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째 전작권 없는 ‘군사력 6위’ 韓···문제는 北 핵능력 고도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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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군사주권
전시땐 한미연합사령관의 총지휘 받아야
보수·진보 막론하고 군사주권 회복 노력
육·해·공군 역량도 지속적으로 강화 추진
北 미사일 등에 韓 대응능력 기준 높아져
한미 연합방위체제 유지 속 체계적 전환을
2022년 1월 19일 당시 서욱(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에서 합참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 연합사 부사령관, 해병대사령관 등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작권 전환 추진평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부
[서울경제]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WT-OPCON)은 국가 안위에 직결된 문제이자 군사주권(국가가 자국 군대의 지휘와 작전에 대해 가지는 고유의 권리)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헌법에 보장된 국가주권이기도 한 전작권을 왜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 보유하는 구조가 됐을까.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4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이후 1953년 10월 1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이듬해 11월 발효되면서 체결된 ‘한국에 대한 군사 및 경제원조에 관한 한미 합의 의사록’에서 작전지휘권은 ‘작전통제권’이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유엔군 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던 작전통제권은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연합사령관에게 이관됐다.

74년째 미군 4성 장군인 연합사령관이 한반도 전구(戰區) 내 전작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군은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 韓 합참의장에게 넘어와

역대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수차례 전작권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안보 환경 악화로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작전통제권 전환 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있었다. 1968년 북한의 1·21 청와대 습격 사태와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 때 미국이 북한에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박 전 대통령은 미국에 전작권 전환을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 후보 시절 작전통제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시작으로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 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미국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1994년 12월 전시를 제외한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넘어왔다.

그러나 온전한 작전통제권 이양이 아니었다. 현재의 한미 연합 방위 체제 아래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의 합참의장이,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각각 가지도록 했다. 한미는 당시 전작권 전환까지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것으로 남겨뒀다.

자료: 합참 누리집

물론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및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를 통해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지정된 부대를 지휘하는 제한된 권한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국군이 아닌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 군을 지휘하는 구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작전통제권, 즉 헌법에 보장된 국가주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측도 한국군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9월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 기본 원칙과 이행 지침에 대해 합의했다. 이듬해 2월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는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에 전환하기로 날짜까지 정했다. 같은 해 6월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이행 계획인 ‘전략적전환계획(Strategic Transition Plan·STP)’을 수립했다.

박근혜정부, ‘조건에 기초한 전환 방식’으로 변경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6월 한미 정상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가 등 변화된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그러다가 2013년 한미 국방장관은 제45차 한미 SCM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작전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미래 지휘 구조를 한국 합참의장이 지휘하는 단일 사령부로 편성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 4월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하기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5년 11월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기존의 ‘시기에 기초한 전환 방식’을 ‘조건에 기초한 전환 방식’으로 변경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COTP)’에 합의했다. 날짜를 미리 못 박지 말고 조건이 충족됐을 때 전환하자는 것이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결정했다. 2018년 10월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COTP 수정안과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의 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군 4성 장성을 미래 연합군 사령관에 임명하는 미래 지휘 구조 기본안에 합의했다.

한미가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합의한 사항은 세 가지다. 첫째는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둘째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끝으로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이다.

한미 군 당국이 가장 중시하는 조건인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을 검증하는 3단계 절차로 △기본운용능력(IOC) 평가 △완전운용능력(FOC) 평가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 등이 설정됐다. 정부는 이에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우리 군의 핵심 군사 능력과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왔다.

지상 전력 차원에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와 화포를 자체 생산하고 아파치 공격 헬기와 세계적 수준의 대화력전 수행 능력을 제고했다. 해상 전력 면에서는 이지스 구축함과 3000톤급 잠수함, 대형 수송함, 함대지·함대함·잠대지 미사일 자체 생산 능력을 갖췄다.

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 검증 2단계서 멈춰

공중 전력 측면에서는 F-35A 스텔스 전투기와 글로벌호크, 공중급유기, 조기 경보기 등의 보유는 물론이고 고성능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는 기반을 갖췄다. 여기에 중·장거리 탄도탄 요격무기, 탄도탄 조기 경보 레이더 도입, 현무 미사일 개발 등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도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추진 현황에 대해 공동 평가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3월 한미 국방장관회담과 9월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서 전작권 전환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는 특별상설군사위원회(한국 합참의장과 주한미군 선임장교 간 군사 협의체)를 통해 조건 평가 결과를 검토했다.

2019년에는 특별상설군사위원회를 다섯 차례 열어 우리 군의 핵심 군사 능력을, 2020년에는 두 차례 개최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군의 IOC 확인을 위한 한미연합훈련이 2019년 북한의 반발로 축소되고 2020년 예정됐던 FOC 검증을 위한 연합훈련은 코로나19로 시행되지 못하는 등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을 검증하는 3단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자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불발됐다. 더욱이 전작권 전환의 조건 중 하나인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이 한층 악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한국군이 갖춰야 할 필수 대응 능력의 기준 또한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서울에서 만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양국 정상은 역내 안보 환경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지 말자는 견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지휘권 귀속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명분이나 이념 등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전작권 전환에 대해 내놓은 이 같은 입장은 현재도 유효한 대통령실의 방침이다.

2022년 5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연합 방위 태세 제고를 통해 억제를 보다 강화할 것을 약속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을 끝으로 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언급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현재 기준으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 능력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 전환 시기를 훨씬 더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2월에 발간된 국방백서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전작권 조기 전환’이라는 표현이 ‘조건에 기초한 추진’으로 대체됐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한미가 상호 합의한 조건의 충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조건 충족을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미는 연합 방위 체제를 강화한 가운데 긴밀히 공조하면서 체계적 및 안정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갖춘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마냥 미루는 것은 군사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작권이 전환돼야 한국군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대북 방어 전략·전술을 발전시키고 연합 작전 주도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작권 환수는 한국이 미국에 양도한 군사주권을 되찾아온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군사 안보적 환경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국가주권 회복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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