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첫 여성 명예 시장…개성 정신과 음식
[앵커]
우리 헌법상 북한은 미수복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을 관할하는 이북5도위원회가 설치돼 있죠.
미수복의 사전적 의미는 ‘잃었던 땅이나 권리를 되찾지 못하다’인 만큼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북5도에도 대통령이 위촉하는 명예 도지사와 시장과 군수 심지어 명예 읍, 면, 동장까지 있는데요.
개성 출신의 음식 전문가인 윤숙자 씨가 여성 최초로 명예 개성시장으로 위촉됐다고 해서 최효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현재 북한의 행정구역은 1개의 직할시와 3개의 특별시, 9개의 도로 나눠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의 행정구역을 1945년 기준으로 5개의 도와 경기도, 강원도의 미수복 지역으로 구분하고 이를 관할하는 ‘이북5도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헌법 제3조의 내용입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한반도 이북5도에 명예도지사와 시장 등을 임명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미수복 경기 개성시에 최초의 여성 명예 시장이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과 종로를 잇는 서울의 역사길, 돈화문로입니다.
이곳의 한 박물관에서, 지난해 말 개성시 명예 시장으로 위촉된 윤숙자 대표를 만났습니다.
윤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개성의 전통문화를 설명해 주었는데요.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자세히 보시면 남한에는 족두리를 쓰고 혼례를 올린다고 해요. 그런데 개성에서는 화관, 어여머리라고 해요. 그래서 저걸 쓰고 해서 굉장히 화려하죠."]
윤 대표는 세 살 때인 1951년, 1.4 후퇴 때 가족과 함께 서울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너무나 어려서 고향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은 없지만 늘 ‘개성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하는데요.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개성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어르신들이 말씀하세요. 개성 사람들은 근면하고 절약하고 협동심이 굉장히 강하다. 그리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세요."]
바로 그 ‘개성의 정신’은 윤 대표에게 ‘개성의 음식’으로 전수됐습니다.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연세 많으신 (개성 실향민) 1세대 어르신들에게 개성 음식을 배웠어요. 그러면서 개성 음식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얼마나 깔끔하고, 얼마나 담백하고 이런 걸 배우고 살았거든요."]
윤 대표는 요리 연구소를 세워 남북한 음식문화를 비교하고, 특히 개성 음식을 계승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미수복 경기 개성시의 명예 시장으로 위촉된 것입니다.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이거는 제가 개성시 명예시장으로 (위촉) 됐고."]
역대 22명의 개성시 명예 시장 중 여성 시장은 처음인데요.
그녀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합니다.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아무래도 1세대 어르신들은 다 90세가 넘으셨어요. 그러니까 좀 위로해 드리는 거죠. 슬퍼하실 때 같이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드리는 일을 하려고 해요."]
전쟁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 온 실향민들은 남북 간의 화합과 소통을 항상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윤 명예 시장은 전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지역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고향의 음식을 통해 귀향을 꿈꾸고 있다고 말합니다.
["개성 지역에서 설날 반드시 먹는 조랭이떡국을 같이 해보려고 해요."]
윤숙자 명예 시장이 개성 음식의 매력을 선보이겠다며 솜씨 발휘에 나섰습니다.
[(떡국도 한번 만들어 본 적 없는데 조랭이떡국을 성공할 수 있을까요?) 네, 반드시 잘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떨립니다.) 해봅시다."]
우선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멥쌀가루를 찜기에 넣고 익힙니다.
["떡이 맛있게 됐어요."]
누에고치 모양으로 빚은 조랭이떡을 몇 가지 양념과 함께 소고기 육수에 넣고 끓입니다.
개성에선 설날 아침이면 조랭이떡국을 먹었다고 하는데요.
그 맛은 어떨까요.
["드시고 담백하다 그리고 굉장히 깊은 맛이 있어요. 막 여러 가지 양념을 하지 않으면서..."]
오늘 요리는 특별한 손님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고명을 올려 완성한 조랭이떡국과 함께 다진 생강을 많이 넣은 개성식 깨엿강정, 개성모약과, 개성식 보쌈김치, 가지쟁김치를 차려냅니다.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짭조름하고 맛있어서 개성 어르신들이 좋아하세요. 늦은 가을 가지를 가지고 만든 거고요."]
북어저냐, 제육저냐와 같은 음식에선 개성의 지혜를 발견한다고 합니다.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차례상이나 고임상(음식을 높이 쌓아 올린 상)에 돼지고기 편육을 푹 삶아서 올리시잖아요. 그럼 자투리가 남아요. 네 귀퉁이를 자르면. 그거 버리기가 아깝잖아요. 그러니까 어르신들이 그걸 갖고 전을 부치셨어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개성 어머니들의 지혜예요."]
배피떡, 개성 홍해삼 등 다소 생소한 음식까지 개성 향토 음식이 한 상 푸짐하게 차려졌습니다.
때마침 도착한 손님을 윤 명예 시장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개성시민회 이사님으로 계시는 아주 중요한 어른이에요."]
[김조형/개성시민회 이사 : "(고향이 어디 신가요?) 개성입니다."]
두 사람은 개성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에 힘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개성 음식에 개성 추억이 맛깔나게 곁들여집니다.
[김조형/개성시민회 이사 : "옛날에 고향에서 먹던 보쌈김치네요. 고향에 있을 때는 쌈김치야, 쌈김치. (내려와서 보쌈이 됐지.) 맞아!"]
오래간만에 먹어 보는 개성 음식은 가족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졌는데요.
[김조형/개성시민회 이사 : "정말 개성에서 할머니나 어머님이 해주셨던 그런 김치 같고 맛있고 좋네요."]
김조형 이사는 아흔의 나이에도 또렷이 고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김조형/개성시민회 이사 : "16살, 17살에 떠났던 고향. 한 1~2개월 지나서 다시 안정이 되면 돌아오겠지 하고 떠났던 고향을 지금 90살이 되도록 못 가고 있거든요. 그림으로 그리라면 다 그리겠어요. 그 정도로 고향을 못 잊습니다."]
1세대 개성 실향민에게는 위로를 전하고, 후손들에게는 유산을 전하고 싶다는 윤숙자 명예 시장.
[윤숙자/개성시 명예시장 : "가장 중요한 게 화합이잖아요.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 그것을 한번 잘해 보려고 해요. 그리고 차세대 후손들이 중요하잖아요. 그분들에게 항상 개성의 정신을 잘 잊지 않게 해주는 일이에요."]
정전 70년이 넘어서며 남북 간 이질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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