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의 기능의학] 외양간을 미리 고쳐야 하는 이유, 기능의학
몸이 안좋아져서 오랫동안 통원, 입원 치료를 진행했던 환자들을 만나보면, 아프기 전과 놀랍게도 바뀐 생활습관을 발견할 수 있다. 아프기 전부터 본인도 알고 있던 문제점들을 정작 아프고 나서야 실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지극히 식상한 말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그 시대에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대략 외양간을 튼튼하게 유지, 보수하지 못해 당시로서는 큰 자산인 '소'를 잃어버린 개념일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자산은 건강이다. 제 아무리 돈이 많아봤자 그 돈을 쓸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에, 자본주의가 세상을 점령한 와중에도 이 말은 유효하다고 본다.
다시 돌아가서, '꼭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쳐야 할까'는 단순한 질문을 던져본다. 자산을 잃기 전에 해결책을 만들자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대답을 하겠지만, 중요한 건 '내 외양간이, 내 건강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술·담배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당연한 조치도 있겠지만, 현재의 내 몸 상태를 알고 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병행해야 궁극적인 건강 유지가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기능의학의 근본이다. 좀더 단순한 예로, 사과나무에 썩은 사과가 열렸을 때 단순히 썩은 사과를 따내는 건 '치료'지만, 뿌리와 줄기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를 없애는 것이 기능의학이다.
1년에 한번 하는 건강검진에서 정상수치가 나온다는 것은 '열매만 보고 판단하는' 처사다. 정상으로 나온 검사표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은 안도감을 표하겠지만, 검사표를 보기 전에 감지되던 '일상 속 미세한 불편함'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의 문제일 따름이지 결국에는 썩은 열매, 즉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병원을 가는 이유는 이런 '증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이를 '정통의학'이라고 부른다. 아픈 증상, 즉 질병이 나타나는 것은 몸의 문제점이 한계치를 뚫고 표현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그 '표현'을 막기 위한 예방적, 치료적 의학이 기능의학이다. 한의학에서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을 '미병(未病) 상태'라고들 하고, 예방적 치료를 권장할만큼, 기능의학은 모든 의학 전반에 깔려있다.
기능의학을 제대로 하려면, 의학적인 진료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에는 그 사람의 모든 생활습관을 교정해줘야 한다. 운동상태, 신체기능평가와 훈련, 식습관 개선까지 구체적이면서도 동시다발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 정통의학과는 달리, 기능의학적인 진료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피로감을 높인다고 하면 이것이 어떻게 몸을 피곤하게 하는지 알고, 그에 맞는 처방과 치료에 대해 환자가 이해하고 자신 역시 바뀌어야 한다.
자본주의 문명이 발전할수록 기능의학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젊은 시절 열심히 살며 자산을 모으고 생활이 윤택해졌지만, 정작 그 삶을 즐길 몸은 이미 나이가 들며 기능이 쇠퇴해버렸다. 당장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 소비(나심비)나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복세편살) 같은 유행어가 나온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본다. 이것이 내가 기능의학 전공을 하게 된 이유다.
이제 자산과 건강을 더 이상 '반비례'의 관계로 놓지 말자. 자산이 늘어날수록, 내 몸의 기능성도 유지하거나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기능의학에 대한 소개와 그에 따른 치료 사례를 담은 내용들을 꾸준히 얘기해보고자 한다. '분초사회' 속에 정신없이 살아가는 인생들이지만, 기능의학에 대해 알아가고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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