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갈등 봉합? 2차·3차전이 진짜다

정용인 기자 2024. 1.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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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는 김경율 거취 정리·김건희 사과…결국 ‘윤심’ 공천 둘러싼 충돌 벌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천|성동훈 기자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한동훈의 90도 폴더인사. 그걸로 갈등은 봉합된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막후에서 벌어지는 윤석열·한동훈 갈등은 이제 막 고조되는 참이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서 기자나 보좌관, 입법전문위원 등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가 있다.

주로 ‘[받]’이라는 머리글로 시작되는 장단문의 메시지로, 속칭 ‘지라시’로 불리는 글이다. ‘받’은 ‘받은 글’이라는 말의 약자로 글을 보내는 사람이 쓴 글이 아니고, 시중에 유통되는 글을 퍼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어떤 사정으로 공식적인 언론 지면이나 방송에서는 발표되지 않은 뒷사정(언론계 말로 ‘낙종’)이나 적나라한 험담·물의를 일으킨 사건의 실명을 담은 글 따위다. 실제 팩트체크를 해보면 대부분 과장되거나 부풀린 정보인 경우가 많다.

시사평론·선거 컨설팅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 중에는 “일부러 저런 정보는 찾아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꽤 된다. 틀린 정보에 오도돼 판단을 그르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런 지라시 유통문화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정보를 얻을 소스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 등의 이름을 달고 유통되는 [받]글의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해 [받]글 특유의 문법을 흉내 낸 글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유통하기도 한다. 어차피 메시지의 최초 작성자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은 ‘지하정보’ 시장이기도 하다.

‘폴더인사’ 후 막후서 벌어진 ‘받글’ 전쟁

윤·한 갈등이 언론을 통해 표출된 1월 21일 밤부터 둘의 갈등을 다룬 [받]글이 ‘폭발’했다. 1월 23일 서천 회동 이후에도 증폭되고 있다. 24일 오전 서천 회동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담은 [받]글이 돌았다.

“서천이 지역구인 장동혁 사무총장이 화재 발생 새벽에 서천을 다녀왔고, 보고받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이 가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실이 용산에 전해지자 원래 3시 방문 예정이었던 일정을 1시 30분으로 당겼고, 윤 대통령 방문 소식을 들은 한동훈 위원장은 ‘별다른 반응은 없었고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함’”이라고 글은 주장하고 있다.

글은 한 위원장에 호의적 시각을 가진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의 시각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통령 방문 소식을 들은 한 위원장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목격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뿐아니라 주관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격. 얼마 안 되는 시차로 유포된 또 다른 [받]글은 “한동훈은 위선, 쇼맨십, 언론플레이가 많고 법무부 장관 때는 실적 없는 무능을 보여줬다”라고 주장했다. 글은 “최근 뒷골목 쪽방촌에 한동훈 지라시 생산공장 차려 ‘윤통(윤석열 대통령) 디스-한(한동훈) 띄우기’하는 여론조작 문자 남발 중”이라며 “당 중진들도 가담자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식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위원장의 법무부 장관 직무수행에 대한 내용은 평가의 영역이다. 실제 한동훈 측에서 쪽방촌에 ‘지라시 생산공장’을 차려 윤석열 비난 여론조작 문자를 퍼뜨리고 있을까. 역시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누가 이런 글들을 만들어 돌리는 걸까. 국민의힘·비대위 내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소문으로는 윤 쪽에서는 조선일보 출신 모 인사가 주도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한동훈 가족의 특정 고교 동문 출신에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정치권 인사가 지라시 생산 및 기자한테 정보를 흘리는 업무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받]글 유통실태와 별도로 이런 글들을 팩트체크해 기사로 다루기엔 장애요소가 너무 많다. 우선 기사 가치 자체가 높지 않다. 대부분 주관적인 평가나 전망을 담은 속된 말로 ‘뇌피셜’에 해당하는 글이 많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한동훈이 비대위가 끝나면 해외 나갈 듯’이라는 제목의 글이 카카오톡을 통해 기자에게 전달됐다. 읽어봐도 그렇게 전망하는 까닭에 대한 근거는 딱히 들어 있지 않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한 갈등, 누가 이긴 걸까

그렇다면 정치평론, 선거컨설턴트 등은 이번 윤·한 갈등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제는 그걸 들어볼 시간이다.

일단 궁금한 점. 윤·한 갈등의 승자는 누굴까. 과거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심각한 갈등을 경험한 전적이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약속대련’이라는 걸 언급했다. 총선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마치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것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했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어찌 됐든 윤석열이 한동훈을 만들어준 것이다. 약속대련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는데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누가, 예컨대 컨트롤타워가 있어서 지금 상황을 만들려 해도 만들 수 없는 시나리오의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가 보기에 이번 갈등사태는 윤석열의 준비되지 않은 ‘선공’으로 시작됐다. 수의 계산이나 시나리오 없이 대뜸 지르면서 한동훈에게 당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금 한동훈이 가고 있는 길이 과거 윤석열이 갔던 길이라는 점이다. 자기 혼자 싸워서 이기기는 불가능한 싸움이다. 추미애의 압박에 윤석열이 싸움을 잘 걸어 압박을 이겨나가니 정권의 희생양이 됐다, 불쌍하다, 도와줘야겠다는 지지여론이 일었고, 그걸 바탕으로 컸던 것처럼 한동훈도 그런 윤석열의 모델을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길에는 차이가 있다. 윤석열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완만한 속도로 압박을 받고 이겨내면서 대권주자가 됐다. 반면 한동훈은 굉장히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중으로, 그만큼 진폭이 클 것이다. (한동훈은) 여기서 주저앉으면 나락이고, 하늘의 별을 잡으면 대권으로 가는 것이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약속대련-으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 같지 않다는 것은 기자가 접촉한 대부분 전문가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 갈등에서 이긴 쪽이 누구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한동훈이 이겼다고 말하려면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놓든가, 국민적 원망의 대상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해명을 정확히 요구하고 특검은 차치하더라도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하든가 해야 한다. 대선 때 한 ‘당선되면 내조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 보수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사태의 해법인데, 그 어떤 것도 이뤄내지 못한 채 한동훈은 ‘나는 이야기 다했다’고만 말하고 ‘셧 더 마우스’하고 있는 것 아닌가.”

김 대표는 ‘검사 출신이라는 것을 프라이드를 가진 정치인의 한계’를 거론했다.

“이미 용산이 보여주듯 검사는 절대로 사과를 안 한다. 자기들이 기소한 건에 대해서는 대법에서 최종 무죄로 결론 나도 절대로 자기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하니 ‘도어 스테핑’도 없애버린 것 아닌가. 한동훈이 90도 폴더인사를 한 것을 두고 그쪽에서는 높은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인사습관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선주자 행보 흉내를 내는 것이다. 정치권에 들어온 이상 사진의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 텐데 폴더인사는 ‘받들어 총’하는 것이다. 한동훈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한동훈이 윤석열에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로 끝난 것 아닌가. 아직 2차와 3차가 남았다.”

표면적으로 갈등은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더 심각한 갈등의 파고가 앞으로도 두 세 차례 닥칠 수 있다는 예견이다.

대부분 전문가가 언급하는 갈등의 ‘2차 파고’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다. 한 비대위원장이 용산에 대한 ‘신의’를 지키겠다면 비대위원 사퇴나 적어도 마포을 출마 선언 원점 검토 등 퇴각하는 모양새를 보여줘야 한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으로서도 그런 용산의 요구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정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경율을 자르면 선거에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그게 비대위의 존재이유다. 비대위원은 그런 말을 하라고 뽑아놓은 것이 아닌가. 한동훈이 용산으로부터 ‘김건희 지키기 공천을 하라’는 지령을 받고 조기에 차출됐을지 모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아울러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 유권자들에게 ‘한동훈 비대위’는 김종인·이준석 등을 등용한 2012년 박근혜 비대위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김경율밖에 없는데 그런 사람을 쫓아낸다면 비대위가 왜 있어야 하나. 그럴 거면 김기현 대표 체제로 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이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율 비대위원. /박민규 선임기자

김경율 거취 정리 요구로 2차 갈등 벌어질 듯

2차 파고가 예상되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도 알고 보면 징검다리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큰 갈등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날 대립이다.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이번 윤·한 갈등의 도화선이 됐던 것은 용산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서초을, 안상훈 초대사회수석의 강남갑 공천 요구를 한 비대위원장이 거절한 데서부터 출발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 영남 중진 희생을 바탕으로 ‘검사 출신 용핵관’들 공천을 ‘개혁공천’으로 포장하려는 용산 측의 계획을 한 비대위원장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기자에게 “내가 접촉한 범위에서 들은 이야기에 근거해봤을 때 가능성이 없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의 말이다.

“윤·한 갈등 후 나온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은 한을 임시관리인으로 봤다. 임시관리인이라면 당에 기반을 구축할 필요 없고, 공천에 자기 사람을 박을 수도 없고 정해진 수순을 따르면서 그냥 얼굴마담을 하라, 이런 차원이다. 문제는 한동훈이 다르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징표가 한동훈·이철규 공동인재영입위원장 체제다. 용산은 비대위원회도 사실상 이철규와 한동훈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동훈이 ‘예스’를 안 했다. 그런 게 쌓였다. 김경율 마포을 사천 논란은 그냥 명분이다. 결국 윤심대로 공천이 안 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결국 공천을 놓고 충돌은 불가피하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오랜 세월 검찰에서 윤석열을 모시며 살아왔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분기점에 도달했다고 한동훈은 생각한 듯하다. 대놓고 지난 대선 전후 이준석이나 2012년 이명박 정권 시기 박근혜처럼 대립각을 세워야 할 일로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럼에도 누가 이겼다, 졌다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동훈이 독자적인 노선을 고민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이미 한동훈은 자기 그림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4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한동훈 덕분, 실패하면 윤석열 탓’이라는 구도를 그려놓고 그에 맞는 명분을 착실히 쌓고 있고, 이번 사태는 용산의 뒤통수를 친 격이라는 설명이다.

의문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홀로서기’를 생각해볼 정도로 지지세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총선에 차출된 ‘검사 출신 용핵관’들은 이른바 윤심 후보들이다. 이들을 내친다면 한 위원장으로서도 대안이 없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 와서 과거 검찰 시절에도 윤석열은 술만 마시고 크게 지르기만 할 뿐 디테일은 한동훈이 다 챙겼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그때도 윤석열이 적어도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은 탁월했다. ‘그래? 내가 막아줄 테니 해봐’ 하는. 그걸로 검찰 후배들에게는 신망이 있었다. 문제는 검찰 안에서나 그렇지 지금은 나라 전체 일을 관장해야 하는 대통령이다. 검찰에서는 권력을 보는 시각이 좁았을 텐데 대통령이 되면 권력은 분산돼 여러 갈래로 나뉠 수밖에 없다. 이번 한동훈·윤석열 갈등도 그 지점에서 분출된 것이다. 용산은 한동훈의 역할을 자신들이 판을 짜놓고 이미 만들어놓은 기본판에 구멍 난 것을 메우는 정도의 역할로 생각했다. 얼굴마담 역할을 하면서 약간의 신선함을 불어넣는 정도까지가 한동훈이 해야 할 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동훈 쪽의 생각이 거기에 멈춰서 있지 않겠다고 하는 점이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첫 비대위원회 회의에서 한 비대위원장은 “우리 내부에서 궁중암투나 합종연횡하듯 사극을 찍는 식의 삼국지 정치는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민일보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한 달 화법을 분석해 내놓은 팩트체크 기사(1월 24일자)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한 위원장이 수없이 쏟아낸 공개 발언 중 대통령과 영부인인 윤석열·김건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건수가 그때까지 0건이었다는 점이다. 왕이나 중전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것을 불경시하는 전근대적인 ‘궁중암투’를 다룬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해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의 말말말과 모순된 행보

비대위원장을 맡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이었던 지난해 11월 21일 그는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어법이 있다면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라며 “5000만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범 후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방문 지역과 자신의 ‘인연’을 강조했다. 선거유세 등에서 정치권이 사용해온 전형적인 ‘여의도 사투리’다. 자신이 한 말이나 다짐과는 모순적인 행보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궁중암투 중심의 사극 찍는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 아닌가. 감히 중전마마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은 ‘불충’이니 충효의 예가 아니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동훈을 찾아가 사퇴를 요구한 것도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도승지가 세자에게 찾아가서 ‘대군께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앞으로 왕위를 받을 수도 있는데 왜 지금 이러시는 거냐’고 말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

한동훈의 ‘반란’은 성공할까. 시금석은 결국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결과다. 김유정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는 세대교체·운동권 청산을 앞세워 86세대 민주당 심판 구도로 가려고 할 텐데, 물론 그렇게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그걸 이번 선거 최대이슈로 부각하기엔 약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한동훈을 앞세워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는데 1985년생 대표를 내쫓고 1973년생 ‘띠동갑’이 들어와 세대교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초현실주의적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능구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의 컨벤션 효과가 지속되려면 중도층 지지가 확장돼 당 지지도가 올라가고, 민주당 쪽에서 떨어져 나온 여권표도 나와야 하는데 지난 한 달간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동훈 개인에 대한 인지·지지도만 올라갔다”고 말했다.

“실제 윤·한 충돌은 이제 2차전이 본격화되면서 서로 준비된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 예컨대 김경율 사퇴건과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던 이관섭 비서실장을 동시에 정리하고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는 식의 해법을 예상해볼 수 있다. 문제는 3차전이다. 공천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물러나는 쪽은 완전히 몰락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1차 갈등은 임시로 어떻게든 봉합됐다지만 앞으로 올 2차, 3차 충돌의 파고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할 거라는 전망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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