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없어 신고도 못해”…전기스쿠터 불법 온상 [현장, 그곳&]

“장애인 주차 구역에 무단 주차해도 번호판이 없어 신고도 못합니다.”
26일 수원특례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장애인 주차장을 번호판 없는 배달용 전기스쿠터 1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를 하기 위해 ‘장애인 사용자 자동차 등록 표지’를 붙인 채 온 차량 한 대가 스쿠터를 보더니 다른 주차 공간을 찾아 아파트 주차장을 빙빙 돌았다. 주차 공간이 없자 다시 돌아온 차주가 힘겹게 차에서 내려 전기스쿠터를 신고하려 했지만, 번호판이 없어 발만 구를 뿐이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화성시 반월동 일대 도로에서는 번호판이 없는 전기스쿠터 2대가 꽉 막힌 도로 위 차량 사이사이를 지그재그 형태로 가로지르며 아찔한 곡예운전을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정지 신호를 무시한 채 질주하는가 하면 인도와 차도를 번갈아 오르내리는 등 위험천만한 운행을 이어갔다.
이현채씨(가명·28)는 “전기스쿠터는 인도까지 넘나드니 오토바이보다 더 제멋대로 운전을 하는 것 같다”며 “번호판이 없어 신고하기도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스쿠터가 각종 불법행위로 시민들의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시속 25㎞ 미만인 전기스쿠터는 번호판마저 없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전기스쿠터는 내연 이륜차보다 경제성과 편의성이 높아 배달 문화의 확산과 함께 급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최고 속도가 25㎞를 넘지 않는 전기스쿠터는 이륜차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번호판 부착이나 보험 가입 등의 의무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스쿠터가 도로와 주거지역을 넘나들며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지만, 현장에서 관계기관에 단속되지 않는 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번호판이 없으면 법규 준수 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스쿠터에 고유 인식 태그라도 설치하게 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시속 25㎞ 미만 전기스쿠터는 이륜차나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이동장치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불법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관기관과 관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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