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AI용 메모리반도체 R&D···최대 50% 세제혜택
'감세 통한 첨단기술 경쟁력' 비롯해
'가업 상속·증여 부담 완화' 기조 반영
지난 23일 기획재정부가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7월 공개한 세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입니다.
보통 기재부는 매년 7월경 세법을 어떻게 고칠지 공개하고 그 후속 조치로 그 다음해 1월마다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합니다. 여기에 매년 초마다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 따라 세법 시행령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세법 시행령 개정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친기업적인 조세 대책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방산 기술에 대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엔 각각 ‘감세 정책을 통한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와 ‘상속·증여세제 전반 개편’이라는 현 정부의 조세 정책 테마가 녹아 있다는 해석입니다.
우선 반도체 분야 국가전략기술에 HBM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띕니다. 국가전략기술 관련 연구개발(R&D) 비용의 경우 중소기업은 40~50%,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30~4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HBM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메모리반도체입니다. 최근 챗GPT 등 AI 기술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HBM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한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제조 대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해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도 국가전략기술에 지정됩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소 형성 및 봉지 공정 장비와 부품 기술이 들어왔습니다.
‘K방산’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인 것도 특징입니다. 구체적으로 △가스터빈 엔진 등의 추진 체계 △군사위성 체계 △유무인 복합 체계 등 3개 기술은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일반 R&D보다 높은 공제율이 적용됩니다. 중견·대기업은 20~30%, 중소기업은 30~4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 기회발전특구 내 중소·중견기업 2세 경영인은 회사를 상속받을 때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가업상속공제를 받게 됩니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상속인이 기업을 물려받은 뒤 2년 안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합니다. 또 영위하는 사업을 바꾸더라도 일정 업종 내에서만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발전특구에 한해서는 이 같은 요건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산업 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요구가 많다”며 “기회발전특구에 한해서 가업상속 관련 세제에 대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엔 가구 제조업을 하던 기업이 가업 승계를 한 이후 자동차 부품 제조업으로 업종을 바꿨다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똑같이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에 포함되기 때문에 같은 경우라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기업 감세’ 기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같은 기조는 이미 이달 초 정부가 발표했던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어느 정도 예고돼 있던 대목입니다.
당시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년 연장한다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업 투자금에 대한 기본 공제율을 2~6%포인트 높이고 직전 3년 평균보다 늘어난 투자액의 10%를 추가 공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야당의 반대로 그대로 일몰을 맞았습니다. 여기에 일반 분야 R&D 투자 증가분에 대해 올해 말까지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상향한다는 대책도 담았습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임투세액공제 1년 연장과 일반 R&D 세액공제율 일시 상향으로 내년 1조 6000억 원의 국세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세수 감소를 무릅쓰고 정부가 첨단 기술에 대해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 투자 촉진을 도모해야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어려운 가운데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배려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습니다.
가업 승계 세금 부담 완화 역시 ‘기업 활력 제고’라는 측면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상속·증여서 개편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가업상속공제 등의 요건 완화 대책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으로 꼽힙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재벌과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장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한다든가 이런 경우에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때문에 유산세 형식의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조만간 개편하는 방안이 윤곽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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