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에 찬 거짓’이 돈이 되는 세상…어떻게 진실에 가닿을까

한겨레 2024. 1. 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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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정치 유튜버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그가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한 시점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시점이라 자신이 한 것과 똑같은 짓들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는지 확인을 할 수는 없다.

'사브리나'의 백미는 그림으로 표현한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

슬픔에 묻힌 테디에게 찾아온 사람들은 슬픔 때문에 나설 수 없는 그를 범인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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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사브리나

얼마 전에 정치 유튜버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그가 여러 사람의 뒤를 캐고 음모를 퍼뜨려서 동영상의 조회수를 늘리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신념이 있었는지, 밥벌이인지는 몰랐지만 그가 한 일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에 추측을 더해, 매운맛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더구나 사생활 폭로가 단골 메뉴라서 대체로 공익과는 관련이 없었다. 거짓과 추측이 덕지덕지 붙은 영상이 등장하면 돈을 쏘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 있고 그 이야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실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진실이 무엇인지 따질 수 없는 상황은 최악이다. 거기까지 가면, 소문의 대상은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때로, 바닥까지 떨어져 목숨을 끊는 일도 다반사.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이 스스로도 괴로워하는 줄은 몰랐다. 물론, 그가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한 시점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시점이라 자신이 한 것과 똑같은 짓들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는지 확인을 할 수는 없다. 수없는 명예훼손, 모해위증 등의 혐의로 맞이한 공권력의 위세도 못지않게 무섭긴 했겠지. 그는 죽음을 앞두고 괴로웠을 텐데, 자신 때문에 괴로웠던 사람들의 처지를 깨닫고 갔을까? 사건 속의 사람들이 짊어졌을 괴로움의 무게가 느껴져 마음이 무겁다.

사브리나 갈로는 살해를 당했고, 그가 살해된 과정을 담은 영상이 각지의 언론사와 정치가들에게 배달되었다. 처음에는 불쾌한 부분들은 모두 제거한 내용만 공개되었다. 하지만 이내 전국의 아마추어 탐정들이 공개된 기사를 부풀려 진실은 없어졌다. 범인은 명백하게 공개되었지만 사악한 무리들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퍼진다. 보안 카메라에 평소처럼 퇴근하는 애인의 모습이 찍혔는데 연기처럼 사라졌다. 애인의 실종 때문에 슬픔에 잠긴 테디. 몸을 가눌 수도 없다.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브리나’의 백미는 그림으로 표현한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 작가의 선과 여백이 아니라면 글로만 전달하기 어려웠을 감정을 느낀다. 미니멀한 라인으로 표현된 인물들엔 독자들이 쉽게 자신을 넣을 수 있다. 스토리를 넘는 공감을 끌어내서 만화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슬픔에 묻힌 테디에게 찾아온 사람들은 슬픔 때문에 나설 수 없는 그를 범인 취급한다. 언니를 잃은 산드라에게 온 메시지들은 더 끔찍하다. “이 사건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신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싶다.” “나는 당신의 언니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확신에 찬 거짓이 허둥대는 슬픔을 압도하는 비정한 세계다.

점점 덩치를 키우는 거짓의 세계에서 우리는 진실을 어떻게 발라낼 것인가? 물론, 옛날이 그립다. 사실은 숨기기 어려웠고 믿을 수 있는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의 깊게 경청하고 필요한 말들을 골라낼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을 때,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 더 나은 세계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권위는 해체되었지만 정보의 해일 속에 진실은 묻히고 우리는 길을 잃었다. 타인에 대한 존중도 사라지고 견해가 다른 정치인에 대한 테러도 잇달아 일어난다. 어찌할거나!

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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