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도둑맞은 `쌍둥이 딸`…엄마는 꼭 안고 아무말 못했다 [SNS&]

안경애 2024. 1. 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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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전 출생 직후 병원에서 불법으로 팔려간 쌍둥이 자매
TV 방송, 틱톡 영상, 페이스북 통해 서로를 발견하고 재회
독일에 사는 엄마도 만나…조지아에서 수만명 영아매매 피해
22년전 병원에서 불법으로 팔려나가 따로 자란 쌍둥이 자매 에이미(왼쪽)와 아노. 사진=BBC
4살 때의 에이미 크비티아. 사진=BBC, 에이미 크비티아
12살 때의 에이미와 아노 사진=크비티아 가족·프리맨틀·SIMCO
아노(왼쪽)와 에이미 사진=BBC·우디 모리스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의 한 호텔. 22년전 낳은 쌍둥이 두 딸이 죽었다는 병원의 말만 믿고 포기했던 엄마는 22년 만에 만난 두 딸을 꼭 끌어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쌍둥이 딸을 처음으로 안아 본 순간이었다.

쌍둥이 두 딸은 그들이 쌍둥이로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 그런 그들을 연결한 것은 소셜미디어 틱톡과 페이스북, 그리고 두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마치 거울을 보듯 똑같이 생긴 외모 덕분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26일(현지시간) 2002년 태어난 직후 영아 암시장에 팔려나간 조지아의 쌍둥이 자매가 자신들을 낳아준 엄마와 재회한 순간을 전했다.

이들은 조지아에서 만연했던 영아 암매매의 희생자였다. 2002년에 태어난 에이미와 아노는 엄마 아자가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병원에 의해 영아 시장에 팔렸다. 엄마 아자는 아기들이 태어난 직후 죽었고, 병원의 정원에 묻혔다는 끔찍한 얘기를 듣고 눈물만 흘렸다.

20대 초반이 돼서 엄마를 처음 만나는 딸들은 머뭇머뭇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는 달려나가 쌍둥이를 한 명씩 꼭 껴안았다. 몇 분 동안 꼭 끌어안은 채 이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볼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세 사람은 마침내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 어떻게 헤어지게 됐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엄마는 출산 후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병원에서 전해 들은 얘기를 해줬다. 그러면서 죽은 줄 알았던 두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이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항상 인생에서 뭔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검은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저를 따라다니며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물어보는 꿈을 꾸곤 했어요."

아노가 말했다. 그런 느낌은 에이미를 만났을 때 사라졌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각각 다른 집으로 보내진 이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은 2021년 11월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온 한 영상이었다. 에이미가 파란 머리를 하고 눈썹을 뚫는 영상을 올렸다. 이를 본 쌍둥이 자매 아노의 친구가 자신의 친구와 꼭 닮은 소녀의 영상을 아노에게 보냈다. 320km 떨어진 도시에 사는 소녀가 자신의 헤어진 쌍둥이 자매일 줄 꿈에도 모른 아노는 "나와 닮았는데 참 멋지네"하고 생각했다.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 도움을 받기 위해 자신이 다니던 대학의 소셜미디어 그룹에 동영상을 공유했다. 그 영상을 보고 에이미를 아는 누군가가 페이스북으로 아노의 메시지를 연결해줬다.

에이미는 아노가 열두살이던 2014년 '조지아 갓 탤런트(Georgia's Got Talent)'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본 소녀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당시 에이미도 자기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보고 오랫동안 궁금증을 가졌다.

당시 아노는 조지아 갓 탤런트에 출연해 자이브 춤을 췄다. 아노를 보고 놀란 것은 에이미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을 아는 이들은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에이미가 왜 다른 이름으로 TV에 출연해 춤을 추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누구에게나 도플갱어가 있을 수 있다며 넘겼다.

7년 만에 연결된 그 아이에게 "오랫동안 널 찾아다녔어!"라고 에이미가 메시지를 보내자 아노가 "나도 그랬어"라고 답을 보냈다.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갔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많음을 발견했다. 둘 다 조지아 서부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증명서에 따르면 생일은 몇 주 차이가 났다. 자매가 아니고 쌍둥이도 아닌데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들은 같은 음악과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헤어스타일도 같았다. 이형성증(dysplasia)이라고 불리는 동일한 유전 질환이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마치 수수께끼를 함께 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해 조지아 트빌리시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얼굴뿐 아니라 목소리도 같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쌍둥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 후 지난 2년여간 쌍둥이 자매는 자신들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풀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조지아 병원에서 암시장에 팔려 나간 수천 명의 아기 중 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가족과도 만나서 두 사람이 모두 2002년 몇주 간격으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쌍둥이는 출생 날짜를 포함한 공식 출생증명서의 세부 사항이 잘못됐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에이미의 어머니는 지인이 지역 병원에 부모가 키우길 원치 않는 아기가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큰 비용을 치르고 아이를 데려와 키웠다. 아노의 어머니도 비슷한 경우였다. 입양 가족 중 누구도 그들이 쌍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딸을 입양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불법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들은 불법 입양된 이들을 친부모와 찾도록 도움을 주는 페이스북 그룹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올렸다. 그때 독일의 한 여성이 자신의 엄마 얘기를 올렸다. 2002년 키르츠키 산부인과 병원에서 쌍둥이 여아를 낳았는데, 그들이 죽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DNA 검사 결과 페이스북 그룹에 있던 소녀는 그들의 여동생이었고, 독일에서 그들의 엄마 아자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 그룹은 2021년에 언론인 타무나 무세리제가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지만 이후 수백명이 가족을 찾고 수십 년에 걸친 영아 암매매와 불법입양 스캔들을 폭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타무나는 1950년대 초반부터 2005년까지 조지아 전역에서 조직 범죄자들이 주도하고 택시 운전사와 정부 고위층이 연루된 불법 입양이 일어났음을 폭로했다. 타무나는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대 10만명의 아기가 조직적 범죄에 의해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아기를 사간 사람들은 1년치 연봉에 맞먹는 돈을 냈다고 한다. 미국, 캐나다, 키프로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전역으로 아기들이 팔려갔다.

2005년 조지아는 입양법을 개정하고 2006년에는 인신매매 방지법을 강화했다. 조지아 정부는 또한 2022년, 아동 인신매매에 대한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다.

BBC는 "많은 일들이 오래 전에 일어났고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다"면서 "개별 사례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조지아 내무부에 연락했지만 데이터 보호를 이유로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타무나는 현재 인권 변호사와 힘을 합쳐 조지아 법원에 피해자들의 출생 서류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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