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외주화' 화두 쏘아올린 스물넷 비정규직의 죽음[뉴스속오늘]

홍효진 기자 2024. 1. 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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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8년 12월11일 오전 충남 태안화력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24)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는 사고 발생 열흘전에 현장 대기실에서 릴레이로 SNS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나는 화력발전소에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입니다' 란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뉴스1
스물넷.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세상을 등진 나이다. 용균씨는 2018년 12월11일 새벽 3시23분쯤 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트랜스포머 타워 04(C) 구역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불과 입사 3개월 만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젊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재해 관련 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2020년 1월 시행됐고, 2020년 8월 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청원으로 해당 법이 본격 논의됐다. 국민 여론이 밀어 올린 법은 이듬해 1월8일 국회 문턱을 넘은 뒤, 용균씨가 숨진 지 약 3년여 만인 2022년 1월27일 본격 시행됐다.
'구의역 김군' '김용균' '이천 참사'…반복된 '노동 비극'
용균씨는 2018년 9월17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현장 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1년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용균씨의 업무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잘 돌아가는지 순찰하며 확인하고, 떨어진 석탄을 빼내는 일이었다. 사망 전날(10일) 저녁 6시30분부터 11일 오전 7시까지 용균씨는 컨베이어 벨트나 소방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발전소 내부 3~4㎞를 혼자 순찰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10일 밤 10시21분쯤 현장 관리팀장과 마지막 통화를 마친 용균씨는 연락이 끊긴 뒤 다음 날 새벽 3시23분이 돼서야 시신으로 발견됐다. 약 4시간 동안 몸이 끼인 채 방치됐던 셈이다. '2인 1조' 작업 매뉴얼마저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를 이어가던 용균씨는 끝내 변을 당했다. 작업 당시 그는 벨트 안쪽에 손과 머리를 넣고 내부를 살펴보며 위험한 작업을 이어갔다.

지난해 5월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구의역 참사 7주기 추모제 참석자들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마련돼 2020년 1월16일 시행됐다.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및 원청 책임 강화 등이 개정안의 골자다. 산안법 개정안은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하청업자 노동자 김모군(사망 당시 19세)의 죽음으로 필요성이 대두돼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기업들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용균씨의 사망 사고가 도화선이 되면서 법이 개정됐다.

이후 2020년 8월 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국민동의청원으로, 산안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논의가 가속화됐다. 앞서 그해 4월, 이천의 한 물류창고 화재로 일용직 노동자 등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지면서 법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법은 기업계와 노동계의 갈등으로 부침을 겪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됐다. 법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연장 불발…갈등은 계속
2020년 4월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지휘차 등 장비 27대와 인력 64여명을 현장에 투입했으며 화재 진압 후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사진=뉴스1
법 제정의 핵심은 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원인이 안전관리 부주의 등에 의한 것일 경우, 사업주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 고위 경영진의 안전의식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법안 관련 해석의 모호성에 대해 논란도 적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책임이 있는 사람은 대표이사라는 지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뒤에 붙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행 2년이 흐른 오늘부터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된 점에 대해서도 현장 의견은 엇갈린다. 법 적용 대상은 27일인 오늘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된다. 정부와 여당 및 재계는 현장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확대 시행을 2년 유예하려고 했으나, 지난 25일 유예 내용이 포함된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불발됐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산업재해가 빈번한 제조업, 건설업 외에도 식당, 카페 등 서비스 업종에도 해당 법이 적용된다.

노동계는 확대 시행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든 사업장에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산재에 취약한 50명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반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업주와 소상공인들은 법 확대 시행이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의도치 않은 사고로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며 확대 시행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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