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주고 산 가스전, 2년만에 2배 ‘대박’…베팅 성공한 비결은 [떴다 상사맨]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문제는 미얀마에서의 성공 이후 천연가스 사업 확장이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17년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심해 가스전 탐사권을 획득했으나 3년 만에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미얀마 가스전과 가깝고 유사한 지질이어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에너지 탐사·생산(E&P) 사업의 불확실성만 제대로 경험했지요.
사실 미얀마 가스전도 지난 2000년 탐사권을 확보한 뒤 생산 개시까지는 13년이나 걸렸습니다. 탐사에 성공한 게 2004년인데도 말이지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안정적으로 천연가스 사업을 키울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0년 하반기부터 1년간 호주, 동남아 등지의 150여 회사를 검토한 끝에 호주 세넥스에너지를 최종 인수대상으로 확정합니다. 당시 세넥스에너지는 호주 6위 규모의 E&P 전문 상장기업으로 육상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포스코인터내셔널로서는 미얀마에 편중된 천연가스 사업을 다각화하고 더 많은 매장량을 확보할 기회였지요.
인수를 지휘했던 조남대 포스코인터내셔널 세넥스운영그룹장은 “호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뿐만 아니라 포스코그룹의 탄소중립 비전에 기여하는 탄소포집·저장(CCS) 사업 및 친환경 수소 생산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건 가격 협상이지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전화회의만 가능한 상황에서 총 3번의 수정제안을 보낸 끝에 세넥스에너지 이사회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냅니다. 최종 인수가격은 주당 약 4200원으로 당시 시장가(약 3000원) 대비 40%의 웃돈을 지불했습니다.
조 그룹장은 “인수를 결정짓는 주주총회에서 세넥스에너지 일반 주주들이 이사진에게 합병에 반대해달라는 읍소가 빗발치기도 했다”며 “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협상하는 모양새가 믿음직했던지 호주의 자원개발 대기업인 핸콕이 인수 과정에서 파트너로 참여하기를 희망해 허락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분율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50.1%로 더 높았고요.
다만, 2022년 4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세넥스에너지 인수 이후 천연가스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화력발전에서 석탄을 대체하고, 선박 연료에서 석유를 대신하는 등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에너지로 말이지요.
계산을 새로해야 합니다. 조 그룹장은 “세넥스에너지의 자산가치는 지난 2022년에는 인수가인 7700억원 가량이었다면 현재는 2배가량 올랐다”며 “천연가스 시장이 바뀌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투자도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천연가스 사업에서 미얀마 탐사 성공을 잇는 호주 인수 성공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담당자에게 성공 비결을 안 물을 수는 없겠지요. 조 그룹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만 협상을 해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 각자가 본인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하나로 힘을 모아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조 그룹장의 말을 듣고 난 뒤 최근 한 행사장에서 뵌 국내 재계순위 30위권 그룹의 회장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은 “사업은 운칠기삼, 운이 중요하다”며 “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이 도와주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도 주변 사람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면서 다가올 운 때를 준비해보시는 건 어떠실지요. 이상 떴다 상사맨이었습니다.
■짧은 요약
1.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탐사 성공 이후 천연가스 사업 확장에 애를 먹었다.
2. 탐사가 아닌 인수로 눈을 돌려 호주 가스전을 웃돈 40%를 주고 샀더니 2년 만에 자산 가치가 2배. 미얀마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쳤다.
3. 담당자인 조 그룹장이 꼽은 성공 비결은 “함께 한 직원들의 공로”. 공교롭게도 최근 재계 30위 그룹 회장도 같은 말을 하면서 “도와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라”고 조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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