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외롭다 [창+]
[ 시사기획창 '어떤 가족-고립을 넘다' 중에서]
동이 채 트지 않은 시간, 태선 씨가 집을 나섭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태선 씨는 이렇게 평생을 홀로 걸어왔습니다.
<인터뷰> 김태선 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한테 나라에서 일을 시켜요, 조건부 수급자라고 해서. 그냥은 돈 못 주고 일을 시켜서. 혼자 사니까 한 140만 원 정도 (받습니다)
가출한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
열 살 무렵 혼자가 된 태선 씨에게는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태선 씨
직장 생활 잘하다가 카드 많이 쓰고 망해서.. 술 먹으러 가고 긁고 술 먹으러 가고 긁고 그렇게 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이게 끝물이죠, 이제. 이제 더 내려갈 데가 없잖아요. 가족들은 다 돌아가셨습니다. 혼자고. 잡아주는 사람 없고 그러니까 혼자 살죠. 가족이 있으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겠죠.
도와달라고 손조차 뻗어보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인터뷰> 김태선 씨
아침에 끓여 놓고 갔어요. 제가. 호박하고 양파하고. 보통 평소에는 이렇게 먹다가 오늘같이 비가 오잖아요? 그럴 때는 삼겹살 구워먹고 그래요.
혼자 지낸 지 오래지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외로움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인터뷰> 김태선 씨
외롭죠, 명절날 외롭고. 아플 때. 병원 갔을 때 보호자 데리고 오세요 (하는데) 보호자 없습니다, 제가 보호자입니다. 그럴 때가 눈물 나는 게 있었지. 지금 고시원에 있는 사람들 거의 다 대부분 그래요. 다 우리처럼 이렇게 저소득층.
갓 중년이 된 지인의 고독사 걱정을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자신이 홀로 세상을 떠날 확률을 꽤 높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1인가구의 경우, 절반에 가깝게 자신의 마지막이 고독사가 될 거라고 점쳤죠.
홀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렇게 불안의 끝까지 내몰리는 걸까요.
1인가구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홍정자 씨
원주 온 지는 한 10년이 넘죠. 본 고향은 평안북도. 피난 나왔으니까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게 고생하다가 면허증을 따서 택시 운전을 하고. 동생네 집에 혼자 있으니까 이 아파트에 넣어준 거지. 영세민들 주택보증금 넣고 해서. (처음에는) 낯설고 외로웠지.
가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홍정자 씨
홍콩에서 찍은 거야. 가족들하고 가는 데 같이 가서. 가족들이 다 수원에 있어요. 동생도 있고. 그런데 내가 안 가지. 왜 그러냐 하면, 이렇게 꼭 선머슴같이 혼자 사니까.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로움의 위협은 커져만 갔습니다.
<인터뷰> 홍정자 씨
정 외로우면 잘 때는 소주 반 병을 먹어요. 반 병 딱 먹고. 그래야 잠을 자지. 요새는 이상하게 잠을 못 자요, 계속. 쓸쓸해. 쓸쓸하지. 황망하고 쓸쓸하지. 그냥 허망해. 이렇게 산다는 게.
현재 국내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 세 집 중 한 집은 나홀로 가구입니다.
그런데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빠르게 늘어난 1인 가구의 경우 주머니 사정은 나빠져만 갑니다.
3,010만 원, 평균 연 소득은 전체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부채는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가난은 고립의 벽을 더 높게 쌓아 올립니다.
<인터뷰>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괜찮은 사람들은 이런 외로움의 상태를 경험하더라도 스스로 ‘내가 이것을 이렇게 해소할 수 있어’라고 방법을 찾아갈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그리고 외로움이나 고립이 극단적인 상태에 머물다가 돌아가시는 사례가 고독사인데 2017년에 전체 사망의 0.8%이다가 2021년에는 1.1%까지 늘어났고요. 이것은 사실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숫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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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방송일시: 2024년 1월 23일(화) 밤10시 KBS1TV
취재 기자: 손은혜
촬영 기자: 이재섭 김성현
영상 편집: 김대영
작가 : 박희진
자료조사: 정성연
조연출: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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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혜 기자 (grace3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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