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완전 소중 황현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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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중반 평이한 일상어 혹은 평이하지만 굳이, 싶은 비속어를 속사포 랩하듯 줄줄줄 써둔 걸 '시'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김 시인이 만들었던 고인의 첫 책이자, 기묘한 도약의 문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밤은 선생이다'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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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괘념치 마라, 네가 너무 일찍 썼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렇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평이한 일상어 혹은 평이하지만 굳이, 싶은 비속어를 속사포 랩하듯 줄줄줄 써둔 걸 '시'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글 짓는 이들처럼 샘 많고 말 많은 이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저런 밥자리, 술자리에서 '이런 게 시라고?' '그냥 술주정 아냐?' 수군거림이 오갔습니다.
신세대 문학, 난해시, 미래파 같은 말들이 돌아다녔습니다. 시? 운치 있는 거? 딱 그 수준인 저로선 달큼한 소주가 더해질수록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입씨름 사이에서 그저 눈만 끔뻑였습니다.
고 황현산(1945~2018) 고려대 불문학과 교수가 김민정 시인을 사로잡은 건 저 한마디였다 합니다. 틀리지 않았다,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 너희 갈 길을 가라, 라고요. 그런 고인을 젊은 시인들은 '완전 소중 황현산'이라 부르면 따랐다 합니다.
시인 김민정이 책 '읽을, 거리'(난다 발행)를 냈습니다. 1월 한 달 매일매일 날짜마다,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몇 쪽짜리 읽을거리를 뽑아 뒀습니다. 시, 에세이, 인터뷰, 여러 가지입니다. 1월 27일엔 뭐가 있을까 펼쳤더니 '하트는 가끔 그리도록 하자'였습니다. 2018년 8월 세상을 등진 고인을 추모하는 글입니다.
김 시인이 만들었던 고인의 첫 책이자, 기묘한 도약의 문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밤은 선생이다'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생각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그리고 그게 또 특별한 건 아니라는 담담함. "네가 너무 일찍 썼다"는 말의 울림은 거기에서 나왔을 겁니다. 이번 주말 '완소황'처럼 단단한 격려의 말을 해봅시다.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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