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특권 가진 기자생활 17년…회사를 나왔다

한겨레 2024. 1. 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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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조민진의 꿈꾸기 좋은 날ㅣ새로운 인생
‘질문특권’ 가진 기자생활 17년
정리하고 에세이 작가 새 인생
더 넓고 다양한 삶의 경험 위해
노력하는 분들 응원하는 글쓰기
클립아트코리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민진입니다. 과거에는 신문에 주로 정치·사회 기사를 쓰고 ‘조민진 기자’로 바이라인(이름)이 나갔는데 이젠 ‘작가’로 꿈꾸고 노력하는 삶에 관해 얘기하게 됐습니다. 이미 에세이 세 권을 써 시중에 내놓긴 했지만 언론매체에 기사가 아닌 제 글을 실을 때면 여전히 낯선 느낌이 듭니다. 기자가 아닌 작가로 불리기 시작한 지 2~3년쯤밖에 안 됐거든요. 2021년 가을, 17년차 때 언론사를 떠났습니다.

한겨레 토요판 연재를 위한 첫번째 글입니다. 혼자 쓰고 있지만 독자님들이 바로 앞에 계신다 생각하고 높임말을 선택했습니다. 꿈이나 동기부여를 주제로 말하길 좋아하지만 사실 약간 쑥스럽기도 하거든요. 뭔가 대단한 걸 이룬 사람이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다 꿈을 향해 열심히 걷고 있는 중이거든요. 하지만 이게 바로 성장과 성숙의 핵심이 아닐지요. 부족함을 느끼고 노력하는 일 말입니다. 물론 꿈을 위해서요. “Life is all about attitude”(라이프 이즈 올 어바우트 애티튜드), 삶은 자세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처럼 꿈꾸는 중이고, 노력하고 계신 분들 많으시죠? 제가 이번 연재로 따뜻한 동행이 되어 드릴게요.

삶이란 나를 찾아가는 여행

독자님들 나이가 궁금합니다. 저는 벌써(?) 40대 중반입니다. 제가 작가로 중고교생들 앞에 설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요, 강연 주제를 고민하다가 ‘꿈은 언제까지 찾아야 할까?’로 잡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저를 소개하면서 경험을 나누기엔 그 정도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학생들보다는 20년 이상 더 살았잖아요? 그래서 ‘얘들아, 있잖니, 내가 살아보니까 말이야…’ 식으로 얘기해줄 수 있겠다 싶었죠. 강연 끝에 제가 묻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꿈은 언제까지 찾아야 하는 걸까요?” 똘망똘망 귀여운 10대들은 기특하게도 제가 원했던 답을 주더라고요. “평생이요!” 제가 강연을 잘한 걸까요? 뿌듯했습니다.

저는 학생들 앞에서 사는 내내 계속해서 꿈을 꾸며 살자는 좋은 얘기를 실컷 하고 옵니다. 그리고 꿈은 꼭 하나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때가 되면 지금 꿈 말고 또 다른 꿈을 꾸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다양한 가능성 앞에서 열린 마음으로 살자는 식의 더 좋은 얘기들도 하지요. 헤르만 헤세가 쓴 유명한 소설 ‘데미안’의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저마다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시도하는 길이자, 좁고 긴 길이다.” 저는 이 문장이 참 좋습니다. 삶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닐는지요. 나는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자문자답(自問自答)의 길이 삶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질문특권’ 얘기로 서두를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묻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취지로요. 질문특권은 애당초 기자를 꿈꾸던 제가 매료된 말이었습니다. 미국 통신사(UPI) 기자였던 헬렌 토머스가 쓴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라는 책에서 본 조어(造語)였어요. 기자는 누구한테라도 무엇이든 물을 수 있는 권리, 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뜻이었죠. 토머스는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약 50년 동안 백악관을 출입하며 대통령 10명을 가까이서 취재한 전설적 기자였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렇게 얘기를 이어갑니다. 질문하는 법을 익히는 건 남에게 묻는 일이 직업인 기자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좋은 꿈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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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뿐인 인생, 진화하는 꿈

저는 기자 시절, 2018년 여름부터 1년 동안 영국 런던에서 연수했습니다. 그때 쓴 첫 책을 계기로 잇따라 두번째, 세번째 책을 계속 쓰게 됐지요. 그러다 본업보다 취미로 삼았던 부업에 더 큰 열정이 생겨버렸습니다. 나를 절제하는 기사보다 맘껏 표현하는 에세이가 매력적이었거든요. 자유롭고 사사로운 자아를 풀어보는 일은 공익을 겨냥해 기사를 쓰는 일보다 솔직히, 달콤했습니다. 더 잘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더 많은 시간을 써서 노력하고 싶어지길래 과감히 본업을 포기했습니다. 더 잘하고 싶은 것,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어지는 대상이 곧 꿈 아니던가요. 글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자신을 정말 많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에세이는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글이거든요. 십수년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질문하는 법을 익혔던 게 작가로 거듭나는 데도 여전히 힘이 됐습니다.

이렇게 제 얘길 좀 더 꺼낸 이유는 두 가지를 나누고 싶어섭니다. 살다 보면 꿈도 변할 수 있다는 것과 새 꿈 역시 옛꿈의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제가 더 오래 기자로 일할 줄 알았거든요. 꾸준한 건 자신 있었고, 하다가 방향을 바꾼다면 왠지 지난 시간과 노력이 아까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래 해온 일을 놓는 결단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퇴사 즈음, 삶의 지평을 좀 더 넓히고 싶다는 욕망이 아주 컸습니다. 한번뿐인 생인데 더 다양하게 살아보고 싶더라고요. 로버트 프로스트가 쓴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로 시작하지요. 제목 그대로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또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궁금했으나 못 가 본 길을 아쉬워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과거보다 평균수명이 많이 길어졌잖아요. 살면서 몇번쯤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 형태가 조금 달라졌을지언정 새 꿈 역시 지난 경험과 질문들로 채워져 있더라고요. 꿈은 바뀐다기보다는 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저는 때가 되면 또 다른 꿈을 찾을지도 모르겠네요.

꿈꾸는 삶을 위해선 역시 두 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과 그러기 위해 스스로를 알아가려는 자세입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봐도 질문하기 위해선 공부해야 했지요. 내가 나를 알아가는 일이 결국 사는 일인 것 같습니다. 꿈은 자문자답 끝에 얻는 선물 같은 것이고요. 앞으로 지면을 통해 꿈꾸고 노력하는 여러분을 위한 응원을 전하겠습니다. 생의 한가운데쯤 온 저만의 소소한 비법들도 정성껏 나눠드릴게요. 그럼 여러분, 좋은 꿈 꾸세요!

작가

신문·방송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작가나 강사로 불립니다. 꿈꾸며 노력하는 여러분께 말과 글로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아, 유튜브(‘조민진의 웨이투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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