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 도시에 5만 명이 찾아왔다…시골 도서관의 기적
강원도 인제군의 인구는 32,000여 명입니다. 말 그대로 강원도 산골의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도시에 생긴 도서관에 지난해 반년 동안 50,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왔습니다.
전체 인구 수를 훨씬 웃돕니다.
이 시골 마을 도서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접경 지역에 들어선 '기적의 도서관'
지난해 6월,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에 특별한 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인제 기적의 도서관'입니다. 전국에서 17번째, 강원도에서는 첫 번째였습니다.
이 도서관은 20여 년 전, 한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을 계기로 건립이 추진됐습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책을 한 권씩 선정해 온 국민이 함께 읽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기부된 책의 인세와 국민 성금으로 기적의 도서관을 짓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을 만든 거였습니다.
이 재단이 '인제 기적의 도서관'을 무료 설계해주자, 인제군은 국비와 도비, 군비 180억 원을 확보해 도서관 건립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공사 4년 만에 도서관이 완성됐습니다.
■ 인구보다 많은 방문객…비결은?
그런데 이 기적의 도서관에서 이름처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도서관 방문객이 반년 만에 50,000명을 넘어선 겁니다.
인제군의 인구가 32,000명이니 단순 계산하면 군민 전체가 6달 동안 1.6번씩 도서관을 방문한 셈입니다. 도서관 홈페이지 방문자는 90,000명이 넘습니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기적의 도서관을 직접 둘러봤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10m 높이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한낮에는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고, 또 넓습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건축면적이 2,200㎡에 달합니다.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23,000여 권의 장서는 계단식 서가를 따라 원형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곳곳에 편히 앉아 언제든지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있어 누구나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음악실, 미술실, 미디어실 등 6개의 개별 공간은 현장 예약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 연주를 하거나 함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토론하며 책을 읽는 것도 가능합니다. 도시에는 흔하지만, 농촌에선 구경하기 힘든 스터디 카페도 이 도서관이 대신합니다.
어린이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어린이실은 지하에 마련됐습니다. 푹신한 소파와 계단형 의자, 낮은 서가가 있고, 수유실도 설치됐습니다. 아이들에게 인기인 원목 미끄럼틀도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도서관에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 일대 지역은 군민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 단장 중입니다. 도서관 바로 옆에는 인제 출신인 '목마와 숙녀'의 작가, 박인환 문학관이 있습니다. 도서관과 문학관 연계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이곳에서 유명 소설가와 동화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열렸습니다. 강원예술인 한마당 등 지역 문화 축제는 물론 백담사 학술제도 도서관에서 진행됐습니다.
인제 주민들은 더 이상 '문화시설'을 찾아 인근 도시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이 도서관 안에서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으니까요.
인제 기적의 도서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미디어 공간입니다. 사방이 영상으로 둘러싸여 각종 명화와 인제군의 명소를 실내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 수록된 인제의 주요 문화재와 관광 자원도 미디어 기기를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자투리 공간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습니다. 하얀 벽면은 버튼만 누르면 아름다운 풍광으로 변하고,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재생되는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도 곳곳에 설치돼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인제의 명물인 자작나무 숲도 이 도서관에서 새롭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우수 사례 된 인제 기적의 도서관
'인제 기적의 도서관'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곳곳에서 도서관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고양시와 천안시의회, 화천과 양구, 정선 등 강원도 내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찾아오는 겁니다. 공연과 각종 강연, 체험 행사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은 다른 지자체들에 벤치마킹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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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 기자 (mercy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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