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단식 프리뷰] '힘과 1세트' 사발렌카 vs '서브와 2세트' 정친원 [24 AO]
[멜버른=박성진 기자] 시즌 첫 그랜드슬램, 2024 호주오픈 여자단식이 결승전 1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다. 결승전은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2위)와 10년 만에 중국 선수의 호주오픈 우승을 노리는 정친원(중국, 15위)의 대결이다. 결승을 앞두고 있는 둘의 분위기는 다소 상반됐다.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유일한 무실세트 기록(어제 시너가 조코비치에 한 세트를 내주는 바람에 남자단식은 없다)을 이어가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정친원은 본인의 결정적인 무기인 서브 감각이 평상시만큼 올라온다는 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수만 안 하면 되는' 사발렌카
사발렌카의 이번 대회 컨디션은 최상이다. 이번 호주오픈까지 포함해 6대회 연속 그랜드슬램 4강 이상에 성공한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최상위 시드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비옹테크(3회전), 리바키나(2회전), 페굴라(2회전), 자베르(2회전), 본드로우쇼바(1회전), 사카리(2회전) 등 상위 랭커들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 유일한 적수로 여겨졌던 코코 고프를 4강에서 만나 승리하며 지난 US오픈 결승전에서의 아픔을 되갚았다.
사발렌카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선수다. 강점은 남자 선수 뺨치는 공격성이다. 여자 선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파워 히터인 사발렌카인데, 이번 대회 컨디션마저 좋으니 상대 선수들을 압살하는 모습을 계속해 보여왔다.
약점은 공격성을 절제하지 못하는 잦은 실수다. 그간 그랜드슬램에서 사발렌카가 패했던 경기들을 돌아보면 사발렌카는 상대에게 스스로 기회를 주는 스타일이다. 한 순간에 실수로 무너지는 모습이 잦았던 사발렌카는 지난 프랑스오픈 준결승(무호바), 윔블던 준결승(자베르), US오픈 결승(고프)에서 모두 스스로 자멸하며 역전패를 당했었다.
더 큰 문제는 한번 무너진 집중력을 회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본인의 침착성은 잃은 채, 상대 선수의 기를 살려주고 나면 재역전이 안 됐었다. 상대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탁월한 조연 능력을 보였던 사발렌카의 최근 3회 그랜드슬램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사발렌카는 약간 달라졌다. 고프와의 4강전이 그랬다. 사발렌카는 1세트 5-2로 앞서 있던 상황에서 5-6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예전 사발렌카라면 여기서 무너지고, 2세트까지 내줘야 했다. 하지만 사발렌카는 1세트 재역전에 성공했고, 2세트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고프의 도전을 뿌리쳤다. 2023년 사발렌카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사발렌카는 경기 시작과 함께 상대를 압살하는, 소위 초반 러쉬형 캐릭터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는 어김없이 초반 러쉬가 성공했고, 그 기세를 몰아 경기에서 승리했다. 사발렌카는 실수만 줄이면 된다. 그러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서브가 난조인' 정친원
이번 대회 여자단식 서브 에이스 랭킹 1위는 정친원이다. 정친원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48개의 에이스를 터뜨리며(경기당 8개) 에이스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사발렌카는 정친원의 딱 절반인 24개로 3위를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정친원의 서브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다. 더블폴트 역시 35개(경기당 5.8개)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무엇보다 퍼스트 서브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친원은 이번 대회 53%(1회전)-55%(2회전)-54%(3회전)-44%(4회전)-56%(8강)-55%(준결승)의 퍼스트 서브 정확도를 보여왔다. 상위권 선수들의 퍼스트 서브 정확도가 65% 이상인 것을 감안했을 때, 정친원의 퍼스트 서브 컨디션은 매우 좋지 않다. 그럼에도 서브 에이스 1위에 올라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좋지 않은 서브 컨디션은 1세트에서 유독 심했다. 2세트가 되면서 서브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오는 정친원이었다. 대진표 같은 박스에 있던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탈락해주는 덕분에 정친원은 이번 대회에서 본인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를 하나도 상대하지 않으며 결승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만약 기존의 강자들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정친원이 이번 대회에서의 퍼스트 서브 성공율을 계속해 보였다면 정친원은 결승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정친원은 2세트부터 경기력이 회복되는 모습을 주로 보였다. 초반 러쉬의 사발렌카와는 다른 유형이다. 정친원이 만약 1세트를 내주더라도 서브 감각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2세트, 3세트에서의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사발렌카의 실수가 이번 대회 적다고는 하지만, 언제 또 금방 무너질지 모르는 사발렌카다.
상대적으로 하위 랭커가 상위 랭커를 잡기 위해서라면 2가지를 기대해야 한다. 첫째는 본인의 완벽한 게임과 둘째는 상위 랭커의 실수다. 하지만 정친원의 이번 대회 경기력은 완벽하다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승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사발렌카와 정친원의 결승전은 27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5시 3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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