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사키? 구단도 잘못했다, ML 고집 부린 것 아니다" 지각 계약으로 갈등 봉합
[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용하지 않은 지바 롯데 구단과 갈등을 빚은 ‘퍼펙트 투수’ 사사키 로키(23)가 새 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사사키와 구단 모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 섰다.
‘데일리스포츠’를 비롯해 일본 언론들은 27일 사사키의 계약 갱신과 기자회견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전날(26일) 구단과 계약에 합의한 사사키는 이날 지바 롯데 홈구장 조조마린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사키는 “그동안 좀처럼 공개석상에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여러 보도로 팬 여러분께 오해와 염려를 끼쳤다”고 팬들에게 인사말부터 전한 뒤 “입단 때부터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구단과 소통을 해왔다. 협상은 에이전트를 통해 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구단과 차분히 시간을 들여 했다. 서로 납득하는 형태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사사키는 지난달 10일 구단에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포스팅 신청 마감 시한까지 불과 5일을 남겨둔 상황이었고, 지바 롯데 구단은 아무런 반응 없이 넘어갔다. 포스팅 거부였다. 나이 25세, 프로 6년차 미만 해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국제 아마추어 규정을 적용받아 계약금과 첫 3년간 연봉이 최저로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지바 롯데가 포스팅을 해줄 이유는 더욱 없었다. 현행 규정상 사사키가 지금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지바 롯데가 포스팅으로 받을 금액도 얼마 안 된다.
무엇보다 입단 후 3시즌밖에 소화하지 않았고, 규정이닝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인 요시이 마사토 지바 롯데 감독도 “나라면 구단에 조금 더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이 불발된 뒤 사사키의 연봉 협상 난항이 이어졌고, 해를 넘겨 2월 스프링캠프가 다가오는 시점까지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 선수 중 유일한 미계약자로 남으면서 메이저리그 도전 시기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사사키가 일본프로야구 선수회를 탈퇴한 소식까지 알려졌다. 지바 롯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자비로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캠프 시작 5일을 남기고 계약을 마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사사키는 “어릴 적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메이저리그는 나의 꿈이었다. 매년 구단과 이에 대한 소통을 하고 있고, 구단도 이해해주고 있다”며 “미래에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우선 2024년 눈앞의 시즌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츠모토 나오키 지바 롯데 구단 본부장도 계약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사사키가 이기적으로 행동하거나 고집을 부린 것은 전혀 아니다.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부족한 점이 있어 실수를 했다. 그 부분을 조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사키는 입단할 때부터 에이전트를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 꿈을 이야기했다. 일부 보도에서 나온 것처럼 지난해 갑자기 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사사키의 도전 의지가 더욱 커진 것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일본 빅리거 선배들과 함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사키는 “지난해 WBC에서 오타니, 다르빗슈와 같이 하면서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라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 꿈을 미룬 만큼 올해 각오도 남다르다. 사사키는 “올 시즌 마린스에서 뛴다. 싸울 준비를 하겠다. 작년에 많이 던지지 못한 만큼 이기는 경기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완 투수 사사키는 오후나토 고교 3학년 때 최고 163km 강속구를 뿌려 ‘레이와의 괴물’로 큰 기대를 모았다. 2019년 드래프트에서 4개 팀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지바 롯데는 구단을 넘어 일본야구의 자산이 될 사사키를 위해 5년 육성 계획을 수립, 보물처럼 아끼고 보살피며 특별 관리했다. 2020년 입단 첫 해에는 1~2군 모두 실전 등판 없이 프로 선수로서 몸을 만드는 트레이닝 과정부터 거쳤다.
2021년 1군 데뷔 후에도 투구수 제한 및 정기적인 휴식으로 사사키 특별 관리가 계속됐다. 2021년 11경기(63⅓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2.27 탈삼진 68개로 가능성을 보인 사사키는 2022년 20경기(129⅓이닝) 9승4패 평균자책점 2.02 탈삼진 173개로 활약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특히 그해 4월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9이닝 19탈삼진 무실점으로 일본 최연소(20세5개월) 퍼펙트 게임으로 괴력을 보여줬다. 19탈삼진 경기는 일본 신기록, 13타자 연속 탈삼진은 세계 신기록이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선발로 나선 사사키는 최고 101.9마일(164.0km), 평균 100.5마일(161.7km) 포심 패스트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4월28일 오릭스전에선 165km 강속구로 오타니가 2016년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기록한 일본 최고 구속과 타이를 이뤘다. 시즌 성적은 7승4패 평균자책점 1.78로 투구 내용은 더 좋아졌지만 오른손 중지 물집, 내복사근 손상, 고열 증세로 3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15경기 91이닝 소화에 그쳤다. 1군 데뷔 후 3년간 규정이닝 시즌이 한 번도 없는 사사키이지만 5년 육성 계획 마지막 해가 되는 올해 150이닝 이상 늘릴 계획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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