객 두 분 정도가 버스에서도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하차할 때도 안 찍고 내리시려고 해서 '두 번 연속 안 찍으시면 카드 이용이 하루 동안 정지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강동구 성내동에 사는 직장인 채모(31)씨는 "출퇴근 길에 기후동행카드라는 홍보물은 많이 봤는데 내용이나 혜택은 제대로 몰랐다"면서 "카드 이름은 알지만 '기후', '동행' 같은 단어가 모호해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건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아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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