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재판 이겼지만 한국 못온다?…21년간 막아온 법무부 선택은 [저격]
[저격-11] 한국계 미국인 유승준(48·스티븐 유)씨가 8년 만에 LA 총영사관 재외동포 비자 발급 거부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한 소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유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겠다. 여러분이 저를 기억하듯이 저도 여러분을 기억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유씨의 입국 문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법무부의 입국 금지가 유지되고 있어 아직 유씨는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앞서 유씨는 2002년 1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뒤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병무청은 유씨의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같은 해 2월 유씨는 인천공항까지 도착했다가 입국 거부로 미국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한때 국내 최고 톱스타였던 유승준 씨가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놓이게 된 걸까요?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2001년 병역법 개정 이후 입영 대상자가 됐습니다. 이때 한 방송에서 그는 “해병대를 지원해 대한남아의 기개를 보이겠다. 당당하게 군 복무를 마치겠다”라고 선언해 폭발적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 8월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서 허리디스크 수술 이력을 근거로 4급 소견서를 받으며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확정됐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깨고 2002년 1월 LA 법원에서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아버린 것입니다.
시민권 취득 후 현지 대한민국 총영사관으로 가 한국 국적 포기 신청 의사를 밝혀 병역 면제를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병무청은 곧장 유승준을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해 입국 금지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 제한 대상자에 등록했습니다.
유씨는 미국 시민권 취득 한 달 뒤인 2002년 2월 한국에 들어오려했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이 금지됐습니다.
유씨는 그 다음 달 자신의 한국 입국 조치가 부당하다며 주 LA 총 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사증발급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씨는 2016년 10월 항소장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유승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7년 2월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1·2심은 “스티브 유(유승준)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 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 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비자 신청 거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유씨는 2015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무릎까지 꿇고 대중에 사과하며 ”병무청과 출입국관리국, 그리고 병역을 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허탈하고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죄하려고 이렇게 나왔다. 12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군대에 갔을 것이다. 내가 잘못한 건데도 억울한 부분이 있었고 생각이 바뀌어서 국적 회복을 위해 군 입대를 알아봤지만 무산됐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씨는 ‘억울하다’, ‘군 입대를 알아봤다’, ‘누구나 실수한다’ 등의 발언이 네티즌들에게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거부감을 일으켜 역풍을 맞아야 했습니다.
병무청에서도 “스티브 유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본인 스스로 국적을 버린 외국인”이라며 유승준의 당위성 주장에 직접 반박했습니다.
유승준은 국내에서 활동해 영리를 획득하고,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고 입영통지서까지 받은 상황에서 미국 시민권을 따 병역면제를 받은 유일한 사례이고, 당시 귀국보증제도 및 귀국 각서의 목적에도 어긋난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자 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 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했습니다.
병역 기피 논란 등으로 여론의 공분을 샀던 가수 유승준의 한국행을 위한 법적 가능성에 길이 열린 것입니다.
1·2심 판결에서 모두 졌던 데다, 여론조사에서 유승준의 한국행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압도적이었던 만큼 대법원 판결 결과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은 1·2심과는 달랐습니다.
대법원이 1·2심에서의 원고(유승준) 패소 판결을 취소함에 따라 재판은 파기 환송 절차를 밟게 돼, 다시 재판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재판부가 유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자는 원칙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하면 안 되지만, 38세가 넘었다면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유씨가 재차 비자를 신청할 경우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한 만큼 LA 총영사관이 병역 기피가 아닌 다른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유씨는 비자 발급과 별개로 법무부가 입국 금지를 유지하면 여전히 한국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출입국관리법 11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국익, 공공 안전,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14조에는 ‘입국 금지를 요청한 기관의 장은 그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지체 없이 법무부 장관에게 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유씨는 병무청 요청으로 입국이 금지된 상태이고, 입국 금지 해제에 대해선 어떤 조치도 없는 상황입니다.
유씨에 대한 입국 거부는 사실상 ‘비자’ 문제가 아니라 ‘입국 금지 철회’가 핵심입니다.
법무부는 2003년 유승준에게 장인상으로 3일간 한시적 입국을 허락했던 때를 제외하곤 21년간 입국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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