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함께 먹으면 힘 나!' 보육원 아이들에게 전하는 '맛있는 기억'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함께 먹으면 더 맛나! 신나! 힘 나!'
음식은 누구에게나 항상 즐거움을 주고, 식탁은 항상 사람을 불러 모으는 좋은 역할을 한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가 아닌 함께 나누는 일은 마치 요리에 조미료를 더하는 것과 같다.
시간에도 맛과 향이 있다면, 음식을 나눌 때 시간의 풍미는 더 깊어지고, 향기는 짙어진다.
강원 춘천에는 이처럼 한 달에 한 번 맛깔나는 음식을 나누는 청년들이 있다.
갓 지은 쌀밥 위에 오밀조밀 넣은 짭조름한 반찬들과 고소한 참기름을 듬뿍 바른 김밥. 그리고 바삭바삭한 튀김 위로 달짝지근한 소스를 버무린 곰취 핫도그까지.
춘천 '박s푸드' 사장 조혜진(31)씨와 '곰 핫도그' 사장 최민혁(36)씨를 주축으로 운영 중인 봉사팀 '초록동색'은 매달 강원·경기권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맛있는 김밥, 어묵, 식혜, 핫도그 등을 후원한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의미가 담긴 초록동색 봉사팀에는 30∼40대 직장인, 자영업자 등 7명이 모여 있다.
후원할 보육원이 정해지면 인원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춘천, 원주, 화천, 경기 양평 등 보육원 5곳에 매달 돌아가며 음식을 후원 중이다.
'음식만 만들어서 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게 볼지 몰라도, 황금 같은 휴일에 적게는 30인분에서 많게는 60인분의 음식을 준비해 직접 나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직접 음식을 만들지 않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아이들에게 줄 과자와 라면, 음료 등을 준비하는 일에는 수고스러움이 뒤따른다.
봉사의 시작은 혜진씨가 내디딘 용기 있는 첫발로 비롯했다.
혜진씨는 2021년 춘천 애민보육원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후원 의사를 전했다.
많은 양의 음식을 전달해야만 봉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보육원에서는 작은 규모의 후원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혜진씨는 이를 계기로 거창한 기부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22년부터 매달 본격적인 음식 후원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후원을 마음먹은 데엔 부산에서 포장마차를 하던 어머니가 동네 아이들에게 따뜻한 어묵과 국수를 무료로 나눠주곤 했던 영향이 컸다.
연탄 봉사와 도시락 봉사, 유기견 봉사 등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봉사를 해왔던 것도 후원을 결심하는 데 보탬이 됐다.
나눔을 실천하는 과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록하던 중 우연히 이 소식을 접한 민혁씨가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음식이 더 풍성해졌다.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하고 나면 그 이후엔 쉬워요. 봉사라는 건 마음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야 아이들과 대화라도 할 수 있지만, 봉사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소통이 단절된 적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매번 보육원에 배달하듯 음식을 두고 빠져나오기 바빴다.
여름이면 음식이 상하기 쉬워 거리가 먼 보육원에는 방문하는 게 쉽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두 손에 음식을 쥐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
민혁씨는 "처음엔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게 어려워 음식을 전달해줄 때도 도망치듯이 나오곤 했다"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수도 없고, 어쭙잖은 방식으로 위로를 줄 수는 없으니 그저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원 봉사를 '함께하는 마음'과 같다고 표현한다. 아이들과도 함께 하고, 봉사를 위해 준비하는 이들과도 함께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타인과 함께하고자 하는 '선한 영향력'은 어느새 봉사팀 담장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혜진씨 SNS를 통해 후원 소식을 접한 한 레스토랑 운영 사장님과 피아노 학원 원장이 봉사 합류 의사를 밝혔다.
혜진씨는 앞으로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김밥 만들기 체험, 소풍 등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저에게 봉사는 '엄마' 같아요. 봉사하고 나면 엄마와 같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꽉 차오르곤 하거든요. 엄마가 제게 그랬듯, 많은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고 싶어요."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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