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봉합 후 급부상하는 ‘친한계’…친윤계는?

‘자진사퇴’ 거절한 韓, 존재감↑
김경율·장동혁 등 ‘친한계’도 급부상
친윤·친한 갈등 가능성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배현진 의원을 병문안 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차례 갈등을 봉합한 이후 이른바 ‘친한(친한동훈)계’가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의 ‘자진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버티기에 나선 한 비대위원장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친한계 역시 한 비대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며 당내 주류세력으로 발돋움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기존 당내 실세로 꼽히던 ‘친윤(친윤석열)계’는 과거에 비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진 않다.

27일 여권에 따르면 김경율 비대위원, 장동혁 사무총장 등 ‘친한계’ 인사들이 당내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친윤계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동시 한 비대위원장에 힘을 싣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 비대위원의 경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며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져만 가고 있는데, 이 점을 해결하고 넘어가야 총선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시중에서 정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론을 제 음성을 통해서 나타났다 뿐이지 이게 어떻게 제 생각이겠는가”라며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용서를 구해야 될 일이 아닌가”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혹은 두 분 다 같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사죄드리고 국민들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게 바짝 엎드려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갈등을 봉합하면서 전 만큼 김 여사 의혹을 언급하진 않지만, 김 비대위원은 여전히 ‘김 여사 사과론’에는 입장 변화가 없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과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언급을 줄이고는 있지만, 기존의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이 불이 난 지역구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찾아 서천군, 중소벤처기업부, 상인회 등 관계기관과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장동혁 사무총장도 ‘한동훈 힘 싣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장 사무총장은 친윤계 이용 의원이 지난 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자 다음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용 의원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쏘아붙였다. 친윤계가 한 비대위원장을 비판한 데 대해 맞받아친 것이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은 전처럼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진 않다. 집권 초 ‘윤핵관’으로 분류됐던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과 멀어진지 오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장제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윤’ 김기현 의원 역시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 키를 쥐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찐핵관’(진짜 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 역시 한 비대위원장 또는 친한계 인사들과 각을 세우거나 갈등을 빚지는 않고 있다. 되레 대통령실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 상황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친윤계와 친한계가 부딪힐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두 세력의 힘겨루기가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한 비대위원장에 힘을 싣는 친한계와 대통령실의 의중을 반영하려는 친윤계가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갈등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 대통령의 사과가 부재할 경우 한 비대위원장과 친한계에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