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중 직장인 마음건강 지원 등 일부 정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살자의 절반 이상이 직장인인 만큼 이들에 대한 마음건강 지원을 확대해 자살률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를 기록하는 등 정신건강 지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만큼 정신건강정책의 대전환을 이뤄 10년 안으로 자살률을 50%로 감축하고자 함이었다.
정부는 당시 발표에서 직장인 마음건강 관리를 위해 인프라 조성, 지원체계 강화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자살자 중의 절반 이상은 직장인인 만큼, 이들의 마음건강을 잘 살펴 자살률을 효과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또 각 시군 본청에 자살예방정책 전담팀을 구성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 직업(15~64세)별 자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살자 9천234명 중 4천499명(48.7%)이 ‘학생, 가사, 무직’ 신분이며, 나머지 51.3%가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직장인 마음건강 지원사업 중 일부 정책들이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부는 사업주가 상시근로자에게 실시하는 ‘일반건강진단’ 항목에 정신건강 영역을 추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 영역 추가를 위해선 근로자 건강진단실시기준 고시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고용노동부 내부에서 고시 개정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정부는 해당 발표에서 각 시군에 자살예방정책 수행 전담팀 구성을 권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보건복지부 차원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경기도에는 자살예방전담팀이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각 시·군에는 자살예방 전담팀이 없다. 통상 각 시·군에서 자살예방 관련 업무는 일선 보건소에서 맡아 이뤄지고 있다.
반면, 현재 전국적으로 14곳인 직업트라우마센터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중대산업 사고, 동료의 자살 등 충격적인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근로자가 트라우마 증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직업트라우마센터를 운영 중인데, 고용노동부는 올해 9곳 추가를 위해 관련 예산 13억을 추가로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공모를 거쳐 지역을 확정해, 하반기에 개소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직장인 마음건강 관리를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하루 빨리 실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겠다고 밝힌 점에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데이터에 근거해, 실현할 수 있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이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병원에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직장 내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며 “문제는 성폭력이나 직장 내 갑질 등 정신건강을 해칠 만한 사건이 발생해도 상담이나 치료비 지원 등 회사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정부 역시 실질적인 지원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마음건강 지원 정책이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자살예방에서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K-ECO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