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법 늦어지면 '역사적 죄인' 된다는 공정위···이유는 [뒷북경제]

세종=곽윤아 기자 2024. 1.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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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오래 걸리는 현행 법으로
급변하는 플랫폼 시장 규율 못해
법 제정시 조사 기간 절반으로
'졸속 추진' 비판엔 "업계에 죄송"
[서울경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법이 제정되면 플랫폼 업계의 투자 동력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가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반드시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 법 제정이 늦어지면 공정위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다”(육성권 사무처장)며 ‘속도전’을 강조했는데요. 공정위가 이렇게까지 플랫폼 법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처럼 구글·네이버 규제?···"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업계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반칙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데, 왜 대형 플랫폼 기업을 타켓으로 하는 규제 법을 또 만들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육 사무처장은 “현행 체계에서는 조사와 심의를 마치고 시정조치를 할 때 되면 이미 시장이 독과점화 돼있다”라며 “시장 경쟁 질서 회복이 거의 어렵게 돼 소비자는 엄청난 피해를 받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반칙행위에 현행 법을 적용해 규제하려면 그 기업이 영향을 미치는 시장은 어디까지인지, 그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이게 너무나 오래 걸려 규제 속도가 급변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례를 보겠습니다. 지난 2020년 공정위는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 원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가 비교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신의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가 화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자사 우대’ 행위를 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이런 제재가 공정한 시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을까요. 네이버가 이런 행위를 했을 때는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이 4위였으나 공정위가 제재를 내릴 땐 이미 1위로 올라섰습니다, 다른 경쟁 사업자들은 힘을 잃은 것이죠. 구글은 앱 개발자들에 자사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팔라고 강요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멀티호밍 행위입니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했는데, 조사 기간 구글 앱스토어의 점유율은 90%까지 올라갔습니다.

육 사무처장은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기업들은 반칙행위를 해서라도 시장 초기에 선두 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강한 유인을 받게 된다”며 “한번 선두주자가 되면 그 관성이 지속되고 이것이 독점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점화 속도는 빠른데 시장을 조사하는 시간은 너무 오래 걸린다”며 조사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플랫폼 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플랫폼 법은 ‘제2의 타다 금지법’?···"사전규제 아냐"

플랫폼 기업을 사전규제하는 이 법은 ‘제2의 타다 금지법’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육 사무처장은 “타다금지법은 타다가 렌터카를 이용한 운송 사업 모델을 도입하려고 할 때 이걸 원천 봉쇄한 것이어서 사전규제가 맞다”라며 “하지만 플랫폼 법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자를 미리 지정만 하는 것이고, 규제는 그 사업자가 반칙행위를 하면 그때 적용해 사전규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사전 지정 및 사후규제’가 맞다는 것이죠.

비슷한 맥락에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도 차이가 크다고 말합니다. 플랫폼 법과 DMA 모두 시장 지배력이 큰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합니다. 하지만 DMA는 끼워팔기 등 금지 행위를 명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한다’는 작위 의무까지 부여합니다.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조건과 다른 조건으로 제3의 플랫폼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사용자들이 생산한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법을 EU DMA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도 무리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 기업을 사전지정한다는 점만 보고 EU와 비슷하다고 하는 건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밀실 논의·너무 빠른 추진 속도 논란에···"업계에 죄송"

다만 법 제정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업계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수긍했습니다. 육 사무처장은 “여론 수렴, 공청회, 토론회 등을 거치고, 이걸 순차적으로 공개해서 진행했다면 이렇게까지 우려가 커지지 않았을 것 같다”며 “정부 내에서도 법에 대한 의사결정이 굉장히 신중하게 진행돼 (그렇게 하지 못해) 갑자기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입법에 영향을 받을 플랫폼 업계 종사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법안이 마련되면 적극적으로 플랫폼 업계를 만나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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