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해산물의 얼큰한 조화… 겨울 추위 녹인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50년 넘은 우림시장 터줏대감 맛집
해물찜·해물탕 건강한 매운맛 일품
미나리·콩나물 푸짐하게 넣은 해물찜
아삭한 식감·걸쭉한 농도 입맛 잡아
서비스로 나오는 굴무침·석화 별미
1970년 골목길에서 시작한 우림시장은 어느덧 50년이 넘는 세월을 자랑하는 동네에서 사랑받는 재래시장이 됐다. 꽤 멀리서도 장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 우림시장은 동네 시장치고는 드물게 소 곱창 같은 특수재료나 산지 재료들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어머니는 종종 버스를 타고 우림시장 내 정육점에 들러 소 곱창을 사 오셨다. 어떤 날은 맨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물건이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우림시장 근처에는 지금은 사진 찍는 공간으로 유명한 용마랜드가 있다. 현재는 을씨년스러운 폐공원이지만 한때는 중랑구 랜드마크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여름에 수영장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당시에 수영장은 취식이 가능해 엄마들이 요리 자랑이라도 하듯이 이것저것 싸 들고 온 반찬과 고기 굽는 냄새, 찌개 끓이는 소리가 정다운 그런 곳이었다. 우림시장을 갈 때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어머니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찾은 양미의 점심시간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우림시장에 자리를 잡은 지 30년이 되어 가는 양미는 잠깐 상봉 먹자골목을 거쳐 다시 우림시장으로 돌아왔다. 부엌을 맡고 있는 어머니와 홀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아들의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온다. 자리에 앉으니 곧 반찬이 나왔다.
따끈한 미역국과 양배추 샐러드, 연근조림, 겨울철에나 나오는 굴 무침과 절임 배추가 입맛을 돋워 준다. 만석인데도 불구하고 맛깔나는 색을 듬뿍 입은 해물찜이 나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귀와 새우, 게, 오징어와 낙지, 큰 대합이 매콤한 소스와 함께 콩나물 미나리에 버무려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해물찜 요리들의 소스는 녹말로 농도를 낸다. 잠깐 타이밍을 놓치면 소스와 육수가 분리되기 마련인데 이곳의 해물찜은 먹는 내내 걸쭉한 농도를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다. 해산물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매운맛은 맵기가 조절되기에 술안주로 먹을 때는 기본보다 조금 맵게 먹는 것도 좋을 듯했다.
해산물과 콩나물을 다 먹고 난 후, 꼭 밥을 볶아 먹는 걸 추천한다. 남은 소스를 가져가 냄비에 밥을 눌러 볶아 주는데 고소하게 올라오는 들기름의 향과 소스의 배합이 정말 환상적이다. 해산물을 먹고 부른 배에도 볶음밥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맛이 좋다. 으레 억지로 만든 매운맛은 배탈이 나기 마련인데 양미의 매운맛은 건강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해물찜
<재료>
오징어 반 마리, 대구 살 100g, 새우 3마리, 주꾸미 2개, 홍합 5개, 양파 50g, 마늘 3톨, 당근 30g, 토마토소스 200g, 홍합 육수 500㎖,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바질 2장, 화이트 와인 50㎖, 버터 1큰술
<만드는 법>
① 해산물은 깨끗이 손질 후 버터에 볶는다. ② 해산물에서 향이 올라오면 야채를 넣고 볶다가 소금과 후추를 넣고 맛을 낸다. ③ 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여 해산물을 충분히 익힌다.④ 다 익은 해산물은 건진 후 토마토소스와 홍합 육수를 넣고 10분가량 끓인 후 곱게 간다. ⑤ 곱게 간 수프에 해산물을 다시 넣어 살짝만 끓여 바질을 올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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