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불황기 ‘흥행 보증수표’지만… 문화 다양성 저해 우려 [S스토리]
유튜버·정치인 등 유명인 출간 붐
열성 팬 구매 힘입어 인기 순위에
높아진 순위 또다시 판매 호조로
출판 둘러싼 리스크 최소화 장점
서점·출판사 너도나도 팬덤 마케팅
“인지도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심화
비대중적 콘텐츠 아예 사라질 수도”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씨와 유튜버 한약사 조승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가수 임영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에 출판사들은 팬덤을 가진 유명인이나 작가, 정치인,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등을 작가로 적극 발굴하고 있고, 서점들 역시 책이 나오면 팬덤과 열성 독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26일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는 13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씨가 쓴 책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 차지했다. 책은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말이야말로 가장 어렵다는 진솔한 고민을 담은 산문집이다.
문씨의 책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서 지난달 월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당당히 3위로 뛰어올랐다. 260만 구독자를 가진 또 다른 인기 유튜버 ‘흔한남매’가 출간한 만화책 ‘흔한남매 15’와 ‘흔한남매 과학 탐험대 9 대기와 날씨’도 각각 4위와 12위를 차지했다.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한약사 조승우씨가 펴낸 ‘건강과 다이어트를 동시에 잡는 7대 3의 법칙 채소 과일식’도 지난해 건강 취미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팬덤 가진 인기 예술인에 정치인도 가세
인기 유튜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내내 팬덤을 가진 작가나 연예인 등도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쓸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해 인기를 끌면서 기존 슬램덩크 팬들이 결집해 서점가에도 슬램덩크 열풍이 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예스24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도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을 포함해 슬램덩크 만화를 비롯한 관련서 21권이 100위권 내에 올랐다.
적극적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이나 인플루언서들도 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2019년 가을 이른바 ‘조국 사태’의 중심에 섰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2021년 책 ‘조국의 시간’을 비롯해 ‘가불 선진국’(2022), ‘조국의 법고전 산책’(2022), ‘디케의 눈물’(2023) 등을 잇따라 펴냈다. 조 전 장관은 전국을 돌면서 북콘서트를 개최해 화제를 모은 끝에 ‘조국의 시간’이 2021년 교보문고 정치사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출판사·서점도 팬덤 마케팅 몰두
출판 및 서점가에서는 기획과 작가 발굴 단계부터 마케팅까지 특정 팬덤이나 독자를 소구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팬덤이나 열성 독자를 확보할 경우 출판을 둘러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팬덤과 공명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우선 팬덤이나 독자를 가진 작가나 유명인, 인기 유튜버 등을 작가로 적극 발굴하거나 이들을 겨냥한 책을 기획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혹독한 출판 불황기이기에 시장에서 구매력을 가진 작가 발굴을 위해 어느 때보다 노력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특정 팬덤이나 독자층을 가진 인사나 작가, 인기 유튜버들이 주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출판 시장에서 팬덤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가는 모습에 대해선 찬반 의견도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출판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가만히 있어도 소비할 미디어 콘텐츠가 넘쳐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책을 내긴 쉬워도 책을 알리기는 너무 어려운 ‘발견성의 문제’가 대두할 수밖에 없다”며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이 나온 다음에 홍보하는 것은 너무 늦다. 미리 팬을 모아서 출판하는 팬덤 출판이 필수적”이라며 “팬을 모아 놓으면 큰 힘이 되고 홍보를 비롯한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자칫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한편, 역량 있는 신진 작가의 발굴이 어려워지고 문화적 다양성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신인 작가 발굴이 어렵고, 인지도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울러 타인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가 많아지는 반면, 비대중적이지만 도전적인 콘텐츠가 살아남기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문화적 다양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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