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대장동 첫 제보자 남평오 “개딸-이재명 왕국은 공동체 파괴 세력”
● 2021년 7월 대장동 민원 받고 직감
● ‘대장동 게이트’ 몸통은 이재명
● 李에 볼모로 잡힌 민주당 집단 인지부조화
● 민주당엔 희망 無… 정당 기능 상실
● 나치 vs 스탈린 꼴 양당 시대 끝내야
[영상] 대장동 최초 고발자 남평오⓶
[영상] 대장동 최초 고발자 남평오⓵
인터뷰실에 들어서자 휴대전화 충전기를 꺼내며 허락을 구한다. 대개 이 정도는 말없이 하건만 퍽 신사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180㎝는 됨직한 큰 키와 체격, 호남 방언의 흔적이 남은 느릿한 말투가 중후한 느낌을 더한다.
이 인물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대장동 게이트' 최초 고발자 남평오(63)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다. 그는 "연락이 많이 와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순식간에 닳는다"고 했다. 60여 년 삶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2021년 8월부터 쭉 살아 있는 뇌관으로 이어지는 대형 사건의 최초 제보자라는 사실은 그를 세간의 화제 중심으로 끌어 올렸다.
남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초 제보자가 나"라며 "2021년 8월 20대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 진행 당시 언론에 대장동 의혹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의 측근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인터뷰 날인 1월 5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서 박 전 실장 관련 뉴스는 400여 개다. 2004년 10월 20일 김근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27일까지의 그것은 약 800개다. 기자회견 이전 20년 삶보다 고백 한 번이 세상에 더 강렬하게 새겨진 셈이다.
제보의 시작은 2021년 7월 초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의 한 주민이 그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때 토지 관련 소송 자료를 한가득 가져와 "억울하다"며 도움을 청했다. 남 전 실장은 처음엔 민원인과 이 대표 간 사적 다툼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료를 살핀 후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알아보니 이미 대장동 인근에선 유명한 의혹이었다. 회계사, 감정평가사, 변호사 등 지인 몇 명을 모아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조사를 진행할수록 직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조사 결과를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기자에게 제보했고, 박 기자는 2021년 8월 31일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글로 의혹을 제기했다. 대장동 게이트 효시다.
대장동 게이트는 202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이던 이재명 대표에게 '초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이때 국민의힘 후보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것을 감안하면 이 건이 낙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27일 기자회견 후 '클리앙' 등 진보 성향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그를 "해당(害黨) 행위자" "배신자" "역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남 전 실장은 이에 대해 "대장동 게이트 몸통은 이재명 대표라고 본다"며 "도덕과 양심을 잃은 것을 먼저 반성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한 사람을 공격하는 건 정당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민주당다움'을 잃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선 희망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나치와 스탈린이 싸우고 있는 현 상황을 종식해야 한다"며 이른바 '이낙연 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정당 기능 상실"
지난해 12월 27일 대장동 게이트 최초 제보자임을 밝혔다. 침묵을 깬 이유가 뭔가."대장동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약 2년 4개월간 진보 진영에 암흑기가 도래한 듯해 마음이 괴로웠다. 왜 대선에 패배했는지 반성하지도 않고, 윤석열 정부와 싸운다고 하면서 정작 왜 싸우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장동 게이트와 같은 사건에도 침묵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당이 이재명 대표에게 볼모로 잡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당이 원래 지향하던 인권, 평화의 가치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전환점을 22대 총선 전에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백했다."
당이 이재명 대표의 볼모가 됐다?
"이재명 체제 이후 사회 암흑기를 만드는 정당이 돼버렸다. 민주당뿐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가 '이재명 블랙홀'에 빠진 것 같다. 20대 대선 국면에서 진영 승리를 위해선 가짜도 진짜처럼 꾸며야 한다는 진보 진영의 민낯을 봤다. 지식인, 사회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온통 '이재명'이라는 틀에 갇혀서 진영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곤 두려움마저 들었다. 진실이 이기지 못하면 사회 공동체가 파괴된다는 신념이 흔들렸다."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니까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숨길 순 없는 것 아닌가. 단순한 '네거티브'가 아니라 민주당 대선후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검증이라고 생각했다."
언론에 유출하지 않고 캠프 내부에서 해결할 수도 있지 않나.
"당시 이낙연 캠프와 이재명 캠프는 물리적 차이가 컸다. 예컨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만 보더라도 30대 1 수준으로 이재명 대표의 그것이 더 많았다. 현역의원들도 잘 협조해 주려 하지 않았다. 캠프 내에서 문제를 제기해 봐야 묻힐 공산이 컸다. 또 심증은 확실하지만 공식 조사 권한이 없어서 의혹 추적에 한계가 있었다. 이낙연 위원장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국가기관 등 공식적 '팩트'가 아니면 신뢰를 잘 안 해서 알려봐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았다."
장기적으로 대선에서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
"양심이나 도덕과 같은 신념에선 계산을 하면 안 된다. 당의 이익을 따지기 전에 난 당연히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는 도덕적으로 더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대선 패배는 다른 문제다."
결국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그나마 이낙연 위원장의 헌신이 있었기에 그 정도 격차까지 좁혔다고 생각한다. 이 위원장이 약 1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던 대권주자였다. 그가 이재명 대표를 돕지 않았다면 격차는 더 컸을 것이다. 민주당이 근본적 패배 원인이 무엇인지 반성하지 못하는 점은 굉장히 뼈 아픈 일이다. 어쩌다 당에 도덕과 양심이 사라졌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닐까."
당신이 제보자임을 알게 된 후 이 위원장은 뭐라고 하던가.
"별다른 말 안 했다. '털어놓으니 시원하겠다'라고 하더라."
공동체 파괴 세력 '개딸-이재명'
"맞다. 배신자라거나, 대선 패배 원인을 제공했다거나 등 이유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다.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짜 뉴스가 횡행한다. 이재명 대표가 300회 이상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혐의가 하나도 안 나왔다거나 심지어 기소도 안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장동 게이트는 땅 장사를 통해 1조 원 가까운 돈을 특정 세력에 부당하게 몰아준 희대의 사건이다. 똑같은 검찰인데, 이러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불의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를 구속한 검찰은 정의롭다고 말한다. 진실을 외면하는 당 지지자들을 보면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민주당의 정신과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다. '집단 광란'까진 아니어도 당에 '인지부조화'는 분명히 있다."
대장동 게이트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있다고 보나.
"그가 몸통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사업은 모두 이재명 대표의 결재 아래 이뤄졌다. 그리고 그는 원래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남 전 실장은 "나는 뼛속까지 민주당인 사람"이라고 했다. 1961년 전남 고흥군에서 8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 이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1971년 초등학생 시절 장터에 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의 지원 유세를 보며 뭉클함을 느꼈다. 이때 그에게 그의 부모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좋은 나라가 된다"고 가르쳤다.
1976년엔 광주로 가 살레시오고를 다녔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땐 참상을 몸소 겪었다. 이듬해엔 전남대 인문사회과학대학에 진학했고,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졸업 후에도 민주화 관련 시민운동을 하다가 2004년 김근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국정을 경험하며 여러 당직을 맡아왔다. 이낙연 위원장이 전남지사이던 시절 인연을 쌓아 측근이 됐고 현재에 이르렀다. 남 전 실장은 "민주당은 과거의 민주당다움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민주당다움이란 무엇인가.
"독재정권 치하에서 압박받는 민중을 민주주의로 이끈 힘이다. 민주당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고, 부패와 싸우며 한국 정치 사회를 선진화한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당이다. 또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당이다. 복지 등 사회 안전망 이슈를 선점해 왔다. 그런데 이젠 이 세 가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 민주당에 민주당다움이 사라졌다고 보나.
"2007년이다. 당시 보수 진영에 정권을 내줬음에도 이유에 대해 성찰하지 않았다. 이후 2017년 '촛불 혁명'을 통해서 정권을 찾았음에도 민생이 아닌 당의 권력만을 고집하며 민심과 멀어졌다. 민주당은 원래 사회적 약자와 민생을 먼저 돌봐왔는데, '검찰개혁'을 우선했다. 이러한 잘못이 결국 윤석열과 이재명이라는, 예상치 못한 지도자의 등장을 초래했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민주당다움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재명 대표 체제 아래에선 희망이 없다고 본다. 이른바 '개딸'이라고 하는 팬덤이 이미 '이재명 왕국'화됐다고 본다. 사회발전을 생각하지 않고, 마치 우상을 숭배하듯 이재명 대표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긴다. 사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세력이 돼버렸다. 이 속에 진보 진영도 볼모가 돼 갇혀 있다. 이젠 끝내야 한다."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
당신의 기자회견이 신당 창당을 가속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영향은 그다지 없었다고 본다. 이낙연 위원장이 신당을 만들게 된 원인은 현재 정치의 구조적 문제와 야당의 기능 상실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 위원장이 없는 민주당이 훨씬 편할 거다. 지난해 12월 30일 회동도 이 위원장에게 차마 나가라곤 할 수 없고, 국민에게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연출한 '대국민 쇼'라고 본다."
남 전 실장은 '이낙연 신당'이 개혁신당(가칭), 이른바 '이준석 신당' 만큼의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월 7일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당원 모집 나흘 만에 4만424명의 당원을 확보했다고 알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남 전 실장은 "이준석 위원장의 디지털화된 사고방식이나 행보는 대단한 장점"이라며 "이낙연 위원장의 안정감과 리더십도 한국 사회에 이준석 위원장 못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창당하면 많은 양심 세력이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위원장과의 연대할 가능성도 있나.
"가능하다. 물론 정치사적 뿌리는 다르지만 미래를 향하는 가치는 같을 수 있다. 과거에 결이 달랐더라도 미래로 가는 길은 함께 만들 수 있는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에도 같은 원칙인가.
"그렇다. 현재 양당이 초래한 한국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다함께 큰 배에 올라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위원장의 신당 창당이 '해당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9일 안민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쟁을 앞두고 내부를 분열시키는 해당 행위"라고 말했다. 올해 1월 5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신당 창당을 해당 행위라고 말한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봐서 그렇다. '눈뜬 봉사'와 같다. 신당은 민주당의 구조적 모순과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힘이 붙으리라고 본다."
박지원 전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 말의 무게가 다르지 않나.
"박지원 전 원장의 그런 발언이야말로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을 배반하는 말이다. 민주당의 전통과 가치를 외면하고, 범죄집단으로 만들어가며 꾀하는 통합이라면 우리 사회의 전진을 가로막을 뿐이다. 이를 모른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임을 증명하는 꼴이다. 80세 넘어 정치는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으니 이낙연 위원장을 공격해 이익을 얻으려는 노욕(老慾)이다. 요즘 언행이 도를 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정치를 가르쳤는지 묻고 싶다."
남 전 실장은 4월 총선에서 이낙연 신당 후보로 서울 강서갑에 출마할 계획이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강선우 의원과 대결하면 승산은 어떻다고 보나.
"충분하다. 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입 역할이나 하며 자신의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말을 세게 하니 민주당원에겐 인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총선은 민심의 시간이다. 내가 유리하리라 본다."
남 전 실장은 1987년 결혼해 슬하에 세 아들을 뒀다. 각각 1988년생, 1991년생, 1992년생이다. 그는 "정치가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헌신"이라고 말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이 허용하는 한 사회에 헌신해야 한다고 믿는다. 현재 양당이 마치 나치와 스탈린이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겐 이 싸움을 종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좋은 직장 들어가서 월급 많이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보람 있는 일이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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