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생도 "이 병 걸리면 숨겨"…혼자서 끙끙, 왜
[편집자주] '당뇨병'이란 이름 뒤에서 두 번 우는 이들이 있다. 국내 4만4552명(2022년 기준)의 '1형 당뇨병' 환자들이다. 진단과 함께 하루 4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꼬박 챙겨 맞고 손가락을 하루에도 여러 번 찔러야 살 수 있다. 먹는 약도, 완치법도 없어 이들의 온몸엔 바늘자국 투성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경제적 부담이다. 바늘 뒤로 눈물 훔치는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이들을 괴롭히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집중 조명한다.
평생 치료해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을 더 힘들 게 하는 건 사회적 시선과 부족한 지원이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나오지 않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다.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된 게 원인인데 진단받은 후부터 평생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관리를 잘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회적으로 이해도가 낮고 그에 따른 불이익이 있다 보니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찬희 대한당뇨병연합 환자가족위원회 이사는 "두 자녀가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이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 아이는 귀가 안 들린 적도 있다"며 "장애가 있는 학생을 배려해주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것 같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20살에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채창훈(41)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이사는 취업시장에서 이런 편견 속에 불이익을 당했다. 채 이사는 "1형 당뇨병에 걸렸다고 하면 취업 자체가 잘 안 된다"며 "저도 50번 넘게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자의 경우 입사서류에 군대 미필 사유를 적는 란이 있고 그곳에 1형 당뇨병이라 적게 되면 인사담당자가 알 수밖에 없는데, 병 때문에 필기시험에서 1등한 분도 떨어진 사례도 있다"고 했다. 취업에 필수인 토익시험을 치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수시로 변하는 혈당을 확인해야 해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하게 되는데 이를 전자기기로 인식해 시험 응시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정치인, 연예인, 심지어 국가대표 운동선수도 1형 당뇨병 환자지만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 △독일의 유명 테니스 선수로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렉산더 즈베레프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 △우주비행사 호수 페이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론 산토 △스페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나초 페르난데스 △미국 영화배우 닉 조나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의료계에선 병원이 1형 당뇨병 환자를 기피하지 않도록 수가 인상 등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환자가 사용해야 하는 기기와 질환 등에 대한 교육으로 진료시간이 길어 병원이 1형 당뇨병 환자를 보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환자가 갈 수 있는 병원도 제한돼 있다. 김수경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 환자를 보는데 3~4분 걸리는데 1형 당뇨병 환자는 최소 15~20분 걸린다"며 "이를 상쇄할 정도의 진료수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1형 당뇨병 클리닉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1형 당뇨병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관련 수가가 없어 병원은 망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감안한 1형 당뇨병의 치료·관리수가가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형 당뇨병 의료기기를 병원에서 구매할 수 있고 치료수가도 따로 정해져 있으며 인슐린펌프 사용자 수도 한국의 70배 이상이라고도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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