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상공에서 불꽃 튀는 전 지구적 경제 전쟁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한국도 우주 경쟁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 서둘러야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인공위성은 그 목적에 따라 다른 궤도를 선택한다. 통신위성의 경우 지정된 지역에 머무르면서 통신을 연결하기 위해 지구와 동일한 속도로 회전할 수 있는 3만6000km 상공에 자리 잡고 있다. 지구에서 바라보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지궤도라도 부른다. 기상 예보 때 구름 영상을 제공해 주는 기상위성 역시 정지궤도에 자리 잡고 있다.
지구의 남극과 북극 궤도를 선회하는 위성도 있다. 위성이 북극과 남극을 선회하는 동안 지구는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은 서쪽으로 조금씩 치우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이용하면 지구의 전체 표면을 관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숫자상 제일 많은 위성은 대기권 최상층부에 해당하는 500~1500km 저궤도를 선회하고 있다. 지표면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사진을 촬영하는 정찰위성이나 지구관측위성 등이 이 궤도에 몰려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경쟁적으로 진행돼
최근 들어서는 통신위성이 과거의 정지궤도가 아닌 저궤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까울수록 속도의 지연 없이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 중인 스타링크가 대표적이다. 고가의 대형 위성 대신에 저가의 소형 위성을 대량으로 저궤도에 투입해 지구 전역을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2021년 등장한 스타링크는 현재 4088개 위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2030년을 전후해 4만2000개까지 위성을 늘려 지구 어디에서나 1Gbps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량의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스페이스X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팰컨9이다. 스페이스X는 팰컨9을 이용해 한 번에 60대 내외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고 있다. 향후 초대형 로켓인 스타십을 이용해 한 번에 400대까지 저궤도에 위성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과 실용성을 의심받던 스타링크는 2022년 2월 개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그 위력을 세계에 보여줬다. 러시아의 각종 전자전에도 최전선에서 안정적인 통신망을 유지했던 것이다. 이후 많은 기업이 스타링크와 유사한 형태의 저궤도 통신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재 스타링크와 맞서고 있는 위성통신망은 원웹이다. 우리나라의 한화시스템도 3억 달러를 투자해 참여하고 있는 원웹은 648개 위성을 통한 전 지구적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부터 고위도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당초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으로 구축되던 원웹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라이벌 관계인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해 위성 발사를 지속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을 통한 통신망은 지상망을 구축하기 어려운 지역에 통신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약 60%의 지역에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국토가 넓은 국가일수록 지상망에 기반한 네트워크 구축에는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위성을 이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스타링크의 경우 월 120달러의 통신비를 납부하면 안테나로 위성과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안테나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직접 위성과 연결하는 방법도 조만간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케이블을 이용한 기존 유선망에 비해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의 인터넷을 세계 어디에서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게 확실하다. 2030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의 경우 위성망과 지상망의 통합은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위성통신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망의 유용성이 확인되자 스타링크와 원웹 외에도 아마존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유사한 형태의 통신망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2029년까지 1000억 달러를 투자해 3226개 위성을 배치하고, 궁극적으로는 7774개까지 위성을 확대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은 2021년 SatNet이라는 국영기업을 신설했으며, 1만3000개 위성을 궤도에 투입할 예정이다. 더 많은 위성을 배치할수록 서비스 영역과 속도가 향상될 수 있는 만큼 10만 개 이상의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계획도 있다. 11만5000개 위성을 저궤도에 투입한다는 캐나다의 케플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선진국 이외에도 통신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개발 국가들의 구상도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르완다를 꼽을 수 있다. 르완다 정부는 자그마치 33만7323개 위성으로 이루어진 통신망 구축을 해외업체들과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계획이 진행되면서 지구 저궤도가 극단적으로 혼잡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도 지구 주변 궤도를 선회하고 있는 위성의 개수는 5465개에 이른다. 진행 중인 모든 계획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저궤도 위성의 숫자는 52만8193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이렇게 많은 위성이 밀집할 경우 상호 충돌의 위험이 높다. 충돌로 인한 파편은 더 큰 피해를 유발함으로써 저궤도 이용 자체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대 후반엔 위성 충돌 10배 전망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20년대 후반이 되면 위성의 충돌은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며, 충돌 경고는 하루 2만5000건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궤도의 배분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통신위성과 관련한 사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조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파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충돌 방지를 위한 궤도 배분 또는 변경과 관련한 사항은 공백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을 위한 민·관·군 협의체를 통해 올해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위성, 통신 탑재체, 지상국 및 단말국 기술 개발을 위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4797억원의 예산을 투자한다는 목표하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기심과 낭만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우주는 이제 경제적 이익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고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의 현안으로 간주하고 보다 많은 투자와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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