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땅에 떨어질 뻔, 풀타임 소화부터 해"…'ML 도전 불가→선수협 탈퇴→지각 계약' 사사키 향한 선배의 쓴소리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그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의 사사키 로키가 연봉 계약을 마쳤다. 일본프로야구 모든 선수 중 가장 늦게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바롯데는 26일 "사사키와 2024년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 며칠 내에 사사키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사키는 고등학생 때부터 150km/h 중, 후반의 빠른 공을 뿌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9년 일본프로야구 신인선수 선택회의에서 1라운드로 지바롯데에 입단했다.
사사키는 2021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당시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63⅓이닝 16사사구 68탈삼진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이어 2022시즌 일본은 물론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2022년 4월 10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홈 경기에서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다.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20세 157일) 기록이자 1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비공인 세계 기록을 경신했고 1경기 19탈삼진으로 일본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친 사사키는 20경기 9승 4패 129⅓이닝 30사사구 173탈삼진 평균자책점 2.02를 마크했다. 이어 2023시즌을 앞두고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7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11탈삼진 4실점(3자책) 평균자책점 3.52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7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일본의 우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WBC 출전의 여파 때문인지 부상이 있었고 시즌 절반을 날렸다. 그럼에도 15경기 7승 4패 91이닝 18사사구 135탈삼진 평균자책점 1.78 WHIP 0.75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2024시즌을 앞두고 지바롯데 구단에 포스팅을 요청했다. 일본은 KBO리그와 달리 프로 1년 차부터 구단의 허락이 있다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바롯데는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규정상 25세 미만의 선수가 빅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때는 금액에 제한이 있다. 지바롯데 입장에서는 포스팅 수수료로 많은 금액을 받지 못했고 또한 풀타임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적이 없던 사사키였기 때문에 미국 진출을 반대했다.
이후 지바롯데와 사사키의 갈등이 시작됐다. 연봉 협상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 만약, 사사키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까지 연봉 협상을 맺지 못한다면, 자비로 2024시즌을 준비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사사키가 25일 일본프로야구 선수회에서 탈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26일 극적으로 사사키와 지바롯데가 손을 잡았고 2024시즌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사사키는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입을 열 예정이다.
일본 매체 '히가시스포츠웹'에서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전 프로야구 선수 마에다 유키나가는 사사키의 계약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마에다는 1989년 롯데 오리온즈(지바롯데의 전신)에서 데뷔해 1995년까지 활약했고 이후 주니치 드래곤즈(1996~2001), 요미우리 자이언츠(2002~2007)에서 뛰었던 투수다.
마에다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 같다. 이로써 계약 미갱신 상태로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는 것은 피했다"며 "조만간 열릴 예정인 기자회견에서 민감한 부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중점은 말할 것도 없이 사사키가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이저리그 조기 이적이다. 그는 포스팅을 요구했고 이 때문에 지바롯데 측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며 "올 오프시즌 그의 이적은 불가능해졌지만, 그는 내년 오프시즌 때 빅리그 도전을 열망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마에다는 사사키가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중 하나지만, 구단과 마찰을 빚으면서 미국행 비행기에 타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물론, 사사키가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라는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조기, 더군다나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 이적은 '힘들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속 구단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세간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바다를 건너면 그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마에다는 과거 지바롯데에서 활약한 뒤 빅리그 무대에 진출했던 이라부 히데키와 사사키를 비교했다. 그는 "이라부는 1996년 오프시즌 때 프런트와 불화가 생겨 뉴욕 양키스 이적을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이라부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없었고 소유권은 지바롯데가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며 "당시 이라부는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지바롯데의 에이스였다. 구단 측이 쉽게 이적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지바롯데는 이라부의 강한 열망에 이끌려 제휴 구단이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트레이드를 했다. 그럼에도 이라부는 양키스 이적을 주장했다"며 "결국 1997년 5월 삼각 트레이드가 진행됐다. 이라부는 염원하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의 태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고 덧붙였다.
마에다는 "당시 이라부와 지금의 사사키의 소동은 '메이저리그 이적', '구단과의 불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이라부는 지바롯데에서 9년 동안 활약하며 후반기에는 에이스로서 최다승(1994시즌), 최다 탈삼진(1994, 1995시즌) 등 수많은 개인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1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그의 공헌은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사사키에 대해 "사사키는 오릭스전에서 역대 최연소 퍼펙트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프로 4년 동안 사사키는 아직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적이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이라부보다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고 전했다.
마에다는 사사키가 모두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2024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사키가 내년 오프시즌에 반드시 메이저리그 이적을 실현하고 싶다면, 어쨌든 지바롯데를 우승으로 이끌기 위해 올 시즌 모든 것을 쏟아내 지바롯데와 모든 팬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사사키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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