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걸그룹 사이에 피어난 장미"…하이키, '건사피장'의 다음
[Dispatch=구민지기자] "쓰러지지 않아 난, 악착같이 살잖아"
흔히 '제목 따라 간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괜한 속설은 아니었다. 걸그룹 하이키가 딱 그랬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처럼 힘든 시기도 견뎌냈다.
"데뷔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연습생 6년 동안 '할 수 있다' 주문을 걸어도, 희망고문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죠."(리이나)
꿈을 이뤘지만, 생각만큼 주목받진 못했다. 하지만, 운명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지난해 역주행에 성공했다. 보석 같은 그룹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진심이 담긴 노래에 공감했다. 심지어 중장년층까지 댓글을 남기고 응원했다. 잊고 있었던 감성을 떠올리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호응했다.
"노래 가사처럼 하이키로서 많은 것들을 이뤄낸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해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속해서 나아가야죠."
하이키가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처음으로 영어 곡을 소화했다. 퍼포먼스도 잠시 놓고, 하모니에만 집중했다. '디스패치'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견뎌내줘서 고마워"
"악착같이 살아온 4명이 촘촘하게 어우러진 팀이랄까요?"
하이키 멤버들의 연습생 기간을 합치면 무려 21년이다. 휘서 9년 6개월, 리이나 6년, 서이 3년, 옐은 3년 동안 여러 기획사를 오가며 준비했다.
"저희 넷은 다 같이 만나자마자 데뷔했어요. 멤버들이 쌓아온 긴 연습생 시간 덕분에, 한 번에 잘 나아가고 있다고 느껴요."
수년간 흘린 땀방울이 자양분이 됐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서이는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힘든 시기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1년, 2년, 3년…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도 커졌다. 리이나는 "4년 차에도 데뷔가 보이지 않았다. 20살 땐 대학 진학도 있고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할수록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긴 시간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옐도 "목표(데뷔)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짚었다. 휘서는 "선배 가수들처럼 반짝이고 싶었다. 9년간 학원 다니듯 연습실을 찾았고, 평가조차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 "어렵게 나왔잖아"
하이키는 지난 2022년 1월 야심 차게 데뷔했다. '운동하는 여자'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웠다. 하지만, 가요계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초조해하지 않았다. 인기 트렌드를 좇기보단 자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2023년 1월 발표한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곡은 발표 한 달 뒤, 역주행에 성공했다. 유튜브 등 영상매체가 아닌, 오롯이 음악으로 달성한 기록이다. 하이키가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 제발 살아남아 줬으면 꺾이지 마 잘 자라줘 /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휘서는 "대중에게 희망을 전하는 곡이지만, 멤버들과 저희 인생을 표현한 노래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옐도 "노래할 때 이입되어 울컥했다"고 떠올렸다.
하이키도 장미처럼 버텼다. 서이는 "'견뎌내줘서 고마워'라는 파트가 뭉클하다. 멤버들에게 '고생했다. 더 해보자' 하는 마음이라 특별하다"고 짚었다.
◆ "건물 사이 핀 장미"
하이키는 지난해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의 쪽잠은 일상이 됐다. 전국 곳곳의 무대에 오르고 또 올랐다. 힘들지는 않을까.
무대만 있다면 괜찮다고 답했다. 휘서는 "차에서 자도 충분하다. 스케줄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서이도 "오히려 레퍼런스를 찾을 틈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옐은 "처음에는 '행사 어떻게 하냐'며 긴장했다. 하면 할수록 나아졌다. 지금은 무대를 즐기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털어놨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반응이 터졌다. 심지어 '건사피장'엔 영어 가사가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최근 타이베이에선 교통마비까지 일으켰다.
"H1-key have beautiful vocals and the lyrics tell their story perfectly."(하이키는 아름다운 보컬을 가졌다. 특히, 가사가 그들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전한다/ 해외 반응 中)
서이는 이를 하이키의 매력으로 꼽았다. "공감과 희망을 주는 가사가 와닿는 것 같다. 쉽게 따라 부르고 들을 수 있는 멜로디도 좋아하는 이유같다"고 분석했다.
◆ "하이키 노트"
하이키가 이번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새 싱글 '띵킨 어바웃 유'를 발매했다. 포근한 느낌의 팝 장르다. 데뷔 첫 영어 가사 곡이다.
옐은 "아이돌 그룹은 퍼포먼스를 위해 템포가 빠른 곡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저희가 개성을 담아낸 곡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화려한 아이돌의 모습을 잠시 내려놓았다. 리이나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노래다. 목소리에 힘을 실어 보고 싶었다"고 알렸다.
'하이키 노트'라는 새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서이는 "저희의 음악성과 음색, 가창 등 보컬 매력을 중점적으로 보여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휘서는 "보컬 표현적인 면이나 강약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슬픈 감정을 섞으면서도 파워풀하게 부르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하이키는 서로 감정을 나눴다. "멤버들과 화음을 쌓으며 노래한 건 처음이었다. 눈 맞추고 교감하며 불렀다. 저희만의 하모니를 완성했다"도 회상했다.
◆ "Thinkin' About H1-KEY"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글로벌 아이튠즈 상위권에 진입했다. 음원사이트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멤버 전원이 보컬 센터급이라는 감탄도 쏟아졌다.
하이키는 지난해를 돌아봤다. 서이는 "행운이 따라왔다"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이 실제로 이뤄지니까 말 그대로 꿈같고 행복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휘서는 "꿈만 같았다. 정말 못해봤던 것들을 많이 체험해 보기도 했고, 그걸 경험 삼아서 올해는 더 많은 걸 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다부진 포부도 드러냈다. 옐은 "아직 하이키보다는 노래가 알려져 있는 건 사실"이라며 "팀 하이키, 멤버들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젠, 정주행을 꿈꾼다. "'믿고 듣는 하이키'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 공중파 음악방송 1위를 비롯해, 팬들과 만나고(팬미팅), 단독 콘서트, 월드투어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팬들(마이키)에게 전하는 말.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은 디폴트 값이에요. 앞으로 쭉쭉 뻗아나갈 일만 남았어요. 마이키도 건강하게 함께 나아갈 준비해요. 늘 저희한테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고 해서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서이)
"팬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가수가 될게요. 앞으로도 놀라게 만들 수 있는 앨범, 콘셉트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거고요.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옐)
"마이키에게 언제 어디서든 사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늘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요. 또, 저희를 만날 때마다 힘이 난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휘서)
"사실 팬분들 얼굴을 거의 다 외우고 있어요. 친근하게 지내고 있죠. 팬분들이 저희의 전부예요. 자주 보러 와주시고, 길에서든 어디서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리이나)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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