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린이 기자들이 나를 인터뷰한 기사를 펼쳤다
미디어오늘 찾아 기자 인터뷰한 '어쩌다 특종!' 어린이 기자단
공론장에서 공적 존재로서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지난주 어린이 기자들로부터 선물이 왔다. 충북 괴산 송면초등학교의 어린이 기자단 '어쩌다 특종!'에서 기자를 인터뷰한 기사가 담긴 신문이다. 어린이 기자들의 바쁜 일정으로 인터뷰 후 4개월 만에 기사가 나왔다. 서류 봉투에 '돌멩이' 선생님이 썼을 주소와 이름이 너무 큼지막해 웃음이 났다.
8쪽 분량의 신문을 펼치니 지난해 9월15일 2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용이 꼼꼼히 정리돼있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6시20분에 출발해 괴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7시1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에 내려 보니 윤유경 기자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기사 도입부에서 어린이 기자들이 충북 괴산에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로 오는 길이 그려졌다.
“성격도 외향적이고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글로 전하는 걸 좋아하셔서 기자님의 성격이 직업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느꼈다. 뒤이어 만난 편집국장님도 성격이 털털하시고 유쾌하셔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에 또 괴산에 놀러 오시면 좋겠다.” 기자들의 솔직한 소감도 반가운 지점이다. 봉투 안에는 이혜인, 박지담, 유담 기자와 이손유 신입 기자가 직접 쓴 짤막한 손편지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충북 괴산 '솔맹이마을'에 위치한 송면초 어린이 기자들과 첫 만남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기사와 아이템이 빼곡하게 적힌 공책, 기사를 쓸 때 중요한 쟁점을 토론하는 모습에서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보였다.
'어쩌다 특종!' 신문이 나오는 날 아침, 어린이 기자들은 직접 종이신문을 접어서 나눠준다. 신문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면 칠판에 조각난 신문을 이어 붙이며 기사를 쓰는 '칠판 시위'를 벌였다. “○○○이 2023년 5월2일 신문을 버렸다. 이에 '어쩌다 특종!' 기자단은 분노했다. 7, 8호에 이어 또 신문을 버린 ○○○에 분노한 기자들은 이제부터 신문을 주지 않기로했다.” 칠판 한 켠에 그려둔 네모난 댓글창엔 '○○○ 진짜 나빴다', '너무하다' 반발이 빗발쳤다. 어린이 기자단 인터뷰 기사를 마감하던 당일, 오전에 갓 벌어진 시위의 사진을 미디어오늘 기사에 담을 수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5월5일 <“교직원은 참여 불가” 어린이 기자들이 만드는 '어쩌다 특종!'> 기사에서 어린이 기자단 이야기를 전했을 땐 예상치 못한 혐오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당시 당황한 기자와 달리 어린이 기자들은 차분하게 회의를 진행한 끝에 댓글창을 닫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오히려 이 기사가 '우리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애정을 담아 써줬다'는 고마운 소감도 함께였다.
'꼭 미디어오늘에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던 어린이 기자단은 지난해 8월 기자를 인터뷰이로 선정했다고 연락해왔다. '기자 윤유경' '윤유경의 삶' '사람 윤유경' 으로 나눠 인터뷰 대상자를 알아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또 한 번 어린이 기자들에게 놀란 순간이었다.
최근 JTBC 뉴스 <밀착카메라> 코너에서도 '어쩌다 특종!' 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기성 언론이 어린이 기자들을 주목한다는 건 어린이 기자들이 공적 언어로 소통하고 인정받는 과정이다. JTBC 화면 속 '미디어오늘 탐방, 인터뷰' 일정이 적힌 어린이 기자의 수첩을 보고선 내심 뿌듯했다.
박지담 기자의 아빠이자 돌봄교실 자람터 대표인 '돌맹이쌤' 박성수 돌봄교사가 말하는 어린이 기자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어린이가 자신이 쓴 글을 공론장에 내놓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고민이 있고, 이런 해결책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일기를 넘어서 공론장에 내놓는 순간, 내 이야기만이 아닌 객관적인 뭔가가 되잖아요. 공적인 글쓰기를 하는 훈련이 아이들에게 더욱 값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박성수 돌봄교사의 시도는 성공했다.
많은 어린이 신문이 '어른들이 원하는 어린이들 이야기'나 학교 홍보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특종!'은 '어린이'가 주체인 신문이다. 박성수 돌봄교사는 미디어오늘 기사가 나간 직후 “내가 공론장에서 뱉은 말을 곧 나 자신이라고 느끼고, 상대에게 내 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자산이 될까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어쩌다특종 아이들'이 '어린이날' 아이템으로 활용되지 않았어요. 어린이를 이해해줬다는 느낌을 받아 감동적이예요”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어린이의 직관은 무엇을 꿰뚫어 보는 신통한 능력이 아니라, 있는 것을 그대로 보는 힘”이라고 했다. “어린이는 정치적인 존재”라며 “어린이와 정치를 연결하는 게 불편하다면, 아마 정치가 어린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서 어린이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이제 '어쩌다 특종!' 기자 중 세 명은 중학생이 돼 기자단을 떠난다. 서로를 인터뷰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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