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에 소금, 파인애플 피자, 민초 떡볶이…‘최애음식’에 무슨 일이[★★글로벌]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1. 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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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음식’들의 이유있는(?) 변신]
▷한국인 소울푸드 떡볶이, 민초단을 만나다
▷민트에 초코라니, 우리 햄버거한테 왜 그래
▷러시아가 발견한 ‘도시락 라면에 마요네즈’
▷알리오올리오에 마늘을 왜 그렇게 많이 넣어
▷美英간 혈투 부른 ‘홍차에 소금 한꼬집’ 논쟁
▷아메리카노·파인애플 피자에 고통받는 이탈리아

각 나라별로 ‘자랑스러워하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입맛은 제각각이기 마련. 최근 이런 최애 음식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호불호 논쟁이 뜨겁습니다. 최근 어느 나라에서는 전국민을 분노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는데, 무슨 사연일까요.

한국의 한 떡볶이 프랜차이즈에서 내놓은 ‘민초 떡볶이’. [곱떡치떡 제공]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인들이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에 넣는 마늘의 양을 보고 놀랍니다. 한국인들은 라면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에 놀라지요.

사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입니다. 실제로 레시피를 따라 그대로 먹어보고, 의외로 괜찮다며 호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취존(취향존중)’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태도죠.

그럼에도 나라마다, 사람마다 용인할 수 있는 ‘선’은 있어 보입니다. ‘아, 저렇게 먹으면 별론데’라는 안타까움이 ‘제발 그렇게는 먹지마’라는 분노로 바뀌는 경계로, 이 선을 넘으면 차이가 아니라 잘못으로 인식되는 모양입니다. 나라마다, 음식마다 그 선은 다 다르고요.

러시아식 ‘마요네즈 라면’. [사진=팔도 제공]
한국에서는 단연 ‘민트초코’가 그 경계에 있습니다. 어떤 요리와 결합시키든 논쟁의 중심에 섭니다.

최근 국내 한 떡볶이 프렌차이즈가 ‘민초(민트 초코) 떡볶이’를 출시하자 반응이 뜨겁게 엇갈렸죠. 먹방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도전하는 영상을 올렸고 반(反) 민초단은 경악했습니다.

일부 ‘민초단(민트 초코를 즐겨 먹는 사람들)’들은 “이건 나한테도 난이도가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한 수제버거 프렌차이즈 브랜드가 ‘민트 초코 버거’를 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외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 올랐습니다. ‘버거에 대한 신성 모독’이라며 분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예상 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칭찬도 나왔습니다.

국내 수제버거 프렌차이즈 ‘힘난다버거’가 출시한 민초버거. [사진=힘난다버거 제공]
세계인의 소울푸드 된 라면과 김치…백만가지 레시피에 한국인은 괴로워?
물 양 조절에 실패한 라면의 모습.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요즘 한국음식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죠. 라면과 김밥,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데요. 유튜브에는 직접 김치를 담그거나 라면을 다양하게 요리해먹는 방법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 한국인이라면 보기 괴로운 장면도 여럿입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라면 끓이는 외국인들을 보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십중팔구 물 양을 조절하지 못한 ‘한강물 라면’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김치 주스, 해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김치 칵테일 레시피 앞에서는 차라리 침묵을 선택하게 됩니다.

“저 맛있는 걸 못먹네”하는 안타까운 장면도 있습니다. 맛있는 영양의 보고, 번데기는 해외에서 영락없이 ‘벌레 취급’ 그걸 먹는 한국인은 몬도가네 취급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보급 식량으로 한국 번데기 통조림을 받고 당혹스러워 하는 동영상이 SNS를 통해 퍼졌습니다.

영상 자막에 따르면 군인은 “먹을 게 결국 다 떨어진건지 이제 이따위 식량을 주네. 구운 바퀴벌레가 든 통조림을 주다니!”라며 화를 냅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비극인데, 먹어보면 ‘얼마나 맛있게요’를 연발했을 거라는 데 한 표 걸어봅니다.

‘홍차를 완벽하게 마시는 방법’ 놓고 영국과 미국이 정면 충돌
지금 영국은 홍차 때문에 미국과 전쟁 위기(?)입니다. 미국의 화학자가 최근 발간한 ‘우리다: 차의 화학’이라는 책에 소개된 ‘완벽한 홍차를 끓이는 법’ 때문입니다.

책의 저자인 미셸 프란슬 펜실베니아 브린모어대학 화학과 교수는 저서에 “소금을 소량 넣고 티백을 쥐어짜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란슬 교수는 소금의 나트륨 이온이 차의 맛을 씁쓸하게 변화시키는 화학적 매커니즘을 차단하며, 티백을 물에서 빠르게 빼내면 카페인이 물에 느리게 용해되면 나오는 탄닌이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탄닌은 떫은 맛을 냅니다.

차의 본고장을 자처하는 영국인들은 경악했습니다. 게다가 홍차는 영국의 자존심입니다. 영국인들은 매일 1억잔의 홍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수도꼭지 미지근한 물로 바로 차를 만들어 먹는 나라의 과학자가 완벽한 차를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했다”라고 비꼬았습니다.

영국 언론인 몰리큐는 24일 자신의 X에 “우리 다시 전쟁하나봅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실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1773년 미국에서 발생한 ‘보스턴 차 사건’에서 차용한 유머지요.

당시 영국의 식민 통치 아래 있었던 미국인들은 영국이 수입되는 차에 부과하는 과한 세금에 반발해 보스턴항에 정박한 영국 국적의 선박을 습격했고 차 상자들을 모두 바다에 던졌습니다.

차들은 모두 짠 바닷물에 절여져 폐기돼야 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의 독립전쟁이 발발한 배경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美대사관-英대사관 유머 섞인 ‘혈전’
주미영국대사관이 공개한 ‘진짜 차를 만드는 법’에서 영국 공군 조종사가 ‘주전자로 우린 차’를 마시고 있다. [사진=주미영국대사관 X 갈무리]
영국 주재 미국 대사관도 프란슬 교수의 주장에 반대하는 유머 섞인 성명을 냈습니다.

대사관은 같은날 공식 X에 “오늘 미국인 교수의 완벽한 차 만드는 방법에 대한 언론 보도로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유대가 곤경에 처했습니다”라며 “그런 충격적인 제안은 우리의 특별한 관계의 근간을 위협하기 때문에 방관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선량한 영국인들의 국민 음료에 소금을 첨가한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이디어는 미국의 공식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라고도 썼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엄중한 입장문 같지만, 마지막 줄을 보면 글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미국 대사관은 계속해서 차를 적절한 방법으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만들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주전자에 물을 끓여 차를 우리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물을 데워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영국인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는 미국인들의 습관’으로 꼽습니다.

영국 내각부는 미국 대사관의 성명에 위트있게 대응했습니다. 영국 내각부는 X에 “우리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감사하지만, 우리는 전적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 차는 주전자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주미 영국대사관은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진짜 차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면서 대사관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영국 공군 조종사가 등장합니다.

조종사는 비행 중인 항공기 안에서 주전자에 담긴 차를 컵에 받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주전자를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는 유머입니다.

이탈리아인 괴롭히는 아메리카노·파인애플 피자
이탈리아의 유명 피자 쉐프 지노 소르빌로가 만든 파인애플 피자. [사진=지노 소르빌로 SNS 갈무리]
한국인들이 매일 식수처럼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문화라고 하죠.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파인애플 토핑이 올라간 ‘하와이안 피자’도 이탈리아인들을 부글부글 끓게 합니다. 피자의 고향은 이탈리아 나폴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CNN은 지난 3일 나폴리의 유명한 피자 쉐프 지노 소르빌로가 파인애플을 올린 새로운 피자를 선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3대째 피자 가업을 잇고 있는 소르빌로의 ‘탈선’에 이탈리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개 먹이 치고는 너무 비싸다”, “관광객에게만 팔아라”, “나폴리에서 역겨운 음식을 치워라”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소르빌로는 “음식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위해 파인애플 피자를 만들었”면서 신념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지구촌은 이렇게 시끌시끌합니다. ‘무엇을 먹는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속담도 있지요. 그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가 봅니다. 내겐 조금 이상한 식문화도 ‘취향이니까 존중한다’는 생각으로 이해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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