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달러' 스테픈 커리 위스키, 한국선 왜 30만원일까
증류주 과세액, 수입가의 150% 넘어
도수별 종량제 도입이 해결책으로 제시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여러분 위스키를 좋아하시나요? 최근 우리나라에도 '하이볼' 붐이 불면서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저도 가끔 집에서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넣은 하이볼을 마시곤 합니다. 도수가 너무 높지 않으면서도 맛이 깔끔하고 숙취도 별로 없죠.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다양한 위스키들이 눈에 더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최근엔 미국 NBA의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가 론칭한 위스키 '젠틀맨스 컷'이 국내에 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최애' 선수인 커리가 만든 위스키라니, 한 병 사볼까 싶었습니다.
'커리 위스키'는 켄터키 버번 위스키인데요. 국내에서는 '메이커스 마크'나 '에반 윌리엄스' 등이 대표적인 켄터키 버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는 나라셀라가 수입을 맡고 있습니다. 아무튼 론칭 기념으로 할인도 한다 해서 유심히 봤더니 가격이 무려 30만원이었습니다. 굉장히 비싸죠.
그래서 미국 현지에서는 얼마에 팔리나 찾아봤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정가가 84.99달러이고 약간의 할인이 붙어 80달러 안팎에 구매할 수 있더군요. 달러 당 1330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대략 10만6400원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10만원짜리 위스키가 한국에선 왜 30만원으로 둔갑한 걸까요. 수입사의 폭리라고 생각하면 간단하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주간유통]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를 마셔야 하는 한국의 주세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55%의 비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주류에는 세금이 붙습니다. 주종에 따라 술의 가격에 비례해 세금이 붙는 '종가세'와 술의 양에 맞춰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나뉩니다. 원래 우리나라는 모든 주류에 종가세를 적용했지만, 지난 2019년 주세법을 개정하면서 맥주와 탁주는 종량세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위스키가 포함되는 증류주는 여전히 종가세가 적용됩니다.
그럼 위스키 한 병에 세금이 얼마나 붙는지, 대략적인 계산을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앞서 젠틀맨스 컷이 현지에서 1병에 80달러 정도라고 했었죠. 실제로 수입사가 가져오는 가격은 당연히 이보다 낮을 겁니다. 보통 현지 판매가의 60% 안팎에서 수입가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럼 80달러짜리 위스키 한 병의 수입원가는 대략 6만4000원 근처일 겁니다. 이제 세금을 붙여 볼까요. 우선 관세 20%가 붙습니다. 7만6800원이 됐죠. 여기에 72%의 높은 주세가 더해집니다. 약 5만5000원가량이죠. 단숨에 13만원이 넘습니다. 끝이냐구요.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추가됩니다. 이제 15만원쯤 됩니다. 아직도 끝이 아닙니다. 10%의 부가가치세가 있습니다.
수입원가 6만4000원짜리 위스키에 관세와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모두 더하면 16만3553원이 됩니다. 처음 가격의 2.5배 정도 되죠. 이건 단순히 위스키에 대한 '원가'일 뿐입니다. 수입사가 제품을 가져오는 운송비, 인건비, 마케팅비, 수입사의 몫인 이윤은 계산하지도 않았습니다. 80달러 위스키가 30만원이 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종량세 되면 달라질까
이웃나라 일본은 1989년 일찌감치 종량세로 전환했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위스키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30% 이상 저렴합니다. 앞에서 예시로 들었던 젠틀맨스 컷은 20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고 국내에서 3만원 후반~4만원대인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도 현지에선 2만원 이하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위스키 수입량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9년 1억5393만 달러였던 위스키 수입량은 2022년 2억6684만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도 2억 달러를 훌쩍 넘었습니다.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종량세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증류주의 종량세 전환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같은 증류주로 묶이는 희석식 소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9년 종량세 전환 논의에서 증류주가 빠진 것도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있습니다. 종량세로 전환하되, 도수 별로 차등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거죠. 저도수 술에는 낮은 세금을, 고도수 술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는 겁니다. 일본이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종량세 전환은 사실 '시대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OECD 국가 35개국 중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멕시코와 칠레 등 두 나라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주종별로 종가세와 종량세를 혼합하는 나라도 호주와 터키 뿐입니다. 나머지 30개국은 종량세를 적용합니다.
50년 넘게 이어진 체계를 바꾸는 것이 하루이틀 만에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외면만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를 마시는 우리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주류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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