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당한 엄마 옆에서 놀고 있던 딸들…대체 무슨 일이?

CBS 오뜨밀 2024. 1. 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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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서정암 아나운서

◇ 채선아> 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 옆에서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된 엄마의 시신 현장에 범인이 담긴 증거들이 발견되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데요. 오늘은 2013년 9월 경기도 고양에서 발생한 사건, 서정암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서정암> 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사건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벌어진 명절 연휴에 두 딸과 함께 발견된 엄마 살인 사건입니다.

◇ 채선아> 바로 오늘의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서정암> 때는 2013년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찾아가게 되는데요. 평소 모녀 사이가 좀 데면데면해서 서로 왕래가 많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엄마는 머리 손질을 좀 핑계로 딸의 얼굴을 한번 볼까 하고 이제 미용실을 찾아간 거였어요. 그런데 이 미용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요. 불도 꺼져 있었습니다.


◇ 채선아>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이라고 했잖아요. 연휴 기간이니까 닫은 거 아니에요?

◆ 서정암> 그럴 수 있는데 평소에 딸이 생활력이 굉장히 강했대요. 그래서 지각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정해진 휴일에만 문을 닫고 성실하게 영업을 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공지도 없이 문을 열지 않았다. 이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딸에게 전화를 걸게 되는데요. 이상하게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생각이 스친 엄마는 이번에는 사위에게 전화를 해보는데요. 전화를 받은 사위가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한번 전화해보고요. 다시 장모님한테 연락드릴게요."

◇ 채선아> 엄마와 딸 사이가 데면데면했으니까 엄마 전화는 좀 안 받더라도 남편 전화는 받지 않았을까요?

◆ 서정암> 몇 분 뒤에 사위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장모님 이상해요. 아내가 전화를 안 받아요. 제가 혹시나 해서 어린이집에 전화 해봤더니 오늘 애들도 안 데려다 줬다고 하네요."이게 무슨 일일까 하면서 초조함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던 엄마가 사위가 오자 부부가 살던 아파트로 가게 됩니다. 이 부부는 11층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니까 이 집 현관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불안한데요.

◆ 서정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두 사람은 들어갔는데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거실 한가운데 아내가 누워 있었고요. 심장은 이미 멎어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부부에게는 세 자녀가 있었는데요. 당시에 첫째 딸은 없었고 둘째 딸과 막내가 아내의 시신 옆에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두 딸이 죽은 건 아니고요?

◆ 서정암> 다행히 두 딸은 살아있었어요. 끔찍했던 게 이 시신의 모습이 어땠냐면, 아래 속옷이 약간 벗겨져 있었고 얼굴과 목 부분에는 멍이 심하게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런 상황에 지금 딸 둘이 엄마 주변에 있었던 거예요?

◆ 서정암> 그렇죠. 성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더 끔찍했는데요. 일단 딸 시신을 발견한 엄마는 속옷부터 입히고 사위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옆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곧이어 경찰과 과학수사대 대원들도 도착했고요. 시신과 현장 상황을 둘러보니까 아내의 사망 시간이 시신이 발견되기 전 12시간 전후일 것으로 추측했어요.

◇ 채선아> 발견된 게 낮 12시 넘어서였으니까 12시간 전을 생각해 보면 전날 자정 정도에 사망했겠네요. 그러니까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서 미용실 문도 못 열고 애들을 어린이집에도 못 데려다 줬겠죠.

◆ 서정암> 경찰은 자살보다는 타살에 좀 더 가능성을 뒀는데요. 왜냐하면 이 시신에 상처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피해자 상처는 주로 목 쪽에 집중이 돼 있었는데요. 목 부위에 옷깃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이 피해자의 목을 졸라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닌가 추정했습니다.

◇ 채선아> 옷깃을 눌렀기 때문에 옷깃 자국이 목에 남았군요.


◆ 서정암> 그리고 주변이 굉장히 어질러져 있었는데요. 가방의 내용물도 쏟아져 있었고 서랍장도 열려 있고 컴퓨터도 막 바닥에 엎어져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여기저기 뒤진 흔적이 있는 거죠. 그리고 싱크대 개수대 안에 담배꽁초가 하나 발견이 됐는데요. D사의 담배꽁초입니다. 또 피해자의 몸 밑에서는 M사의 담배꽁초가 발견됐고요. 또 소파에는 담뱃재도 있었고 검게 탄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 채선아>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집에 들이닥친 범인이 금품을 훔치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럴 때 먼저 의심이 드는 게 주변 인물이잖아요. 남편과의 사이가 어땠나요?

◆ 서정암> 모호한 게,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았대요. 두 사람이 7년간 연애를 하고 결혼하게 됐는데요. 아내가 남편의 어머니와 갈등이 있기도 했는데 좋아지기도 했고 나빠지기도 하고 평범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 전에 두 사람이 같이 피자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이게 망하면서 경제적으로 좀 어렵게 됐고 부부 갈등이 조금 심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부터는 둘이 따로 살기 시작했는데요. 남편은 집을 나와서 첫째 딸과 함께 자신의 어머니 집 근처에 살고 있었고요. 둘째 딸과 막내는 이 사건의 피해자인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던 겁니다.

◇ 채선아> 남편이 사건 전날에 뭘 했는지도 행적을 살펴봐야 될 것 같아요. 의심이 가거든요.


◆ 서정암> 이 사건 전날인 2013년 9월 22일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집 엘리베이터에서 찍은 CCTV인데 아이들하고 같이 나가고 있죠.

◇ 채선아> 온 가족이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것 같고 아내, 아이 셋 모습 그리고 남편까지 다 있네요.

◆ 서정암> 사건 전날 8시 22분에 온 가족이 함께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에요. 부부와 자녀 셋 온 가족이 이날 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고 해요. 그리고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인 12시 26분에 남편은 첫째 딸과 함께 친할머니 댁에 가기로 했대요. 그래서 자고 있는 딸을 깨워서 집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이 모습도 CCTV에 다 담겨 있어요. 큰 딸이 엄마 쪽을 향해서 손 인사를 해요. '엄마 안녕'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큰딸이 5살이거든요. 그 당시 기억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해요. "현관에서 엄마가 얼굴을 찡그린 채 손을 흔들어줬어요."

◇ 채선아> 남편과 큰딸은 이 집을 빠져나온 건가요?

◆ 서정암> 네 그래서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가요. 그리고 친할머니 집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잘 도착했어"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오지 않았대요. 시간도 시간이고 자정을 넘겼으니까 아내가 잠이 들었나 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저는 아직도 의심이 가는데 남편이 큰딸만 할머니 댁에 데려다 주고 다시 이 집에 왔을 수도 있잖아요.

◆ 서정암> 안 그래도 확인을 해 봤대요. 그랬는데 남편이 떠난 이후에 아내의 집에 드나든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고 합니다.

◇ 채선아> 남편은 어쨌든 아내가 살아있을 때 집을 떠난 거니까 범인 목록에서 좀 지워보고 이후에 강도가 들어와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살해를 했던 걸까요?


◆ 서정암>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피해자의 몸에서는 성폭행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대요.속옷이 벗겨져 있기는 했지만 범인이 실제로 성폭행한 것이 아니라 마치 성폭행을 한 것처럼 꾸민 거였대요. 그리고 방 안에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쏟아져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정작 귀중품이나 지갑에 있는 돈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살인 증거들은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범인의 실체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가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제 유일하게 남은 단서는 개수대에 있었던 담배 그리고 피해자 몸 아래에서 나왔던 담배 이렇게 2개의 담배꽁초입니다. 두 개의 담배꽁초가 두 번째 단서입니다. 아까 담배꽁초 하나는 D사 그리고 다른 하나는 M사라고 했잖아요. 여기에서 낯선 두 남자의 DNA가 검출이 됩니다.

◇ 채선아> 범인이 2명이었나 봐요.

◆ 서정암> 검출이 됐을 뿐 누구 건지 DNA를 대조를 해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경찰이 아파트 곳곳에 있는 담배꽁초들을 모두 수거했대요. 수백 개 됐는데 대조를 해보니까 사건 현장에서 나온 담배꽁초의 DNA와 수거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일치하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 채선아> DNA는 나왔지만 일치한 DNA를 못 발견한 거네요. 그럼 수사는 다시 원점인가요?

◆ 서정암> 그렇죠. '미제 사건이 되는 건가'하고 포기하려던 순간, 엘리베이터 CCTV를 보던 한 형사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 채선아> 남편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 안쪽에 있는 거울을 살짝 보는 것 같네요.

◆ 서정암> 평범한 모습이죠. 그런데 이때가 남편이 아내의 신고를 한 직후라고 합니다.

◇ 채선아> 아내를 잃은 사람치고는 너무 태연하네요.

◆ 서정암> 그렇죠. 형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당시에 수사했던 형사가 하는 말이, 남편이 처음에 수사팀이 도착했을 때 수사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게 울고 있었대요. 바닥에 주저앉아서 대성통곡하고. 그런데 이 영상을 보니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너무 태연하게 거울도 보고 머리도 만지는 모습이 이상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대성통곡은 수사진한테 보여주기 위한 연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해 보면 사이가 좋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사실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아무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고 이걸 명확한 증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 서정암> 그렇죠. "왜 엘리베이터에서 태연했니? 너 범인이야. 안 슬퍼해 해서 너 범인이야" 이렇게 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경찰은 또 다른 증거를 하나 더 확보하게 됩니다. 미세 증거라고 해서 사람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증거들을 말하는데요. 피해자의 시신에서 미세 증거를 발견하게 된 겁니다. 보라색 계열의 섬유 몇 올을 발견한 건데요. 피해자의 목과 손바닥에서 발견이 된 거예요.

범인이 피해자의 목을 졸라서 살해한 것 같다고 했잖아요. 그때 이 범인의 손을 통해서 섬유의 올이 피해자의 목으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범인과 피해자가 접촉하고 싸우다 보면 섬유의 올이 손톱에 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 섬유가 보라색입니다.


◇ 채선아> 범인 거겠네요.

◆ 서정암> 그런데 이게 사건 당일에 남편이 입었던 티셔츠 색과 동일했습니다. 그래서 수사진이 피해자에게서 나온 섬유 올과 남편 옷의 섬유 올이 동일한지 알아보기 위해서 국과수에 의뢰를 하게 되는데요. 두 섬유의 성분은 동일하고 두께나 꼬임 색상도 유사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 채선아> 그러면 남편이 범인이었던 거예요?

◆ 서정암> 그렇죠. 결국 수사진들이 남편을 소환해서 추궁을 계속했고요. 남편은 범행을 자백하게 됩니다.

◇ 채선아> 어쩌다 아내를 살해하게 된 걸까요? 이유가 뭐에요?

◆ 서정암> 두 사람이 별거 중이라고 했잖아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남편은 그동안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대요. 분노가 쌓여서 온가족이 삼겹살 파티를 했던 그날 거실에 누워 있던 아내의 목을 조르고 목과 가슴을 발로 밟아서 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 채선아> 분노를 살인으로 해소한 건데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럼 앞서 있었던 단서들, 담배꽁초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 서정암> 남편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서 위장한 장치였어요. 범인은 삼겹살 파티를 하기 전에 이미 담배꽁초들을 주워서 준비해온 거예요. 그리고 아내를 죽인 다음에 주변에 꽁초들을 흘려놓고 강도 살인 사건처럼 위장을 한 거죠. 그러니까 시신의 속옷도 내리고 문도 열어놓고 한 건 다 남편 짓이었고요. 본인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연출이었습니다.

◇ 채선아> 아내 잃고 오열까지 연기며 연출 혼자 다 한 건데 저는 사실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던 이유가 큰 딸이 아빠하고 집에서 나갈 때 엄마랑 손 인사를 했단 말이에요.

◆ 서정암> 그것 때문에 많이 헷갈리셨죠? 남편이 자고 있던 큰 딸을 갑자기 깨워서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남편이 열린 문을 향해서 엄마한테 손 흔들어야지 하니까 잠결에 딸도 '엄마 안녕' 이렇게 손을 흔들었던 거예요. 이게 수사진들도 가장 힘들었던 점이었대요. 왜냐하면 아기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암시를 자신의 기억인 것처럼 생각하는 현상이 있대요. 이걸 이제 '피암시성'이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잘못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아빠가 이야기를 한 걸 자동으로 그냥 믿게 되고 아빠가 손을 흔드니까 아빠의 행동을 따라해 자신도 흔들고요. 그래서 안 봤는데도 본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합니다.


◇ 채선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건의 아이들 증언까지 다 모두 거짓이라는 건 아니고요. 첫째 딸에게 거짓 기억을 남겼고 둘째와 막내한테도 못할 짓을 한 거잖아요. 그냥 방치해버린 거죠.

◆ 서정암> 그렇죠. 거실에 있는 아내의 시신과 함께 아이들이 발견됐다고 했잖아요. 판결문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한 게 나와요. "피고인은 아내를 살해한 후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둘째 딸과 막내는 아무런 보호 조치도 없이 피해자의 시신과 함께 방치하였다."

◇ 채선아> 이거는 학대 아닌가요?

◆ 서정암> 그렇죠. 그래서 이 남편은 살인죄 거기다가 아동학대 혐의까지 더해져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요. 현재는 형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 채선아> 특히 잠에 취해 있는 큰딸한테 일부러 엄마한테 간다고 인사하라고 한 게 어떻게 인간이 이런 짓을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서정암 아나운서와 함께 2013년 고양에서 있었던 사건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서정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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