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기차와 기차역, 인상주의 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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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서 승객 운송을 목적으로 기차 운행이 시작된 건 1830년대다.
그들에게 기차는 근대의 상징이며, 기차역은 세상을 움직이는 장소로 보였다.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그린 기차역은 '철도' 또는 '생 라자르 역'(1873)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다소 모호한 그림이다.
이 미술관이 예전엔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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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세계사에서 승객 운송을 목적으로 기차 운행이 시작된 건 1830년대다.
마차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기차의 등장은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시속 20~40km에 불과했지만, 초창기 기차를 탄 사람들은 심한 멀미를 하며 '세상을 무너뜨릴 재앙'이라며 저주를 퍼부었다고 한다.
파리 일상에 주목하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기차가 눈에 띄었다. 그들에게 기차는 근대의 상징이며, 기차역은 세상을 움직이는 장소로 보였다. 실제로 기차는 이동의 자유를 선사하면서 세상을 크게 바꿨다.
'기차의 신비'에 몰입한 화가는 클로드 모네(1840~1926)였다.
육중한 기차, 기차가 내뿜는 증기, 증기가 반사되는 지붕을 꼭 그리고 싶었다. 역장을 찾아가 잠시 기차를 세워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결과는?
'생 라자르 역' 연작으로 탄생했다. (11점. 1876~77) 기차는 멈췄고, 승객들은 연착되는 기차를 기다렸으며, 모네는 흠뻑 빠져 그렸다.
생 라자르 역은 파리와 북쪽 노르망디 지방을 오가는 역이었다. 모네는 이 역을 이용해 노르망디 해안 여러 지역, 에트르타, 트루빌, 루앙, 옹플뢰르 등에 도착해 바다와 해안, 건물을 그렸다.
구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 작품, '유럽의 다리'(1876)도 생 라자르 역을 그린 그림이다. 이 다리는 역 위를 가로지르는 철제 다리였다.
주제는 없다. 역을 내려다보는 사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신사와 숙녀, 어슬렁거리는 개 한 마리를 등장시켜 고요한 일상을 증언하고 있다.
샤를 보들레르(1821~1867)가 파리의 우울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한 '도시 산책자(플라뇌르<Flaneur>)'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그린 기차역은 '철도' 또는 '생 라자르 역'(1873)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다소 모호한 그림이다.
역이 아닌 사람을 전면에 그렸다. 책을 읽다 앞을 응시하는 한 여성과 역을 구경하는 아이의 뒷모습이다. 철제 울타리 넘어 기차가 뿜어내는 증기에서 기차역임을 알 수 있다.
여자는 마네가 자주 모델로 쓴 빅토린 뫼랑(1844~1927)이다.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마네 대표작, '올랭피아'(1863)에서 등장하는 나체 창부, 그 여인이다.
"오직 같은 시대 영혼을 표현하는 것이 나의 관심사다"라고 마네는 말했는데, 두 작품에서 앞을 응시하는 뫼랑을 통해 당대 여성 고뇌를 드러내려 했던 것일까?
모네가 그린 '생 라자르 역'을 다시 보자.
풍성한 빛을 머금고 뭉실뭉실 퍼지는 증기를 빠른 필치로 그려 냈다. '빛은 곧 색채'라던 그의 신념이 발휘되는 기법이다. 모네에게 기차역은 그의 '그림 정신'이 '출발'하는 장소였다.
기차는 역사를 추동하는 기적(氣笛) 및 기적(奇跡)이 됐다. 인상주의 화가들 역시 세상을 움직이는 근대 정신이 됐다.
인상주의 화가들과 긴밀히 교류했던 에밀 졸라(1840~1902)는 이렇게 말했다. "모름지기 이 시대 화가들은 기차역에서 시적(詩的) 정서를 발견해야 한다"
현재 인상주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이 예전엔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그들의 작품들은 그들이 동경하던 기차역에서 오늘도 숨 쉬며 관람객을 맞고 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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