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일은 진전 안되고 피곤하다면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4. 1.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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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루 종일 뭔가를 하긴 했는데 어째서인지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불안감과 공허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주로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아니면 소위 딴 짓을 많이 하며 주의력을 허비했을 때 이런 느낌을 받곤 한다. 분명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일은 진전이 없는 듯한 소모적인 상태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흔히 자신이 일을 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진짜 집중해서 필요한 것들을 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귀찮은 마음과 일이 복잡하고 양이 많아 보이는 데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감, 초조함 등에 빠져 이들 감정을 다스리느라 잠깐 인터넷 좀 하고, 이메일 좀 체크 하고, 책상 정리 좀 하고 하자며 샛길로 빠진다. 

드디어 마음을 잡고 시작하더라도 자꾸 핸드폰을 체크하고 싶어진다. 잠깐 누구랑 얘기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은 의외로 빨리 흘러서 몸과 마음은 피곤함을 느끼고 휴식을 취해야 할 때가 온다. 이런 식으로 뭔가를 끊임없이 했지만 정작 꼭 해야 하는 일은 별로 해내지 못한 날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이 점점 미뤄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져서 더더욱 시작할 엄두가 안 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하다가 막혀서 예상보다 진행이 느려지는 일도 반드시 생긴다. 이런 경우 천천히 돌아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다른 덜 중요한 일에 주의를 빼앗기거나 부정적 정서를 조절하느라 빼앗기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면 같은 시간 안에도 좀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뽀모도로 테크닉 이라는 것이 있다. 프란체스코 시릴로라는 사람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들에 의해서도 조금씩 주목받고 있는 시간 관리법이다. 일하는 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서 25분 동안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과 멀어져 일에만 집중하고 5분을 쉬는 식으로 4번을 반복하는 기법이다. 네 번을 채우고 나면 15분 정도의 휴식을 갖는다. 그리고 또 다시 25분 일 하고 5분 쉬는 싸이클을 반복한다. 

마스트리히트대의 필리서터스 바이워 연구팀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알아서 하고 싶은 만큼 오래 공부를 하고 알아서 쉬게 하거나 또는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역시 정해진 시간만큼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알아서 공부와 휴식 시간을 조절한 조건에서는 원하는 타이밍에 ‘휴식’ 버튼을 누르도록 했고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공부하고 휴식을 취한 조건에서는 공부 시작 시간과 끝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 

그 결과 학생들에게 본인이 알아서 시간을 조절하게 했을 때보다 25분이든 12분이든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이후 5분이든 3분이든 역시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쉬게 했을 때 더 집중이 잘 되고 일을 시작하려고 시동 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았으며, 피로도 또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깐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했을 때도 정해진 짧은 시간 동안 정신 없이 몸을 움직이고 정해진 시간 동안 쉬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나니 나같은 저질 체력도 평소라면 엄두도 못 냈을 어마어마한 양의 운동을 해내서 놀라웠던 적이 있다. 어차피 인간의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길고 느슨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방법이 더 실천 가능하고 효율도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매번 최대 출력으로 사는 것도 피곤한 일이므로 더 이상 질질 끌면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해야 하는데 할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있을 때 이러한 기법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 

Biwer, F., Wiradhany, W., oude Egbrink, M. G., & De Bruin, A. B. (2023). Understanding effort regulation: Comparing ‘Pomodoro’breaks and self‐regulated breaks.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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