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을 휩쓴 슈퍼모델 4인의 이야기···모델을 넘어선 ‘더 슈퍼모델’[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얼마 전 영국의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50세 생일을 맞았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1974년 1월생인 그는 여전히 여러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역 모델입니다. 14살에 데뷔해 평생을 ‘패션의 아이콘’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애플TV플러스의 <더 슈퍼모델>은 케이트 모스에 대해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더 슈퍼모델>의 주인공은 케이트 모스는 아닙니다. 케이트 모스가 등장하기 바로 직전, 1980~1990년대를 풍미한 슈퍼모델 4명이 주인공이죠. 신디 크로퍼드, 린다 이반젤리스타, 크리스티 털링턴, 나오미 캠벨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이들이 모델 일을 처음 시작한 10대 초반부터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슈퍼모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상은 ‘모델’을 진지한 직업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모델 일을 하는 사람들조차도요.
이들의 데뷔 경로는 거의 비슷합니다. 동네에서 놀다 지역 사진가의 눈에 띄어서, 거리를 걷다 모델 에이전트에게 발탁되어서 일을 시작합니다. 이들의 전성기는 정말 눈부시게 화려합니다. 칼 라거펠트, 이브 생 로랑, 잔니 베르사체 등 이제는 전설이 된 패션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무대에 항상 오르고, 많은 나라의 ‘보그’ 매거진 커버를 도배합니다. 시대를 풍미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큐멘터리는 이미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몇가지 키워드를 더해볼까요? 첫번째 키워드는 ‘관계’ 입니다. <더 슈퍼모델>은 처음부터 네 사람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촬영장에서, 모델 에이전시에서 서로를 알게 된 이들은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를 함께 보내죠. 모든 직업의 세계가 그렇듯, 모델의 세계도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잘 나가는 모델에게도 마찬가지죠.
나오미 캠벨은 넷 중 유일한 흑인입니다. 그는 유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흑인 모델은 (밝고 화려한 옷이 나오는) 여름 시즌에만 런웨이에 설 수 있어’ ‘한 런웨이에 흑인 모델은 하나면 충분해’ 같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세 명의 친구들보다 오랜 시간 노력해야 했습니다. 친구들은 ‘나오미가 나오지 않으면 나도 런웨이에 서지 않겠다’며 그를 돕죠. 서로만 돕는 것은 아닙니다. ‘슈퍼모델’이라는 문화적 지위를 획득한 이들은 유명한 사진가,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애씁니다. 무명이었던 자신들에게 기회를 준 사람들처럼요. 런웨이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디자이너 안나 수이에게 ‘우리가 돕겠다’며 첫 패션쇼를 열게 하고, 마크 제이콥스 같은 신인의 무대에 돌아가면서 서주죠.
‘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봐도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입니다. 신디 크로퍼드는 데뷔 초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에 자신의 에이전트와 함께 출연합니다. 오프라는 앉아있던 그에게 한 번 일어나보라고 말하죠. 몸매를 보여달라고요. 그리고 몇가지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에이전트입니다. 신디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가만히 앉아있죠. 인기 있는 모델이긴 하지만, 아직 ‘자기 말’을 할 힘까진 얻지 못한 것입니다. 신디는 시간이 지나며 자기에게 주어진 힘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데 씁니다. 에이전시가 반대하는 ‘플레이보이’ 잡지에 나가 원하는 사진을 찍고, 그것을 계기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패션계 사람’을 원했던 MTV의 프로그램 진행자가 됩니다. 토크쇼에서도 발언권을 얻지 못했던 그가 자기 말을 할 수 있게 된거죠. 신디 뿐 아니라 나머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린다 이반젤리스타는 1965년, 신디 크로퍼드는 1966년, 크리스티 털링턴은 1969년, 나오미 캠벨은 1970년생입니다. 이제 모두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죠. 이들은 젊은 시절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초월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죠.”(크리스티)
“그저 커리어가 완전히 끝날 때 그걸 잘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래서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걸 알아요.”(린다)
2024년 현재, 이들은 활동 중입니다. 여전히 슈퍼모델이죠. 동시에 엄마이기도 하고, 자기 브랜드의 대표이기도 하고, 사회적 재단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눈가에 진 주름을 굳이 감추지 않는 옅은 화장을 하고, 유방암 수술로 가슴을 절제한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으며 카메라 앞에 서서 활짝 웃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왜 이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한 편당 약 60분인 4부작 다큐멘터리입니다.
오! 지수 ★★★★ ‘이름만 들어본 유명한 사람들’ 모두 등장
현실 지수 ★★★★★ 아무리 화려해보이는 모델도 결국은 직업인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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