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도하] 3경기서 6실점, 처참하게 무너진 수비…아시아 정상 탈환 외친 클린스만호, 이대로면 어렵다

[골닷컴, 도하(카타르)] 강동훈 기자 = 클린스만호가 2경기 연속 2실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객관적인 전력상 월등히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르단과 말레이시아 상대로 수비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우승을 위해서 안정적인 수비가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클린스만호의 아시아 정상 탈환 목표는 현재로선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3-3 무승부를 거뒀다. 무승부를 거둔 클린스만호는 E조 2위(1승2무·승점 5)로 토너먼트에 진출한 가운데 오는 30일 F조 1위로 조별 예선을 통과한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에서 맞붙는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클린스만호는 당초 E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 말레이시아를 손쉽게 격파할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30위인 데다, 유럽파 선수들도 없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초호화 스쿼드’로 구성된 클린스만호와 전력 차는 크게 났다.

클린스만호는 출발은 좋았다. 초반부터 라인을 높게 올려 파상공세를 펼쳤고, 결국 결실을 맺었다. 전반 21분 이강인의 코너킥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머리에 정확하게 맞춰 말레이시아의 골망을 흔들면서 앞서갔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이후로는 기회를 잇달아 살리지 못하면서 추가골을 만들지 못했다.

도리어 클린스만호는 내리 실점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후반 6분과 17분 각각 파이살 할림(슬랑오르)과 아리프 아이만(조호르 다룰 탁짐)에게 실점을 내줬다. 모두 수비 과정에서 실책이었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선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위험 지역에서 소유권을 빼앗기면서 실점이 이어졌고,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선 설영우(울산HD)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다리를 걷어차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면서 페널티킥(PK)을 허용했다.

클린스만호는 역전을 허용한 후로도 공수 균형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서 계속 흔들렸다. 특히 선발 라인업이 공개됐을 때부터 우려됐던 황인범이 고전했다. ‘6번 롤’을 맡으면서 수비라인을 보호해야 했지만, 공격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과 다르게 수비적인 능력이 부족한 그는 말레이시아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별다른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가지 않았다.

다행히도 클린스만호는 변화를 가져간 후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더니, 이강인의 환상적인 프리킥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에 이어, 오현규(셀틱)가 얻어낸 PK 찬스에서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가까스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로멜 모랄레스(쿠알라룸푸르 시티)에게 극적인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끝내 3-3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에도 수비 과정에서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침투 패스를 허용하고 맨투맨을 놓치는 등 실책이 나왔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는 대회 직전까지 7경기 무실점 행진을 내세우면서 수비의 안정감을 자랑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센터백 ‘괴물’ 김민재가 버티고 있는 만큼 클린스만 감독도 자신 있는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대회에 돌입하니 3경기 동안 6실점을 헌납하면서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두 대회 조별리그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김민재는 여전히 수비라인의 중심축을 잡아주면서 잘 버텨주곤 있지만, 문제는 김태환(전북현대)과 설영우, 이기제(수원삼성) 등 좌우 풀백들이 잦은 실수를 범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여기다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중책을 맡는 박용우(알아인) 등이 상대 압박에 고전하면서 계속해서 허점을 노출하면서 무너지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수비라인 재정비가 ‘급선무’로 떠올랐다. 결국 토너먼트에 돌입하면 수비가 안정화되어야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축구계에서도 ‘공격을 잘하는 팀은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듯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수비가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특히 토너먼트에서는 한 골로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정도로 수비가 중요하다. 지금같이 수비라인에서 불안함이 계속된다면 클린스만호의 우승은 장담할 수 없다.

사진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