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고민' 윤석열 vs '차기 대권' 한동훈, 또 공천 전쟁?

CBS 오뜨밀 2024. 1. 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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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공천, 정당 '진심' 볼 수 있는 바로미터
공천 못 받은 정치인, 끈 떨어진 신세 돼버려
과거엔 공천 대가로 대표에게 '헌금' 내기도
당내 경선, '강성 지지층' 부작용은 우려할 점
퇴임 후 생각하는 윤석열, 與 공천에 영향력?
대권주자 한동훈, '尹심 vs 총선 승리' 기로에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평론가

◇ 채선아> 요즘 전략공천이다, 시스템 공천이다, 어느 당에서 공천 갈등이 있다. 이렇게 '공천'이라는 키워드가 정치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죠. 정치인들이 목숨까지 건다는 '공천'. 기초 개념부터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민하 평론가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가끔 정치인들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지?' 싶은 결정을 할 때가 있거든요. 정치 기자들한테 물어보면 '다 공천받으려고 그래' 이렇게 답하는 경우가 많아요.

◆ 김민하> 정치인이 당의 소속으로 선거에 나가려면 공천을 받아야 하니까 모든 행위가 공천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건 맞죠. 국회의원 선거라든지 전국동시지방선거라든지 이런 선거를 분류상 '공직선거'라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당 소속의 후보에 대해서 표를 던져야 하지 않습니까? 정당이 그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을 '공천'이라고 합니다.


◇ 채선아> 올림픽에 비유를 해보면 공천은 국가대표 선발전에 해당하는 거네요. 그런데 국가대표가 정해지고 나서 치러지는 올림픽 본선만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요. 왜 우리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해당한다는 공천 과정까지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 김민하>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말만 들어서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에 부족할 때가 있잖아요.

◇ 채선아> 선거 앞두고 공약 발표한 거 보면 정말 그런 공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더라고요.

◆ 김민하> 당이 여러 가지 약속을 하고 그럴듯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런 의문이 들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싶으면 '집에 가보면 된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 사람이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면 대략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올 거 아닙니까?

◇ 채선아> 공천 과정을 아는 게 그 사람 집에 가보는 거랑 비슷한 거군요.


◆ 김민하> 정당 내부에서 무슨 논리에 따라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이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실제로 '이 당은 이런 당이구나'를 알 수가 있는 겁니다. 우리 정치가 실제로는 어떤 상태인지 공천 과정을 보면 좀 더 본질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가령 과거에 '3김 시대'에는 제왕적 총재가 공천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했어요.

◇ 채선아>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있던 시대죠.

◆ 김민하> 그분들 같은 경우에는 당이 곧 총재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역전된 시대 아니겠습니까? 3김 시대가 저물고 정당 민주화가 이루어졌죠.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총재가 공천을 좌지우지하지는 않아요. 공직선거법에 '공천과 관련해서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총재가 중심이 돼서 내리꽂기식으로 공천해도 큰 문제가 없는 시대였는데, 이제는 민주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하지만 실제로 민주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사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미흡합니다. 그래서 그걸 한번 평가해 보는 게 실제 우리가 정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죠.


◇ 채선아>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시스템 공천'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하거나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공천 말고 공정하게 공천하겠다는 건가요?

◆ 김민하> 3김 시대에 제왕적 총재가 하는 공천은 결국 총재의 마음에 달린 거죠. 어떤 사람을 왜 공천했는지는 총재가 아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그런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공천 룰을 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어떤 기준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공천할 건지 처음에 기준을 마련해 놓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걸 보통 정치권에서 '시스템 공천에 따라서 합니다' 라고 얘기를 하죠.

◇ 채선아> 룰에 따라서 하겠다는 거죠.

◆ 김민하>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에 국민의힘에서 '이제 우리는 시스템 공천을 합니다' 라고 얘기를 했고요. 민주당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당내에 두는 기구가 공천관리위원회예요.

◇ 채선아> 공천관리위원회는 뭐 하는 곳인가요?

◆ 김민하> 당 대표라든지 또는 당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그룹이나 사람들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공천과 관련된 일만 하도록 하는 기구입니다.


◇ 채선아> 그럼 외부에서 사람이 오나요?

◆ 김민하> 보통은 외부에서 공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모시고요. 그 밑에 공천관리위원들이 구성됩니다. 이 중에는 외부에서 온 사람도 있고 내부 출신 사람도 있습니다. 섞어서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래서 공천관리위원장이 누구인지가 늘 화제가 되고 평가 기준이 되죠. 예를 들면 국민의힘에서 공천관리위원장 하는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인 출신이거든요.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고 당 대표 격인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검사 출신이죠. 그런데 공천관리위원장도 또 법조인 출신인 게 좀 이상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고요.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정치에 전문성이 있는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공천관리위원장입니다. 이분은 다소 색깔이 이재명 대표에 가깝지 않나, 친명 인사 아닌가, 라는 평가가 또 있어요.

◇ 채선아> 경선은 또 뭔가요?

◆ 김민하> 시스템 공천이라는 틀 안에서 여러 사람이 공천받기 위해서 특정 지역구에서 '내가 여기서 한번 선거를 좀 띄워보겠습니다. 이 당의 후보로 한번 나서보겠습니다' 신청을 할 거잖아요. 그 사람이 당의 후보로 나가기 위해서는 경쟁을 붙여야 하지 않습니까? 경쟁을 붙일 때 가장 쉬운 게 뭐냐면 '당내에서 작은 선거를 한번 해봅시다' 이렇게 하는 거거든요.

◇ 채선아> 본선 전에요.

◆ 김민하> 그렇죠. 이 선거를 '경선'이라고 합니다. 경선룰은 당의 시기와 상태에 따라서 달라져요. 요즘에는 보통은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섞어서 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요.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에서 '당원 20%, 일반 국민 여론조사 80%'의 비율을 적용해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좀 더 크게 하는 것으로 바꾼다고도 하고요.

또 경선에 너무 많은 사람이 응하다 보면 중간에 걸러내야 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 '컷오프'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또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과거에 음주 운전을 했다든지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든지 이런 분들을 걸러내는 용도로도 씁니다. 미리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개념이죠.


◇ 채선아> 컷오프는 서류 심사 같은 거네요. 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져서 공천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 김민하> 컷오프 단계에서 걸러진 사람들은 무소속으로 그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또 다른 당으로 옮겨서 출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선에서 진 경우, 그 지역구에는 무소속으로 또는 다른 당으로 당직을 옮겨서 출마할 수가 없습니다. 이거는 경선에 불복하는 것을 금지한 거예요. 1997년 대선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자당(신한국당)의 경선에서 패배했는데 그것에 불복해서 따로 나가서 당을 만들고 대선 출마를 한 적이 있어요.

◇ 채선아> 경선을 치러서 졌는데 또 나간 거군요.

◆ 김민하> 그것이 정치적인 혼탁함을 발생시켰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됐습니다. 이후에 법을 만들어서 금지했고요. 그러면 불출마한 경우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4년 후를 기약하거나 '정치를 그만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 채선아> 다음 선거까지 4년을 어떻게 기다려요?

◆ 김민하> 그게 문제죠. 만약 정치를 아예 그만두면 다른 직업을 찾으면 됩니다. 하지만 4년 후에 다시 선거를 치르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다른 직업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 별다른 경제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그 지역에서 또 선거 준비를 위한 정치적 활동을 해나가야 하는 거예요. 돈은 돈대로 써야 하고요. 이게 상당히 어려운 길입니다.

◇ 채선아> 돈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겠는데요.

◆ 김민하> 그렇죠. 정치인으로서는 굉장한 비애입니다.

◇ 채선아> 이제 정치인들이 공천에 왜 목숨을 거는지 이유를 좀 알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당 명찰을 단 후보가 돼야 하는 거죠. 그래야 당 차원의 선거 지원도 있을 거고, 당선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니까요. 공천 헌금을 주면서까지 공천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 김민하>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는 '공천 헌금'을 내야 공천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총재는 그것을 정치자금으로 관리하면서 열세인 지역구에는 받은 돈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하기도 하기도 했거든요. 반면 최근에는 선거에 나가게 된 사람들이 특별당비를 좀 더 내서 선거 자금을 좀 보탠다든지 이런 개념이 됐고요. 과거처럼 헌금을 바쳐서 공천을 받는 건 이제 범죄 수준이 됐죠.

지금은 경선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경선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많이 동원하는 게 마치 능력처럼 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 요즘에는 모바일이 발달했기 때문에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경선 과정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경선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지금 당 활동을 하는 유권자들, 즉 당원들이 원하는 맞춤형 메시지를 얼마나 잘 주느냐, 이게 능력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 정치에 좀 부작용이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들도 나오죠. 당원들이 요구하는 메시지라는 건, 그 당의 핵심 지지층이 요구하는 메시지인 경우들이 많잖아요. 국민의힘으로 따지면 소위 말하는 '극우 지지층'이 좋아할 수 있는 메시지로 비화하는 경우가 있고, 민주당으로 따지면 이재명 대표의 극성 지지층이 원하는 메시지라든가 이런 거 있지 않습니까. 일반 국민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경선 과정에서 얘기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그게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 채선아> 여기까지 공천의 기초 개념을 살펴봤습니다. 지금 특히 국민의힘에서 공천 관련 논란이 많은데 어떤 상황인가요?


◆ 김민하> 아무래도 여당은 힘이 대통령한테 쏠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이후에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퇴임 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자기 사람들을 국회에 많이 보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공천 과정에 대통령이 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항상 나옵니다.

◇ 채선아> 퇴임 후를 생각하는군요.

◆ 김민하> 그래서 반대쪽에선 또 그런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죠. 이번 총선 같은 경우는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후 대권주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많이 공천하고 싶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최근에 양측이 좀 갈등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일단 갈등이 봉합됐지만,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2차전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들을 공천할 것이냐 아니면 그걸 막는 쪽으로 가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위주의 공천을 할 것이냐, 여기서 갈등 구도가 벌어질 수도 있겠죠. 이런 줄다리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채선아> 그 줄다리기 중에 지금 언급되는 인물이 김경율 비대위원이거든요. '전략공천' 논란이 있었습니다. 전략공천이 뭔가요?


◆ 김민하> 모든 지역에서 경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지역의 경우에는 당의 전략에 따라서 특정 지역구에는 외부 영입 인사라든지 당의 특별한 인사가 있어서 '이 지역에는 이 사람을 그냥 출마시키는 게 좋겠다'라는 전략을 당이 세울 수도 있어요.

◇ 채선아> 그럼 경선을 안 하고요?

◆ 김민하> 그렇죠. 그럴 때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독자적인 판단을 해서 '여기는 전략공천을 합시다'라고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고도의 판단과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겠죠. 그런데 지난번에 김경율 비대위원이 문제가 된 이유는 뭐냐면, 그 지역구는 당시에 전략공천을 한다는 결정이 없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도 아니고 당 대표 격인 인사인데, 그 지역에 가서 '김경률 비대위원 비대위원이 이 지역에 출마를 할 겁니다'라고 소개를 해버린 거예요.

문제는 그 지역구에 이미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당협위원장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분 입장에서는 '아니 당대표격 인사가 와서 이렇게 소개해버리면 공정한 경선이 되겠는가', 그리고 혹시라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을 출마시켜야겠다는 의향을 갖고 있다고 하면 이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구가 되어 경선을 치를 기회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되어 반발이 나온 겁니다.

◇ 채선아> 그래서 '사천'이다라는 얘기가 나왔군요.

◆ 김민하> 그렇습니다. 사적인 이유에 의한 공천이 이루어지는 거 아니냐는 의미에서 '사천'이다 이런 용어를 쓴 거죠. 이 지역구는 지금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는 지역구로 정해놨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김민하 평론가와 함께 공천의 기초 개념부터 지금 나오는 뉴스를 둘러싼 맥락들까지 살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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