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 원천봉쇄·강제퇴거 법적 근거 불투명”
지난 1월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수도권 전철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3주기를 맞아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기본권 중 하나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증액된 장애인 콜택시 특별교통수단예산 271억원이 반영된다면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도 예산에는 전장연이 요구한 271억원 증액이 반영되지 않았다.
재개된 집회는 탑승을 시도해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기보다는 침묵시위에 가까웠다. 6~7명의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과 그들 옆에 선 활동가들이 이동권 보장과 “갈라치기 혐오정치 그만”이라는 피켓을 들고 승강장에 서 있었다. 다수의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이들과 스크린도어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대는 활동가들을 지하철 개찰구 밖으로 강제로 끌고 나갔다.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막은 근거는 철도안전법 제48조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위한 금지행위’, 제50조 ‘퇴거조치’ 등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과도한 강경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도현 비마이너 발행인은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근래 들어 ‘침묵시위’ 형태로 이뤄져 왔는데,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이들을 무리하게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사실 법적으로 연행이 가능한 건지도 불분명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민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탑승 시위를 원천 봉쇄한다며 ‘지하철 역사 출구 진입부터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해 12월 5일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역사는 서울교통공사의 소유가 아니다”라며 “지하철 역사에서의 기자회견은 공도, 즉 지상의 인도 등에서 이뤄지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게 볼 수 없고, 선전전이라 해도 집시법이 적용되지 않는 옥내집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가 기자회견 및 선전전을 막는 근거로 제시하는 철도안전법 역시 퇴거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민변은 “철도안전법 제48조에 따른 금지행위는 원칙적으로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여야 한다. 즉 모든 행위를 막연하게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유지를 해칠 정도가 돼야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며 “전장연의 기자회견 또는 침묵시위 선전전이 승강장에서의 질서를 해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1월 24일 서울 혜화경찰서는 앞서 22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다 연행된 전장연 활동가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각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탑승 제지’가 정당한 업무집행인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한 행정력 집행이 적법한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이 기자회견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열차를 타는 경우에도 탑승을 제지했다. ‘지하철을 타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아느냐’는 논리를 댔지만, 만약 열차 안에서 그들이 우려하는 행위가 발생했다면, 그건 그때 상황에 따라 제지를 하는 것이 맞다”라며 “서울교통공사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이동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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