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가 아니라 췌도부전증"…완치도 약 개발도 어려운 1형 당뇨병

이창섭 기자 2024. 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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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바늘 뒤로 눈물 훔치는 1형 당뇨병③
[편집자주] '당뇨병'이란 이름 뒤에서 두 번 우는 이들이 있다. 국내 4만4552명(2022년 기준)의 '1형 당뇨병' 환자들이다. 진단과 함께 하루 4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꼬박 챙겨 맞고 손가락을 하루에도 여러 번 찔러야 살 수 있다. 먹는 약도, 완치법도 없어 이들의 온몸엔 바늘자국 투성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경제적 부담이다. 바늘 뒤로 눈물 훔치는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이들을 괴롭히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집중 조명한다.

"소아당뇨라는 정체불명의 병명 말고 '췌도부전증'으로 불러주십시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1형 당뇨병의 이름을 바꿔 달라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2형 당뇨병과 근본적으로 다른 질병이기 때문이다. 같은 '당뇨병'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1형은 췌장(췌도)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중증 장애에 가깝다.

1형 당뇨병은 치료법도 약도 제한적이다. 환자가 평생 고통받아야 하기에 '소아당뇨'라는 이명(異名)은 잘못됐다. 먹는 인슐린,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등 1형 당뇨병을 정복하기 위한 제약사의 노력이 치열하지만 마땅한 성과는 없다.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초기부터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인슐린 투약을 초기부터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는 되기에 일반적으로 경구(먹는) 약으로 체내 작용을 조절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인슐린이 안 나오는 1형 당뇨병에서 먹는 약의 사용이 제한적인 이유다.

문 교수는 "일반적으로 1형 당뇨병은 발병하면 인슐린 분비 기능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며 "따라서 평생의 인슐린 투약이 필요하게 된다"고 말했다.

1형 당뇨병 환자는 하루 4회 이상 인슐린을 주사하는 다회요법으로 치료한다. 인슐린 펌프와 인공췌장은 인슐린 다회요법을 대체할 수 있다. 인공췌장은 인슐린 펌프에 연속혈당측정기를 알고리즘으로 연동해 결합한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가 환자의 혈당을 측정하고 자동으로 인슐린을 투약해준다.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인공췌장 기깃값만 약 500만원, 소모성 재료까지 포함하면 약 1100만원이 넘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환자 부담은 700만원에 달한다.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1형 당뇨병 환자 일가족의 비극도 생활고 비관이 원인이었다.

내달부터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돼 환자 부담은 213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마저도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김수경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소아 환자야 부모가 비용을 내줄 수 있지만 성인은 돈 벌어서 비싼 기기를 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용뿐만 아니라 복잡한 의료기기 사용법도 걸림돌이다. 김 교수는 "간단한 혈당 측정기도 제대로 이용하려면 몇시간씩 교육받아야 하는데 하루 연차내서 일 비우고 그거 교육받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인슐린 펌프는 굉장히 위험하고 복잡한 기기라 오랫동안 교육받아야 하는데 그래서 하다가 떼버리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췌장·췌도 이식수술을 받는 방법도 있다. 수술이 성공하면 인슐린이 다시 분비되고 완치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까지 혈당 조절이 가능해진다. 다만 공여자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뇌사 사고자 등 죽은 사람에게서만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슐린 분비 기능이 다시 떨어질 수도 있고 면역억제제를 평생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이처럼 치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1형 당뇨병 약을 개발하려는 제약사의 노력도 치열하다. 재작년 제1형 당뇨병 발병을 늦추는 약이 전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미국 제약사 프로벤션바이오가 개발한 '티지엘드'란 약이다. 8세 이상 1형 당뇨병 고위험군 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티지엘드는 위약군 대비 환자의 발병 시기를 2년가량 늦췄다.

하지만 이 약도 한계가 있다. 티지엘드를 사용하려면 1형 당뇨병 선별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보편적으로 시행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가 흔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검사할 수는 없으니 이론적으론 좋지만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는 먹는 인슐린 약을 개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인슐린이 의약품으로 개발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주사제로만 존재했다. 인슐린이 위산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라메드의 약은 캡슐에 단백질 분해를 차단하는 물질을 넣어 위산으로부터 인슐린을 보호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1형 당뇨병 환자의 주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라메드는 지난해 초 3상 임상시험의 실패를 발표했다.

미국 바이오텍 버텍스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췌도세포 치료제 'VX-880'을 개발하고 있다. 췌도의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합성하고 분비한다. VX-880은 동종 유래 줄기세포 기반의 췌도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해 치료하는 약이다. 앞서 14명 환자에게 VX-880를 투약하자 13명이 목표했던 당화혈색소 수치를 달성했다. 더는 인슐린을 투약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최근 VX-880의 임상 1/2상에서 환자 사망 사례 2건이 발생했고 이에 제약사는 지난 9일 임상시험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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