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요리사의 삼류 식당…난장판 식당을 되살릴 수 있을까 [주말 뭐 볼까 OTT]

라제기 2024. 1.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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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일류라고 할 젊은 요리사 카르멘(제러미 앨런 화이트)은 고향 삼류 식당에서 왜 고난을 자초한 걸까.

카르멘은 화려하나 인간미는 찾을 수 없었던 뉴욕 고급 식당들에 환멸을 느낀 듯하기도 하다.

식당을 주제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나 인간애에 방점을 찍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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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더 베어'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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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카르멘은 일류 요리사이나 형이 남긴 허름한 식당에서 일한다. 재정적으로 곤경에 처한 식당을 살리기 위해 그는 주방 안팎에서 분투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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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던 요리사다. 유명 상을 받았고, 미국 뉴욕 파인 레스토랑에서 핵심 인력으로 일했다. 지금은 시카고 허름한 식당에서 일한다. 큰 뜻을 품고 창업을 한 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낙향했다. 그가 지휘하는 식당의 이름은 ‘디 오리지널 비프 오브 시카고랜드’. 이름은 그럴듯하나 서민 음식이라 할 쇠고기 샌드위치를 팔았던 곳이다. 일류라고 할 젊은 요리사 카르멘(제러미 앨런 화이트)은 고향 삼류 식당에서 왜 고난을 자초한 걸까.


①형의 유산에 매달리다

카르멘은 식당에서 일하는 형의 친구 리치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식당 운영자는 카르멘의 형 마이클(조너선 번덜)이었다. 그는 세상을 떠났다. 카르멘은 형의 유산인 식당을 이어받은 셈이다. 식당의 가치가 높고 가능성이 엿보여서 시카고로 돌아온 건 아니다. 식당에는 카르멘 가족의 역사와 추억이 서려있다. 카르멘은 화려하나 인간미는 찾을 수 없었던 뉴욕 고급 식당들에 환멸을 느낀 듯하기도 하다.

식당은 파산 직전이다. 직원들은 특출난 요리 솜씨를 지니고 있지 않다. 카르멘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직원들을 통솔하며 부실한 재정까지 살펴봐야 한다. 요리만으로도 정신없을 그에게 형의 친구 리치(이본 모스 버크락)는 장해물이다. 서로 사촌이라 부르며 친밀하게 지냈던 사이였는데 이제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②식당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카르멘은 식당 재무제표를 들여다봐야 하고, 경영 개선을 위해 새 메뉴를 개발하기도 해야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카르멘과 리치는 식당 경영을 두고 매번 설전을 벌인다. 몸싸움 직전까지 가기 일쑤다. 카르멘은 자신이 배우고 익힌 요리와 경영 방식을 적용하려 한다. 마이클과 식당에서 동고동락했던 리치는 갑자기 등장한 카르멘이 얄미운 눈치다. 둘은 갈등하나 서로에 대한 애정은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험한 말에 은근히 따스함이 배어있다.

드라마는 하루하루 악전고투하며 고비를 넘기는 카르멘과 식당 직원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생존이라는 당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면서도 매일 조금씩 전진하며 미래를 도모하는 모습들을 차가운 유머를 곁들여 전한다. 형을 잃은 슬픔에 아직 잠겨 있으면서도 식당을 살려야 하는 카르멘의 고뇌는 매일 전투하듯 살아내는 현대인의 삶을 대변한다.


③주방 배경 성장 드라마

식당의 젊은 요리사들은 전쟁터 같은 주방에서도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슬픔과 역경이 화면 중심을 차지하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드라마는 아니다. 슬쩍 미소 짓게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 카르멘은 삼촌의 요청으로 아이들을 위한 생일 파티 음식을 준비한다. 리치가 실수인지 의도인지 음식물에 무언가를 빠뜨리면서(또는 넣으면서) 포복절도할 상황이 벌어진다. 핏줄 대신 돈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이던 삼촌이 의외로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 등이 인생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기도 한다.

넓게 보면 성장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요리사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카르멘은 인생 변곡점을 맞아 정신적 성장을 한다. 젊은 주방 직원들이 카르멘을 통해 일류 요리사로 발돋움하려는 과정 역시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뷰+포인트
좁은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거친 입자의 화면에 담았다. 섬세한 카메라 움직임과 리듬감 있는 편집에 눈이 즐겁다. 매회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음악들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식당을 주제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나 인간애에 방점을 찍은 드라마다. 다투면서도 서로를 보듬는 서민들의 인간미가 화면 곳곳에서 풍긴다. 시즌2가 지난해 공개되기도 했다. 시즌2는 지난 15일 열린 ‘TV 드라마의 아카데미’ 에미상 시상식에서 코미디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관객 9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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