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흥행은 이들의 손에 달렸다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지난해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5강 진출이 기대됐지만, 각각 6, 7위로 미끄러졌다. 한화 이글스는 탈꼴찌에는 성공했지만 9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쉬움을 삼킨 세 팀의 올 시즌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영호남과 충청을 각각 연고지로 하는 인기 구단인 이 세 팀의 성적에 따라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이 좌우된다. '우승 청부사'로 사령탑을 교체한 롯데, 비로소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KIA, 꼴찌에서 벗어나 대반전을 꾀하는 한화의 이른 '봄 기지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김태형 롯데 감독 "필승조 선두엔 최준용 나서"
롯데는 괌에서 1차 전지훈련(1월31일~2월20일)을 한 후 실전 연습경기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2월21일~3월5일)로 넘어간다. 거인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괌 전지훈련을 통해 각 포지션을 점검한다. 김 감독은 "포수 유강남 외에 아직까지 내·외야 확실하게 정해진 포지션은 없다. 캠프를 지켜보면서 포지션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상무에서 제대한 나승엽은 1루에서 정훈·최항 등과 경쟁한다. 나승엽은 상무에서 뛴 두 시즌 동안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 기대감이 크다. 안치홍의 한화 이적으로 공석이 된 2루수는 박승욱·오선진·최항 등이 일단 후보에 올라있다. 고승민도 2루수를 연습했으나 아직은 김 감독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외야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때 활약한 윤동희가 우익수, 새로운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중견수, 기존 중견수였던 김민석이 좌익수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빠른 발을 가진 황성빈·장두성 등이 백업으로 뒤를 받친다. FA계약으로 팀에 잔류한 캡틴 전준우는 지명타자로 주로 활용할 계획이다.
투수 쪽은 그나마 여유가 있다. 찰리 반즈, 애런 윌커슨, 박세웅, 나균안으로 짜인 4인 선발진은 남부럽지 않다. 5선발 후보로는 이인복·심재민 등이 있다. 김태형 감독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승조 맨 선두에는 최준용이 일찌감치 낙점돼 있다. 김 감독은 "가장 강한 불펜을 맨 먼저 쓰는 게 내 야구다. 선발 후 곧바로 6·7회 등판하는 역할을 최준용이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뒷문은 그대로 김원중이 책임진다. 김 감독의 가장 큰 고심은 타선에서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만한 강한 타자가 없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타선의 짜임새를 두고 고민할 참이다.
■ 김종국 KIA 감독 "김도영 부상 복귀가 관건"
KIA는 지난해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져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이에 대비해 호주 캔버라와 오키나와로 이어가는 스프링캠프에서는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중점을 두는 한편 야수 뎁스 또한 강화하려고 한다. 김종국 KIA 감독은 "주전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장기간 빠졌을 때를 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서건창이 팀에 합류해 그나마 나아졌다. 박민이나 윤도현 등 어린 선수들도 체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했다가 엄지 골절상을 당한 내야수 김도영도 캠프에 동행한다. 김 감독은 "김도영은 현재 재활을 잘하고 있다. 캠프에 함께 가서 트레이닝 파트와 같이 기술훈련을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김도영이 늦어도 4월초까지는 1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의리·윤영철·정해영 등 KIA 젊은 투수들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드라이브 라인에서 33박 34일 동안 훈련을 받고 왔다. 김 감독은 "함께 갔던 코치들에게 물어보니 선수 개인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바이오 메카닉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것이어서 많이 느끼고 배우고 온 것 같다"고 했다. KIA는 두 외국인 투수(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와 함께 양현종·이의리·윤영철 등 5선발이 꽉 차있다. 변수 등에 대비해 캠프에서 6·7·8번 선발 후보들을 체크할 계획이다.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포지션은 1루수다. 캠프에서는 일단 변우혁·황대인·이우성 등이 경쟁한다. 김종국 감독은 "올해는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에도 대비해야 한다. 투수 파트에서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게 더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베이스 크기가 '15인치X15인치'에서 '18인치X18인치'로 커지는 데 대해서는 "누 간 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거기에 맞게끔 준비하겠다"고 했다.
■ 최원호 한화 감독 "김민우 기량 회복에 기대"
한화 또한 KIA와 마찬가지로 올해 스프링캠프 장소를 호주로 옮겼다. 날씨와 시차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한화는 호주 멜버른에서 1차 캠프(1월30일~2월19일)를 치른 후 오키나와(2월22일~3월3일)에 2차 캠프를 차린다. 참고로 롯데를 비롯해 KIA, 한화,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가 오키나와로 가는 이유는 캠프 막바지에 이르러 국내 구단은 물론 일본 프로구단과 연습경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작년 마무리 캠프부터 해온 멀티 수비 포지션을 호주에서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일단 새롭게 영입한 요나단 페라자의 외야 수비를 점검해볼 것이다. 중견수를 비롯해 좌익수·우익수 다 시켜본 후 코치들과 알맞은 포지션을 의논할 것"이라면서 "페라자가 중견수가 안 된다면 이진영이 수비 면에서는 제일 낫다. 문현빈은 중견수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코너 외야수와 2루수를, 정은원은 중견수와 2루수를 연습시킬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마무리 캠프 때 정은원이 처음 중견수를 서봤는데 잘했다는 평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연 또한 우익수와 2루수를 동시에 훈련받게 된다. 문현빈·정은원·김태연은 2루수 후보이자 외야수 후보가 되는 셈이다. 1루수는 채은성과 안치홍이, 유격수는 하주석과 이도윤이 경쟁한다. 3루수는 홈런왕 노시환이 붙박이다.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가 선발로 고정된 가운데 4~5선발로 김민우·이태양·황준서·김기중이 경쟁한다. 최 감독은 지난해 부침을 겪은 김민우가 옛 기량을 찾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민우 또한 반등을 위해 비시즌 동안 자비를 들여 드라이브 라인에서 훈련을 하고 왔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황준서는 전반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파이어볼러' 김서현의 경우는 추격조에서 계속 경험치를 쌓게 된다. 최 감독은 "선발이 타 팀에 비해 약한 편이고 불펜진의 경우도 철벽으로 불릴 만한 특급 선수가 없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화는 지난해 박상원을 마무리로 기용했으나 스프링캠프 평가를 통해 올해는 달라질 수 있다.
롯데를 비롯해 KIA, 한화 모두 올 시즌 반드시 반등이 필요한 팀이다. 지난해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와 함께 리그 인기를 견인하는 세 팀. 시작을 앞둔 마음이 시즌 끝까지 이어져 웃게 될 팀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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