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불황 직면한 게임계, 게임은 '섭종'해도 AI는 키운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코로나19 종식 이후 실적 악화에 직면한 게임 업계가 수익성 낮은 기존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한 마디로 돈 안되는 게임들은 요새 젊은층의 유행어로 '섭종'(서비스 종료)하는 것이다.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은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에 나서고 있다.
비인기 게임은 서비스 종료, 실적 저조한 법인은 해체
2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게임업체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은 지난해부터 비인기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자회사 정리에 나서고 있다.
넥슨은 지난달 '베일드 엑스퍼트'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워헤이븐'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베일드 엑스퍼트'와 '워헤이븐'은 지난해 얼리 액세스(사전 서비스)로 해외 시장에 선보인 차기작이다.
이용자층의 관심이 낮고,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정식 출시 전 과감하게 '조기 강판'한 것이다.
넷마블도 장기화한 적자에 지난해부터 실적이 저조한 구작 게임을 대거 정리하고 나섰다.
넷마블이 작년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게임만 해도 '마블 퓨처 레볼루션', '스톤에이지 월드', '나이츠크로니클', '쿵야 캐치마인드', '몬스터 길들이기'등 5종이다.
이달 들어서는 주요 계열사인 넷마블에프앤씨가 메타버스 개발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가량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법인 청산에 들어갔다.
엔씨소프트는 주력 라인업인 '리니지' 모바일 게임의 매출 하락으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나 떨어지며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자회사인 엔트리브소프트 법인을 2월 15일 자로 폐업하기로 하고, '트릭스터M'·'프로야구H2'·'프로야구H3' 서비스도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운용 사업 조직인 '금융비즈센터'도 정리하는 등 비수익 사업 정리에 힘을 쏟고 있다.
AI 기반 게임·서비스 개발 조직은 오히려 확대
게임 업계 전반에 부는 비용·인력 감축 칼바람 속에서도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기조를 비용 통제로 잡았던 크래프톤은 최근 2024년도 사업 방향을 공유하면서 AI를 활용한 딥러닝 기술을 "게임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임 제작 단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게임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주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크래프톤은 산하 AI 연구 조직인 딥러닝본부와는 별개로 AI를 이용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 자회사 '렐루(ReLU) 게임즈'를 설립했다.
인공신경망에 쓰이는 알고리즘 이름에서 사명을 따온 렐루게임즈는 AI가 스테이지를 생성하는 퍼즐 게임 '푼다', 음성인식 AI를 활용한 액션 게임 '워케스트라'를 개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선보인 자체 개발 생성형 AI 브랜드 '바르코(VARCO)'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엔씨소프트는 520억, 1천억 파라미터 규모의 AI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사내 개발 조직에 공개된 AI 텍스트·이미지·가상인간 생성 도구 '바르코 스튜디오'를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게임 바깥의 산업군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인포테인먼트 기업 오비고는 최근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바르코가 탑재된 차량용 정보 시스템을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말 웅진씽크빅, 튜터러스랩스 등 에듀테크(교육기술) 기업과 디지털 교과서용 학습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가상인간 아티스트 그룹 '메이브'(MAVE:)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 넷마블은 최근 국내 인공지능 기업 업스테이지와 협업해 메이브의 리더 '시우'와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챗 시우'를 선보였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지난 4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 91%는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해 일반 직장인 평균 74%를 크게 웃돌았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게임 개발에 활용하는 이유로는 50.4%(중복 응답 가능)가 '생산성 향상'을 꼽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라는 답변도 17.1%로 나타났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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